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투툼 appatutum Sep 09. 2021

봉황동 최고 동안 어르신이 단돈 15만원에 집을 산 썰

[EP.20] 어르신들의 앞날에 웃음이 가득하길..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이 프로그램. 정말 재밌다. 언제 어떻게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기에 더욱 설레이고 재밌다. 그런데 문제는 날씨다. 촬영 당일 날씨가 너무 좋아 영상이 예쁘게 찍혔지만 실제로는 너무 더웠다. 


무거운 짐을 들고 따라다니던 스태프들이 오전 몇시간만에 금새 지쳐버렸다. 아직 촬영해야할 분량이 많은데 곤란했다. 그렇게 일찌감치 봉황동 한 길가 정자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밀면 한그릇 배달시켜 점심을 먹었다. 시원한 육수를 벌컥 벌컥 들이키니 다들 정신이 좀 돌아왔다.


잠시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길가 평상에 앉아 쉬고 계신 어르신 두분을 만났다. 딱봐도 동네에서 아주 오랜시간 살아오신 마을 어르신들 같아보였다. 그렇게 바로 어르신들께 잠시 이야기를 나눌수 있겠냐고 여쭈었다.







그늘에서 쉬고 계신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방역 수칙 준수 중인 당신들



이경자 : 이름 이경자

큰당신 : 이경자 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정기순 : 정기순

큰당신 : 이경자 어머니, 정기순 어머니 두분하고 이야기를 나눠볼겁니다. 지나가다 보니까 꽃을 들고 계시던데?

정기순 : 교회갔다 오면서 얻었어.

큰당신 : 선물하신거에요? 친구분한테?

큰당신 : 어머니 원래 꽃을 많이 좋아하세요?

정기순 : 꽃을 많이 좋아해요. 꽃 심어놓은거 함 보소. 봉숭아꽃.

큰당신 : 아 맞네. 두분은 혼자 사시는거에요? 따로따로 혼자? 혼자 사신지 오래되었습니까?

정기순 : 오래됐지요. 혼자 사니 편하지 뭐.

이경자 : 남편이 죽고 없으니까 애들 데리고 살야야되고.

큰당신 : 작년부터 코로나가 계속 있잖아요. 어떻게 사셨어요? 2년째 다되어 가는데,

이경자 : 사람들 많이 모인데 가면 뭐하노.

큰당신 : 두분 요래 계시면 아무말 안하니까 이렇게 노는거네요? 어르신 옛날에 어땠어요? 어르신이 기억하는 옛날 이 동네는?

정기순 : 많이 바뀌었지요. 

이경자 : 많이 바뀌었지.

정기순 : 동네 할매들 없어요. 다 죽고, 옛날 여름되면 여기 앉지도 못했어요.

큰당신 : 사람이 많아서?

이경자 : 어. 할매들이. 내 진주서 올 때 21살에 여기 왔어요. 부원동 살다가 15만원주고 집샀어요. 여기에.

큰당신 : 15만원에 집을 샀네요? 우와~

정기순 : 옛날에 15만원이면 얼마나 큰 돈인데.

큰당신 : 그때가 언제 몇 년도 즘 됩니까?

정기순 : 모르지 몇 년도인지.

큰당신 : 어르신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정기순 : 94살.

작은당신 : 94이요?

큰당신 : 당연히 70대 후반이나 80대 초반으로 밖에 안보이는데, 엄청 정정하시구나. 그때는 어르신들 많이 있었다 했잖아요.

이경자 : 많이 있었지. 그때는 많이 살고 이랬는데.

큰당신 : 그때 많았을 때 사람들 막 모여서 뭐하고 놀고 했습니까?

정기순 : 그냥 이야기하고 놀고 이랬지. 

큰당신 : 화투치고 이런거 안했어요?

정기순 : 그렇지. 화투도 치고 그리 했어요.

큰당신 : 음식 막 나눠먹고 그리 안했어요?

이경자 : 그리 했지요.

큰당신 : 자제분들은 집에 자주 오십니까?

정기순 : 먹고 살기 바빠서.. 전화는 사흘되면 오지요.

큰당신 : 코로나 때문에 자주 못오죠? 자식들이 멀리 있어요?

정기순 : 마산에 있고, 부산에 있고, 대구에 있고 그래요.

큰당신 : 그렇게 완전 멀리 있지는 않네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15만원에 집을 살 수 있었다니, 정말 충격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민한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집값' 문제인데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했다. 


한 동네에서 한 평생을 살아온 어르신들. 그런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꼭 듣는 이야기가 지인분들이 돌아가시고 없다는 이야기다. 매일 같이 만나서 함께 수다떨고 놀던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진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항상 마음속에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겠지. 그래도 사시는날까지 어르신들께 웃음 넘치는 일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본편은 아래 동영상으로 시청하세요)

https://youtu.be/D_6CEvamoL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