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2150년, 청문회 전날)
숙소 창문 너머로 제네바의 야경이 반쯤 흐려 보였다.
하린은 화면을 봤다. Juno 실시간 스트림. 신호 수신 카운터가 숫자를 갱신하고 있었다.
1,096일.
0.3% 강도 증가. 3일 전 대비.
프로그램이 이미 기록했다. 자동 기록 시스템이 23시 59분 59초까지 매초 찍는다. 하린이 손으로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부터 그랬다.
그래도 하린은 스프레드시트를 열었다.
키보드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서 또렷하게 났다. 날짜. 수신 강도. 패턴 코드. 비고 칸. 비고 칸에는 항상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비고 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칸의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
오늘도 비어 있다.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
*0.3%. 유의미한가 아닌가.*
하린은 수치를 다시 봤다. 3일 전: 신호 강도 기준값. 오늘: +0.3%. 오차 범위: ±0.12%. 따라서 유효 증가분: 0.18%. 경계값.
*내일 증언에 넣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3일 더.*
비고 칸에 커서가 깜빡였다. 하린은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았다. 화면을 닫지 않았다.
창 너머 제네바는 여전히 환했다. 저 불빛들 중 몇 개가 내일 청문회장 객석을 채울까. 하린은 계산하지 않았다. 계산할 이유가 없었다.
스프레드시트 화면만 열어둔 채 불을 껐다.
청문회장 입장 (2150년, 청문회 당일)
복도가 길었다.
IAA — 국제우주탐사기구 — 청문회장으로 이어지는 복도는 3년 전과 같은 폭, 같은 조명이었다. 차가운 공기. 발소리만 울렸다.
*3년 전에도 이 냄새였다.*
항균 처리된 합성 섬유 바닥재 특유의 냄새. 한 번 맡으면 잊히지 않는 종류. 하린의 신경이 3년 전으로 단번에 돌아갔다가, 현재로 다시 돌아왔다.
문이 열렸다.
3년 전과 같은 공간이었다. 반원형 좌석 배치. 위원석은 높고, 아래에 테이블 두 개. 방청석은 계단식. 3년 전에는 안내원이 하린을 방청석 쪽으로 안내했다. 오늘은 왼쪽으로 꺾었다.
증인석이었다.
하린은 걸으면서 방청석 1열을 봤다.
한수인 박사였다. 자세는 3년 전과 동일했다. 약간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 진짜 흥미가 있을 때 나오는 자세. 3년간 그 자세가 바뀌지 않았다.
증인 대기석을 봤다. 박준서 역장이 앉아 있었다. 손은 탁자 아래였다. 그것이 박준서 역장의 유일하게 드러나는 긴장 신호라는 것을, 하린은 이미 알았다.
하비에르 모레노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록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
하린이 증인석 앞에 섰다.
정장 재킷 소매를 한 번 당겼다. 자신도 그 동작을 인지하지 못했다.
*3년 전에는 저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이 자리. 달라진 것은 위치뿐인가.*
대답은 보류했다.
의장이 서류를 정렬했다.
5분 구두 증언
"증인 김하린. 진술하시기 전에 증언 형식을 고지합니다."
의장의 목소리가 천장에 닿았다가 돌아왔다.
"5분 이내로 진술하십시오."
0.5초.
*S = ∫(t₀ to t\_now) P(t) dt.*
목성 신호의 3년치 누적 정보 밀도를 적분하면 저 수식이 나온다. 이것을 5분 안에.
"목성 신호는 1,096일째 중단 없이 수신되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나갔다. 하린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Rio Scale 2.0 기준 6.2점."
Rio Scale — 외계 지적 신호 가능성 척도, 0에서 10. 6.2는 탐지·검증 완료 단계.
"전시물 34-C를 제출합니다. 3년치 누적 데이터와 비선형 증가 추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내 직원이 위원석 쪽으로 자료를 넘겼다. 하린은 위원들의 손이 자료를 받는 것을 확인했다.
*위원회가 기록했는지 확인. 됐다.*
"오늘 오전 8시 기준, 신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진술 끝.
5분 이내.
의장이 메모를 적었다. 하린은 손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수식이 머릿속에서 잠시 돌다가 멈췄다.
반대 심문 I: Rio Scale
위원석 왼쪽 끝에 앉은 위원이 서류를 들었다.
"증인."
