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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y Aug 14. 2016

장군의 딸2

 사랑스런 엄마와 씩씩한 딸

며칠전 세은이와 엄마, 아빠는 물놀이를 갔다. 계곡에서 온 몸이 새까매지도록 놀고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세은이는 눈을 뜨자 마자 말했다.


"엄마, 나 어제 많이 못놀았어"

"세은아! 어제 더 놀았으면 오늘 아침엔 다리가 아파서 걷지도 못했을 거야."

"그래도... 더 많이 못놀아서 속상해"

"세은아, 엄마는 세은이가 불평이 아니라 감사의 말을 하는 딸이 되길 바래. 못 논 거 말고 재미있게 놀았던 걸 말하면 좋겠어. 말이 니 맘을 결정할 수도 있는 거야. 세은이가 하는 말이 너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수도 나쁜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어. 말 하기 전에 잠깐 생각해서, 감사의 말이 나오게 하고 혹시라도 불평의 말, 나쁜 말이 먼저 나오거든 다시 감사하는 말로 바꿔서 하도록 노력하자~!"


엄마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뿌듯했다. 세은이에게 정말 인생의 중요한 진리를 부드럽고 친절하고 지혜롭게 잘 말한 것이다. 멋지다!! ....... 그런데 세은이의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

"......."

"세은아...?"


"음.... 엄마,  말을 안 하면 돼!"


"뭐?????"




"푸하하하....!"

세은이의 기질을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나는 웃겨서 바테이블 뒤에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나질 못했다. 타고난 기질이란게 모를 땐 그냥 그런 사람도 있나보다 하지만 알고서 보면, 그 전형적인 모습을 만나게 될 때, 또 서로 다른 기질이 함께 하며 생기는 마법같은 역동을 볼 때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하하하... 걔가 어릴 때도 그랬지만 이제 제법 커서 파워가 커지니까 엄마가 감당을 못하더라구."

앨리스는 말을 이었다.

"세은이 엄마는 자기가 애를 잘못 키운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어. 또 세은이가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오해 사거나 미움받을까봐 안절 부절이고"

"세은이, 친구들한테도 인기 좋았던 것 같은데...?"

"그렇지. 지금도 그렇대. 그래도 엄마는 걱정이지. 자기처럼 사람들을 배려하는 스타일이 아니니까 사랑받지 못할까봐.....  적당히 눈치 봐가며 상대방에 맞춰줘야 하는데 얘는 그게 없거든."

"그래서 뭐라고 얘기해줬어?"

"사실, 이 가정은 상담이 필요없을 정도로 건강한 집이야. 단지 서로의 욕구가 너무 다르다는 걸 몰라서 생기는 해프닝이지."



"선생님! 얘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안 해도 되는데요..."

"제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몰라요. 매일 심장이 쿵쾅거린 다구요! 이제 어떻게 대응하고 키워야 할 지 모르겠어요."

"세은이도 많이 참고 있는 중일걸요?"

"네?"

"하하...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하셨어요. 단지 세은이랑 엄마의 욕구가 다르고 언어가 달라서 그런거니 이제 알면 되요. 세은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떨 때 가장 잘 움직이는지, 어떤 것을 지향해야 할지... 알려드릴게요."

"네! 네! 정말요! 제가 원하는 게 그거였어요! 선생님, 예전에 옆집 살 때는 잘 몰랐는데, 선생님...  좋은 분이신 거 같아요!!"

"아... 네... 하하...;;;; "


세은이는 엄마의 기대와는 다르겠지만 꽤 매력적으로 클 것이다.

사랑이 전부인 엄마,  '힘' 빼면 시체인 딸 세은이!

감정언어를 쓰는 부모, 행동언어가 편한 딸!

배려하고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최고의 덕인 부모, 그 것이 구차하게 느껴지는 딸!

이 가족의 조합이 어떤 그림으로 만들어져 나갈까 궁금했다.

"앨리스! 난 세은이가 크면 되게 멋있을 것 같아. 왜... 카리스마 작렬인 여자들 있잖아! 터프하지만 왠지 모르게 귀여운 여자!"

