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맑고 건강하고 어려 보이네요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한 사람을 만났다. 유난히 얼굴이 맑아 보였고 몸이 유연해 보였다. 소소한 말을 하게 되었고 그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정보를 얻게 되었다. 3년 전 공직생활에서 퇴직했고 두 아들의 아빠며 33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이는 50대 후반이었는데 10살은 어려 보였다. 너무나 궁금했던 건 동안의 비법이었다. 조금 말문이 틔었을 때 나는 그 사람을 만났을 때부터 궁금했던 동안의 비결을 바로 물어봤다. 아주 잠깐 슬쩍 미소 짓더니 나에게 말했다.
"3년 전 공직생활을 그만두고부터 나 좋아하는 일만 열심히 했지"
"좋아하는 일만 열심히 했다는 게 무엇인가요?"
"등산을 다녔고 1주일에 1번 조기축구회에 나가 축구를 했어!"
"1년에 2번 여름, 겨울에 해외여행을 다녔고 봄가을은 국내 여행을 다니고 있지!"
"무엇보다 아들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돈 많이주는 회사에 취업을 했어"
그러면서 아들들의 회사와 연봉을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자산에 대해서도 계속 말하는데 3년 전 퇴직을 하면서 살던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새 아파트를 사서 입주했다고도 말했다. 전에 살던 아파트는 재건축되면 팔아서 두 아들과 본인몫으로 삼분의 일씩 주려고 계획까지 세웠다며 자랑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했다.
"33년간 공직생활이 녹녹지 않았어!"
"지금의 편안한 삶은 결국 33년간 잘 견디어 냈기 때문이지"
짧은 순간 내 머릿속에도 그동안분의 33년간의 견디어냈던 힘든 세월이 느껴졌다. 어쨌든 나에게 굉장히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편안하게 사는 삶이라는 건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다라는 것을 말이다.....
어릴 적 읽었던 책이 생각났다. 굉장히 따분하고 진부한 내용이었는데, 그 책의 딱 한 부분에서 인생의 법칙처럼 도표가 그려져 있었다. 그 도표에는 견뎌 내는 세월 즉 인고의 삶이 중요한 듯 확대되어 표시되어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궁핍이라는 시절이 주어지고 그 시절을 잘 견뎌내야 편안한 삶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벼락부자들의 말로가 왜 언해피 한지 그건 견뎌내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 동안분을 계속 관찰했다. 굉장히 적극적이고 말투며 행동이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더 의욕적이었고 긍정적이었으며, 본인이 받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하려고 노력하는 듯 보였다. 그분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봤다. 편안하게 사는 삶! 결국 내가 추구하려 하는 것이 이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편안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 나는 가끔 잃어버린 퍼즐조각처럼 나를 짓누르고 억압하는 무언가를 나의 과거로부터 찾으려고 했다.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나는 것 말이다. 후회라고 부르는 그리고 스스로를 질책했다. 그런데 오늘 그 동안분을 만나고 알게 되었다. 편안하게 살는 삶을 추구한다는 것과 편안하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말이다.
견뎌내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즐기면서 사는 것! 얼굴이 맑고 편안해 보이는 건 결국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난 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몽땅다 즐기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힘들다는 건 내가 스스로를 질책하며 몰아간 것이었다. 지금 당장이 힘들어도 견뎌내고 스스로 후회하듯 질책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결국 편안한 삶을 만들어 준다.
그 동안분에게 슬쩍 감사인사를 마음속으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