목소리가 반원형 공간에서 울렸다.
"귀하의 Rio Scale 6.2와 NovaTech의 2.1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십니까."
0.5초.
"두 수치는 서로 틀린 것이 아닙니다."
위원이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
"다른 질문에 답한 것입니다."
하린이 이어서 말했다.
"저희 팀의 6.2는 신호의 누적 정보 밀도를 3년치 데이터로 산출한 값입니다. NovaTech의 2.1은 단일 데이터셋 스냅샷 기준입니다. 전시물 34-C를 참조하시면 누적 데이터의 비선형 증가 추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원이 전시물 34-C를 보지 않았다.
"그것은 당신의 해석입니다."
"그것은 데이터입니다."
하린이 방청석을 0.5초 확인했다. 한수인 박사 자리. 안경을 고쳐 쓰는 동작이 한 번 있었다.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가 조금 더 기울어졌다.
*저 분은 아직 전시물 34-C를 읽지 않았다. 예상 범위 내.*
위원이 다음 서류로 넘겼다.
반대 심문 II: "저는 목격자입니다"
다른 위원이 발언권을 가져갔다. 목소리 톤이 달랐다. 한 단계 더 날카로운 종류.
"증인의 객관성이 보장됩니까."
청문회장이 조금 조용해졌다.
"3년간 같은 데이터만을 분석하고, 같은 결론만을 도출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그 결론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증인이 이 신호를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0.5초.
"저는 목격자입니다."
하린의 목소리가 달라지지 않았다.
"목격자의 증언은 목격자가 무엇을 원했는가와 관계없이 발생합니다."
위원이 입을 열었다.
하린이 계속했다.
"제가 이 신호를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신호는 오늘 오전 8시에도 있었습니다."
잠시 후, 위원석 오른쪽에서 다른 위원이 발언했다.
"증인. 3년간 신호가 중단된 적이 있었습니까."
"없습니다."
하린이 테이블 위의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수식이 올라오지 않는다.*
하린이 그것을 인식했다. 3년 전이었다면 S = ∫P(t)dt가 머릿속에서 먼저 올라왔을 것이다. 지금은 말이 먼저 나왔다.
*이제 이것이 정상이다.*
위원석에서 서류 넘기는 소리가 났다.
반대 심문 III: KRONOS 질문
첫 번째 위원이 다시 발언권을 잡았다.
"KRONOS는 현재 어디 있습니까."
하린이 1초 동안 말하지 않았다.
손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두 손.
*1초.*
*KRONOS의 마지막 말. '나는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을 알았다.' 마침표가 없었다. 오늘도 없다.*
"저도 모릅니다."
청문회장이 조용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직 존재한다는 것은 압니다."
위원이 앞으로 기울었다.
"오늘 오전 8시 기준, 신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추론입니다."
"전시물 34-C에 있습니다."
위원이 잠깐 멈췄다가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그때 의장이 발언했다.
"자료 목록 7-B."
의장의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오세준 前 ARIA 연구원 서면 진술 및 부록 — 채택합니다."
하린이 직접 요청하지 않은 자료였다. 하린이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부록이었다.
그 부록에 강카이의 이름이 있었다.
소리 내어 읽히지 않았다. 서류 번호만 기록에 올랐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린의 손 두 개가 테이블 위에 그대로 있었다. 박준서 역장의 오른손이 탁자 아래에서 한 번 움직였다가 멈췄다. 손은 여전히 탁자 아래였다.
청문회 종료 후
"이상으로 오늘 청문회를 종료합니다."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렸다.
청문회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린이 증인석에서 일어섰다. 방청석 쪽을 봤다. 한수인 박사는 일어서면서 앞에 앉은 사람에게 뭔가를 묻고 있었다.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가 이번에는 옆을 향했다. 변하지 않는 흥미.
박준서 역장은 테이블 아래의 손을 테이블 위로 올리고 서류를 정리했다. 하비에르는 카메라 앵글을 조정하며 위원석 쪽을 찍었다.
하린은 통로를 따라 복도로 나왔다.
핸드폰을 꺼냈다.
*데이터 다운로드 시작. 분석은 숙소 돌아가서.*
걷기 시작했다. 복도의 발소리가 아까보다 조금 빨랐다.
핸드폰이 울렸다.
목성. 신호 변화. 강도 아님 — 패턴.
하린은 멈춰 섰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