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단출한 모임이 있었다. 모임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모임의 누군가가 예약한 돼지갈비 집으로 갔다. 돼지갈비를 맛있게 먹고 마무리로 냉면을 먹자며 주문을 받는다. 물냉이요! 비냉이요! 주문을 받는 사람이 적기 시작했다. 중국집에 가도 항상 나오는 고민인 짜장 먹을래 짬뽕 먹을래와 같은 고민이다. 나는 주저 없이 너무 더우니 물냉을 먹기로 하고 물냉에 손을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비냉도 먹고 싶었다. 알싸한 매콤함이 갑자기 입맛을 돋았다. 그리고 비냉은 조금 먹다 시원한 육수를 추가해서 먹으면 물냉처럼 먹을 수 있다. 주문자에게 물냉을 취소해 달라 요청했다. 비냉으로 바꾸고 싶다 말했다. 주문자는 계산하며 헷갈렸는지 잠시 툴툴거렸다. 그 툴툴거림이 거슬렸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고기를 맛있게 먹는 말미에 비냉이 나왔다. 비냉의 비빔소스를 냉면과 비볐다. 한 젓가락 입에 넣었다. 냉면의 얇은 면과 매콤한 소스가 혀를 자극했다. 한 젓가락 더 먹었다. 고깃집 후식 냉면의 양은 많지 않다. 어느 정도의 남은 양을 확인하고 종업원을 불렀다. 시원한 냉면 육수를 주실 수 있는지 물었다. 아주 흔쾌히 시원한 육수를 곧 가져다주겠다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그 순간 비빔냉면 한 젓가락 더 먹고 싶은 유혹이 있었다. 그 알싸한 매운맛이 입맛을 다지게 한다. 곧이어 시원한 육수를 가지고 왔다. 단번에 남은 비냉 위에 살얼음이 있는 육수를 부었다. 젓가락으로 야무지게 냉면의 면을 냉육수에 풀었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빨리 먹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한 젓가락을 크게 냉면을 잡고는 입에 단숨에 쏟아부었다. 냉면은 참 먹기 쉬운 음식이다. 시원한 육수는 어느새 알싸한 매콤한 맛을 품고 있었다. 면을 다 먹고 육수까지 다 마셨다. 이렇게 더운 날은 시원한 냉면이 진짜 최고다. 냉면 중에서 비빔냉면에 살얼음 동동 냉육수를 부어 먹는 것이 나에게 딱 맞았다. 생각해 보니 짜장면과 짬뽕을 고민하다 반반짜장이 나온 것 같았다. 언젠가 고깃집에도 반반 냉면이라는 메뉴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문할 것 같다. 나 같은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냉면은 누가 개발했는지 여름에 참 맛있는 음식이다. 몸도 마음도 치유되는 것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