서문: 나(교사)와 아이들과의 시간을 사진으로 정리하려는 이유는?
교육계가 사회 전반으로부터 심심할 때마다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아온 것이 한두 해가 아니다. 일부가 저지른 부적절한 행동을 마치 교사 전체가 다 그러한 것처럼 신나게 씹어대고 악질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도 이제 지겹다. 교사들을 싸잡아서 모욕감을 주려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거나 말거나, 2016년 현재 교단에서 자신이 맡은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더욱 행복하고 아름다운 하루를 보낼까 고민하는 교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수많은 교사들이 학급 아이들과 의미 있는 만남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많은 활동을 꾸려나간다. 마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자신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준비하거나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말이다. 그 많은 활동 중 대표적인 것으로 학급문집 만들기를 들 수 있겠다. 나는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활동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나는 어떠한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다.
우선 어떤 활동을 끈질기게 해나가기 위해선 단호한 결의, 그럴듯한 대의명분 정도로는 모자란다. 이런 것들은 활동이 진행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 중의 하나이다. 어떤 일을 끈질기게 장기적으로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기 위해선 내가 하려는 활동에 대해 그것을 좋아하고, 그것에 관한 흥미가 지속되어야 하며, 그 활동을 거듭할수록 과거의 나에 비해 발전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때마침(2010년이었다) 나는 6학년 담임을 처음으로 맡았었고, 브런치의 다른 글(https://brunch.co.kr/@yeonghwanpa/3)에서 사진을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 것처럼 사진 분야(촬영, 편집, 인화 등)에 흥미를 느끼던 중이었다. 그래서 현재 내가 아이들과의 활동을 의미 있게 정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학급(졸업) 앨범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각종 온라인 인화 사이트를 통해서 촬영한 사진을 업로드하여 그곳에서 제공하는 탬플릿을 이용하면 포토북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특정 사이트에서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틀에 맞춰서 사진을 넣는 건 나에겐 맞지 않았다. 온라인 인화 사이트에서 만든 포토북의 수준이 낮다거나 질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거다. 그래서 6학년 아이들 학급(졸업) 앨범의 일차 시안을 포토샵을 이용해서 만들어보았다.
그 당시 교장선생님에게 내가 졸업생들 졸업앨범을 직접 만들겠다고 큰소리친 뒤 승인을 받고 나서 위의 결과물들을 들고 갔었다. 나를 믿고 지지해주셨던 그분의 당황한 표정과 불안한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내 그분은 침착해지셔서 위처럼 졸업앨범을 제작하면 너무 힘들지 않겠냐며, 본인이 시안을 직접 제작해주시겠다고 했다(이 분은 본인이 직접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각종 시안을 만들어 내시던 능력자). 지금 봐도 여전히 너무 심각한 수준의 시안이긴 하지만, 당시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어갔는데 교장선생님이 제작해주시는 시안이 뭐 큰 차이가 있겠는가 싶었다. 그로부터 몇 일뒤,
1차 시안이랑 거의 같은 사진들을 사용했는데 이건 뭔가 다르다! 그냥 다른 게 아니라 사진이 정돈된 느낌이 들면서 뭔가 있어(?) 보인다!! 내가 처음 만든 시안의 주제는
'자유, 그 분방함의 끝은 어디인가?'
이런 식으로 만들었는데, 교장선생님이 주신 시안은
'자유? 꼭 틀 안에 집어넣는다고 해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아. 이것도 괜찮지?'
라는 주제로 나를 설득시켜버렸다. 고집 세고, 자기가 생각한 건 어떻게든 하려는 나를 여러 가지 제안으로 설득시키려 노력하시던 교장선생님의 배려는 지금도 여전히 감사하다. 이 글을 빌려 심상복 교장선생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아마 심상복 교장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학급(졸업) 앨범은 의욕만 앞서고 감당해내기는 너무나 힘든 것이 되어 나의 교직생활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을 것만 같다. 그분이 제공해주신 시안들은 나에게 약 6년을 거치면서 수정, 보완, 재구성을 통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발전하였다.
그래! 이 부분이 온라인 인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탬플릿을 이용해서 만드는 포토북과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조건,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조건은 과정과 결과물에서 나의 고유성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내가 원하는 수준의 고유성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완전한 창조를 이끌어 내는 정도로 거창한 게 아니라, 아주 작더라도 나의 색깔이 묻어나와서 '이거 영환이가 한 거네?'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오롯이 나만이 만들 수 있는 학급앨범을 위한 배경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와 같은 학급앨범 제작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는 어느 누군가 또는 불특정 소수를 위해 앞으로
각종 인물사진 촬영 방법, 코렐드로우(시안 편집용 프로그램)를 이용한 앨범 편집 작업, 카메라 고르기, 기타 사진 촬영을 위한 유용한 정보, 업체 계약
등을 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