"잘 컸을 때 얘기지."

"어떻게 하면 잘 크는데?"

"복잡한 거 필요없고 하나만 배우면 돼"

"뭔데?"

"역지사지!"


역지사지? 그래. 힘과 용기를 가진 그 아이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고 자신보다 여리고 약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사람이 되겠다!

기질....!  아무리 타고난다지만 이렇게 다른 부모 밑에서 자라도,  그것이 바뀌지 않고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그래.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반듯하며 사회친화적인 부모 밑에서 이렇게 비정상적이고 '일탈'이 편한 내가 존재하는 것만 봐도 충분하다!


여덟살 세은이는 어떤 모습일까? 엘리스의 얘기를 들으며 세은이를 그려보았다.

눈빛이 살아있는 소녀...!  그림의 제목은.... 음... '장군의 딸' ???

세은이를 만나면 줘야겠다. 하지만 만남의 약속은 없다. 가지고 있다가 어떤 우연이 그 아이를 이곳으로 이끈다면 기쁘게 줘야지. 만나지 못하면.... 그것도 좋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돌려줘야할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꽤.....  설레는 일이니까!






















앨리스의 Wonderland guide


세은이는 힘을 원하는 8유형이다.

8유형은 세상의 중심은 바로 나이며, 세상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안의 약한 모습은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보여주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세은이 역시 어린 여자아이지만 뭔가 거칠고 터프한 느낌이다.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단순하며, 요동함 없이 그 주장을 관철시킨다. 부모에겐 그것이 고집으로 보이고 무례해보이지만 스스로 수긍만 되면 생각정리도 빠르고 심플하다. 말이 짧고 힘이 있으며 매사에 주저함 없이 행동한다.   


엄마는 사랑이 전부인 2유형이다.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고 사람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느라 언제나 분주하다. 하지만 그런 내 맘과 희생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야속하다. '당신이 필요해요' 한마디면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있는데 내 사랑의 결정체인 딸 세은이는 엄마가 필요없어 보일만큼 독립적이다. 엄마는 세은이를 위해 모든 걸 배려하며 마음을 알아주기 위해 늘 살피지만 딸은 엄마의 마음에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잔정 없고 짤없는(?) 세은이를 보면서 엄마는 밤마다 상처받은 가슴을 싸맨다.


엄마에게

2유형 엄마에게 최고의 애정 표현은 찐한 사랑의 언어와 스킨쉽, 촉촉한 눈빛이다. 그러나 8유형 딸에게 이것은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치러야할 귀찮은 의식 같은 것일 수 있다.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해주는' 것이지 스스로 원해서 매달리는 경우는 잘 없다. 엄마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왠지 그런 상황이 되면 불편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어색하다.  아직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감정이 올라올 때는 안기기도 하고 스스로 부모를 안아주기도 한다. 그것도 힘 있게! 그러나 그러고 나면 끝. 감정의 여운은 없다!

엄마와 표현 방법이 달라도 아이의 사랑을 믿으라. 엄마 역시 딸에게 이렇게 끈적거리는 애정표현보다는 짧고 굵은 스킨쉽과 신뢰를 표현하는 것이 더 긍정적이다. 또, 아이의 필요를 알아서 챙겨주기 보다는 아이가 필요를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라.

8유형 딸은 마음 깊은 곳에는 부드럽고 고운 심성을 가지고 있다. 그 마음을 정의와 의리로 표현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을 지적하기 보다는 마음 속에 있는 따뜻함을 인정해 주라. 그와 동시에 아이 속에 있는 따뜻함이 오해되지 않을 방법을 알려주라. 자신의 거친 표현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이해시켜주라. 이 때는 구구절절 설명하고 감정과 느낌을 늘어놓으면 안된다. 핵심을 짧게 얘기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알려주라. 잘 해냈을 때는 끈적끈적한 눈빛이 아니라 신뢰의 눈빛으로 엄지를 들어 칭찬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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