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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환 May 27. 2016

카메라 추천 좀 해주세요

어떤 카메라가 나에게 적합할까?

카메라 추천 좀 해주세요!


  사진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분들이 주로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예전부터 지금까지 주로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는 일명 전문가(?) 카메라 혹은 무겁고 큰 카메라라고 불리는 DSLR이다.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의 종류만 보고 사진을 잘 찍으리라고 판단하셨는지, 내게 괜찮은 카메라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그러한 요청에 괜스레 우쭐해져서(실제 실력은 영 허접하면서) 초창기에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카메라인 DSLR과 몇 가지 렌즈들을 추천하였고, 더불어 카메라 사용방법도 같이 알려드리곤 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 나의 추천을 받고 카메라를 구입하신 분들은 여전히 카메라를 잘 사용하고 계실까? 아마 대부분 카메라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도 못하거나 그런 게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실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냐고? 왜냐하면 내가 그분들께 직접 물어봤으니까! ㄷㄷㄷ 


  그 분들께 DSLR로 추천해드리고 구입까지 확인하고 난 뒤, 잘 사용하고 계신지 물어보았다. 그러면 거의 대부분 돌아오는 대답들은,


"카메라가 너무 무겁다. 손목이나 목(스트랩을 목에다 걸어서)이 아프더라."
"카메라 메뉴가 너무 많아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어렵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가 훨씬 더 좋더라. 오히려 스마트폰 사진이 더 잘 나온다."


등 이었다. 여기서 잠깐 많은 분들이 오해 또는 자기위안 삼아 말하는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가 훨씬 더 좋더라. 오히려 스마트폰 사진이 더 잘 나온다.'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 하나를 밝히고 넘어가보자. 카메라 업계에는 "판형(필름 사이즈 혹은 이미지센서 크기)이 깡패"라는 말이 있다. 최근 스마트폰용 카메라 센서의 성능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그래도 카메라의 센서 성능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얘기다.  DSLR이 낫다거나 스마트폰 카메라가 낫다거나 등의 객관적인 리뷰는 아래의 링크로 대체하겠다.


 http://www.slrclub.com/bbs/vx2.php?id=slr_review&no=507


  위의 리뷰를 살펴보았듯이 갤럭시 노트5 보다 출시일이 몇 년 더 빠른 구형 콤팩트 카메라들의 결과물 품질과 촬영 편의성이 더 우수하다.


"에이 뭐야? 결국은 큰 카메라를 사라는 얘기잖아? 폰은 폰이고 카메라는 카메라다. 그런 거네?"


아닙니다. 성능의 차이라는 건 객관적인 조건이 차이 난다는 말이지만 이것이 실력의 차이로 귀결되지 않습니다. 끝까지 읽어보시죠.



그럼 어떤 카메라가 좋은 건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기 손에 익숙한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다!


  현재 나는 니콘 D800이라는 카메라 바디와 단렌즈 1개, 광각 줌렌즈 1개, 망원 줌렌즈 1개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을 취미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봤을 때 분명 뭔가 있어 보이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조합으로 사진을 촬영해보면 초점만 맞아도 사진이 상당히 잘 나온다. 왜냐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피사체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흐리게 표현되는 사진을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흔히 아웃포커싱이라고 한다. 심도가 얕은 사진. DSLR을 사는 이유랄까?


  카메라와 렌즈를 구성할 당시 지불한 가격을 보아도 그저 취미로 하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 든다. 객관적인 지표로 표현한다면 카메라의 성능이나 가격 모두 분명 중상위권에 위치할 구성이다. 하지만 사진은 객관적인 지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실제로 나에겐 스마트폰도 있고(없는 사람이 없지), 그 스마트폰에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와 여러 어플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와 어플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작동방식과 사진 촬영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너무나도 많은 요소들(나에게 그렇다는 말이다)이 있어서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카메라다. 이런 나와는 반대로 스마트폰으로 감성이 충만한 사진, 느낌이 있는 사진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대표적인 게 요즘 스마트폰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이폰 시리즈와 갤럭시 시리즈 광고의 상당 경우가 자사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그대로 광고에 실어서 


"우리 스마트폰 카메라는 이 정도로 쩔어줘요! 굳이 DSLR이 아니어도 사진 잘나옵니다."


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 실제로 사진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이트(국내는 SLR클럽, 해외는 500PX 추천)를 가보면 수백만 원짜리 카메라와 렌즈로 촬영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사진이 엄청나게 많다. "그럼 지금 글 쓰고 있는 너는 사진 잘 찍냐?" 이런 걸 따지는 게 아니니 맥락에서 벗어나진 말자. 사진이라는 건 카메라의 성능만이 절대적인 조건이 될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당장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라. 굳이 DSLR이 아니어도 그 사진을 촬영한 사람의 시선, 생각, 느낌이 묻어나는 좋은 사진이 얼마나 많은가? 

 

 

나의 시선, 생각, 느낌, 이야기 그리고 카메라

  

   나는 나의 시선, 생각, 느낌,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사진을 촬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사진 촬영을 권하는 것도 이러한 것을 당신도 담아내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카메라와 렌즈의 성능은 객관화된 수치로 서로 우열을 비교 가능하겠지만, 나와 당신의 감성은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게 아니라 존재 그 자체다.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고 인정할 따름이다. 카메라는 당신의 감성이 드러나도록 조용히 도와주는 그 정도 역할에 머무른다. 나와 당신의 감성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손에 익숙한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다. 

  다만 카메라를 바꾸고 싶다면 현재 카메라가 나의 감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 고려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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