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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y Oct 10. 2015

허당엄마의 과학수업

"얘들아! 사람의 몸 속엔 무엇이 있을까?"

홈스쿨링의 성패를 결정하는 최대 과제는 좌절감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뻔뻔해지는 것에 있다........

고 생각한다. .....실은.... 남들은 모르겠고, 적어도 한참 모자란 나에게는 그렇다는 얘기다....^^;;;;


이번 가을에 과학 에포크(집중수업)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우선 '인체'를 주제로 책을 빌려왔다. 


옳은 말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사심을 가득 담아 고개를 끄덕이는 말이 있다. 


'홈스쿨링은 엄마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부해나가는 것이다'


잘 몰라도, 똑똑하지 않아도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함께 할 수 있는 거니까.

과학을 그닥 잘 하지 못했던 나는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격려하며 인체탐구 대장정의 문을 열었다. 


"얘들아! 사람의 몸 속엔 무엇이 있을까?"

"똥이요! ㅋㅋㅋ"


헐.... 언제나 아이들은 내 예상을 빗나간다.  그래, 똥이 있지.... 그럼 똥으로부터 출발하지 뭐.

"똥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이렇게 출발한 이야기는 소화기관과 호흡기관, 혈액.... 등으로 이어졌고 잘 모르는 복잡한 구조나 용어들은 책을 봐가며 공부했다. 공부라기도 참 민망한게 그냥 밥먹다가 수다 떠는 느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 '주제가 있는 잡담' 정도 되겠다. 


나도 학교에서 배우고 자란 사람이라 머리로는 아니라 하면서도 학교 수업과 그 시스템에서 자유로와지는게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주제가 있는 잡답'으로 진짜 배움이 일어난 것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었다. 왠지 공부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찝찝했던 것이다. 


"얘들아! 오늘 공부한 거 칠판에 한 번 그려볼래? 사람의 몸 속에 뭐가 있는지?"




오....! 그림은 놀라웠다!

좌심방, 좌심실에 혈소판, 아밀라아제, 교감신경....... 이런 복잡한 이름들은 몰라도 최소한 엄마가 알고 있는 것만큼은 완벽하게 배워낸 것이다! 지식과 정보는 맘만 먹으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그것을 암기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사람의 몸이 생명활동을 하며 하루를, 한 시간을, 아니 1초를 사는데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필요한지, 내 몸속에서 얼마나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그 사실에 감탄하는 것! .... 족하다!....


엄마의 기준이 너무 낮은 걸까?

어쨌든 또 다른 배움으로 함께 갈 수 있는 자심감이 하루치만큼은 더 생겨났다.


허당엄마의 자족대사!

"얘들아! 내가 아는 것은 다 전수하였으니 이제 하산하여라!!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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