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실래요?
여러 산을 오르다보면 산도 성격이 있고 마음도 있고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어떤 산은 거칠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친해지면 마음을 튼 친구처럼 편안해지지요.
또 어떤 산은 수줍고 경계심이 많아 두려운 눈으로 자신을 밟는 사람을 지켜보고 서툴게 공격도 합니다.
종종 사람을 반기는 산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집 뒷 산... 청계산입니다.
이 산은 성격 좋고 푸근한 삼촌같이 오르면 즐겁고 편안합니다.
무엇이라도 품어줄 것 같습니다.
걸어서 10분쯤만 올라가면 이 산의 주민들도 제법 만날 수 있습니다.
제일 바쁘고 즐거운 녀석은 동고비 입니다.
나는 것보다 깡총거리며 나무 기둥을 뛰어다니길 좋아하는 귀여운 새지요.
등산객들 옆으로 겁도 없이 다가와 주둥이를 내미는 녀석은 직박구리입니다.
푸다닥 소리가 나서 따라가보면 까투리와 장끼 가족이 산책을 하고 있고
머리 위에서 열매 껍질들이 떨어져 고개를 들면 청솔모가 우리를 관람하며 식사중입니다.
이 산에 함께 있어도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봄에는 약수터 연못에 개구리알, 도롱뇽알이 꽉 차 있어서 새끼들 나올꺼라고 몇 주를 설레이며 관찰했었지요.
어제 개구리 한 마리를 만났는데 봄날의 그 어린 올챙이들이 다 산개구리 새끼들이었나 봅니다. 이렇게 어른이 된 놈을 보니 꼭 내가 키운 것처럼 뿌듯하더군요...
길 한 쪽에 우뚝 솟은 바위 위에서 마중이라도 나온 듯, 서서 우리를 바라보던 다람쥐! 카메라를 들이대자 잽싸게 바닥으로 도망치네요...
색이 너무도 고왔던 여치입니다. 고맙게도 아이들 손에 올라와 주었어요.
이 녀석은 어른 손가락보다 덩치가 컸는데 어찌나 열심히 기어가는지..... 2m 쯤 떨어진 나무로 올라가는 걸 보며 번데기가 되려나보다 싶어 아이들과 함께 응원하고 격려해주고 왔습니다^^
그다지 몸사리지 않는 청계산 주민들이지만 어제는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고개만 돌리면 인사를 하시는 통에 아이들도 저도 많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