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은 느렸고, 마음은 서툴렀다

마음이 앞서던 어느 날의 기록

by 마음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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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샘플 이미지는 하나같이 예뻤다.

내 꽃은 비슷한 것 같은데 달랐다. 예뻐야 하는데 예쁘지 않았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머릿속 생각과 바쁜 손은 따로 움직였다.

디테일을 요하는 공예의 작은차이가 아직 생기기 전이라
샘플과 내 꽃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감이 있었다.


난 간극을 메우기 위해 반복하고 반복했다.
조금 더 예쁘게, 내일 또 조금 더 예쁘게.
내 마음이 괜찮다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계속해서 만들고 만들었다.


주방 식탁 위에 흩어져 있는 종이와 글루, 망쳐버린 꽃잎들을 한쪽으로 밀치며
아이가 참고서를 들고 내 앞에 앉는다.

“여기 말고 딴 데 가서 해면 좋겠네~…”
이쁘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고 아이도 미운말로 답한다.

‘여기는 엄마만 쓰는 자리야?’


이게 아닌데...ㅜ ‘나 좀 봐줘.’ ‘잠깐만, 나 좀 쳐다봐줘.’라는 아이의 신호를

나는 알아차릴 생각도, 정신도 없이 그저 내 작업에 몰두했었다.
시선은 꽃에 머물렀고, 손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 동안 나는 참 많은 것을 놓쳤다.
뭐 그리 대단한 걸 한다고, 그렇게 마음의 여유 없이 굴었나 싶다.

아이의 감정, 표정들을 그냥 놓치고 흘려보냈던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뒤늦게 밀려온다.


이제는 많이 자란 아이들이 가끔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올 때면
예전처럼 밀치지 않으려 한다.
눈을 마주치고, 작은 동작 하나에도 마음을 기울이려 한다.

물론 여전히 잘 안 되는 날이 많다.
그럴 때면 아이가 말해준다.
“엄마, 눈을 보면서 얘기해야지...”
그 한마디에 웃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도 조금씩 다시 배워간다.

아이가 크고, 내 불안한 마음도 서서히 가라앉히겠지...
그때 채우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 천천히, 조심스레 채워나가면 되겠지...

정답이 없음에 내 방식대로, 놓쳐버린걸 지금 채운다.


아이들이 잠든 밤에도 식탁에서 작업하던 내가 이제 내 공방에서 꽃을 만든다.

조금은 안정감 있게 작업하고 있음에 항상 감사하다.
지나간 그 시간들이 고맙고, 기다려준 아이가 참 고맙다.

자꾸 반복하면 나름의 작은 차이가 생기고 손이 느는 것처럼,
사람 사이의 마음도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거라고 나는 믿는다.


놓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느리지만, 내 걸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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