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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Sep 10. 2021

일곱살 먹은 어른이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

[EP.24] 할머니만 좋아하는 딸, 그런 딸을 짝사랑하는 아빠

수로왕릉을 빠져나와 한옥 느낌 충만한 수로왕릉 돌담길을 따라 걸었다. 이 길을 걷다보면 원도심답게 다양한 '구제' 매장들을 만날 수 있다. 어떤 가게는 간판에 노트북과 전자제품을 판매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매장에서는 구제옷들을 팔고 있기도 했다. 정말 새로운 분위기다. 서울의 동묘 같은 분위기랄까?


도로를 건너 동상시장이 있는 곳까지 왔다. 동상시장 옆에는 지난해부터 계속 공사하던 분성광장 조성이 완료됐다. 분성광장은 '다어울림 광장'이라고도 불린다. 이 지역은 특히나 내국인과 외국인이 자연스럽게 섞여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진 곳이다. 그래서 차별없이 평등한 문화를 만들고자 여기저기에서 '다어울림'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등장한다.


새로 조성된 분성광장에 들어섰다.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는데 아이들은 덥지도 않은지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한쪽에서 신나게 물총을 가지고 물총놀이를 하는 아이들과 어른 한분을 만났다.








아빠와 물총놀이하던 지은이와 동네친구 현준이, 그리고 딸의 팩폭에 당황한 아빠



김지은 : 신천초등학교 1학년 1반 김지은입니다.

정현준 : 안녕하십니까? 저는 배드로반 정형준입니다.

김장봉 : 저는 서비스직을 하고 있는 김장봉입니다.

큰당신 : 서비스직이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김장봉 : 인터넷 설치 업무 하고 있습니다.

큰당신 : 더운데 힘든 일 하시네요. 여기가 분성광장인데 댁이 근처신가요?

김장봉 : 네. 요기 뒤쪽이예요. 

큰당신 : 여기 근처에 사시는군요?

김장봉 : 어머님, 아버님이 살고 계십니다.

큰당신 : 광장 생기고 아이들이 뛰어 놀기 참 좋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장봉 : 아이들하고 물놀이하고 놀기는 좋은 것 같습니다.

큰당신 : 예전에는 여기에 뭐가 있었나요?

김장봉 : 예전에는 술집도 있었고 가정 주택도 있었습니다.

큰당신 : 집들이 있던 곳이군요. 우리 친구들은 여기 놀러 자주 와요?

정현준 : 네. 물총놀이 하러 자주 와요.

큰당신 : 여기 햇빛이 많아서 놀기에 너무 뜨겁지 않아요?

정현준 : 더우면 자기 물총을 자기한테 쏘는거죠.

큰당신 : 아~ 자기한테?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큰당신 : 지은 친구는 아빠가 평상시에 많이 놀아줘요? 뭐하고 놀아줘요?

김지은 : 집에서는 게임만 하는데..

김장봉 : (카메라 앞이니까) 좀 잘 이야기 해줘.

김지은 : 잡기 놀이도 하고.

김장봉 : 좀 더 아빠가 잘 놀아주는걸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도 돼.

큰당신 : 생각이 안나요?

작은당신 : 아니면 놀아준 적이 없다거나?

김장봉 : 아하하하하하.

큰당신 : 지금 억지로 짜내는 이미지로 끝날 수도 있겠어요.

김장봉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고 '잡기놀이'도 하고 집에서는 '운동'도 하고 그렇지?

김지은 : 혼날 때 마다 팔굽혀펴기.

김장봉 : (당황) 혼날 때 그런거 이야기하지 말고 놀 때 노는거.

큰당신 : 아,,, 아빠가 집에서 혼을 내는군요. (장난)

김장봉 : 놀 때 노는거잖아.

작은당신 : 혼내기 놀이를 하는거죠?

(빠르게 화제전환)

큰당신 : 작년부터 코로나가 2년째인데, 인터넷 설치 일을 하시면 고객 집에 방문해서 대면 업무를 하시니까어려운 점도 많으실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작년하고 올해하고 비교하면 어떤가요?

김장봉 : 저의 경우에는 오히려 더 바빠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 인터넷 강의 수업도 있고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집들이 늘어나다보니 오히려 좀 더 바쁜 상황이죠.

큰당신 : 고객하고 응대하면서 코로나 때문에 어려웠던 점은 없습니까?

김장봉 : 코로나 때문에 어려웠던 것은, 저희는 마스크 쓰고 고객님들 댁에 들어가는데 고객님들은 안쓰시는 분이 많아요. 그래서 불안한 것도 있고 반대로 고객님 입장에서도 외부 사람이 오니까 많이 부담스러운게 있죠.

큰당신 : 친구들은 학교 갈 때 어때요?

김지은 : 힘들어요. 학교가 산이에요. 산.

큰당신 : 학교가 산이에요? 산에 올라가면 운동되고 좋잖아요.

김지은 : 집에서도 팔굽혀펴기 운동 하는데요.

큰당신 : 집에서 팔굽혀펴기해요?

작은당신 : 운동을 열심히 하는구나?

큰당신 : 신체 단련을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어요?

김지은 : 아빠한테 혼날 때마다 팔굽혀펴기 해요.

김장봉 : (머쓱) 아하하하.

큰당신 : 벌 줄 때 팔굽혀펴기를 시키는구나.. 아.. 그렇구나.. 이상하게 의도한게 아닌데 자꾸 이렇게 나쁜 아빠 이미지가 되어 가는구나..... 하하.

큰당신 : 학교 가서 친구들 만나면 뭐하고 놀아요?

김지은 : 쉬는 시간이 짧아서 못놀아요. 화장실 갔다오면 끝.

작은당신 : 현준 친구는 뭐하고 놀아요? 

정현준 : 저는 친구랑 같이 교구하면 놀아요.

큰당신 : 그렇군요. 한글은 읽을 줄 알아요? 아직 글자는 모르나요?

정현준 : 네.

큰당신 : 우리 지은 친구는 아빠에 대해서 뭔가 계속 폭로를 하고 싶어하는것 같네요?

작은당신 : 여기 나온 이유가 혹시 그거 말하려고? 하하

큰당신 : 김해에 사신지는 오래 되었습니까?

김장봉 : 어렸을 때 여기 계속 있다가 결혼하고 분가하면서 부산에 살게 되었죠.

큰당신 : 오늘은 본가에 딸과 놀러 오신거군요. 우리 친구들은 부산이 고향인가요? 김해인가요?

정현준 : 저는 원래 서울에 살았어요. 

큰당신 : 서울에서 살았어요?

정현준 : 어릴 때는 서울에서 살았는데.

작은당신 : 지금이 어릴 때 아닌가요?

큰당신 : 도대체 얼마나 어릴 때?

정현준 : 한살때요.

큰당신 : 한 살 때 서울에서 살다가? 지금 나이먹고 김해로 왔네요? 서울이 좋아요? 김해가 좋아요? 

정현준 : 김해가 좋아요.

큰당신 : 왜 김해가 좋아요?

정현준 : 김해는 재밌는 것들이 많아요.

큰당신 : 김해 뭐가 제일 좋아요?

김지은 : 할머니가 튀김장사해서 튀김 먹어요.

큰당신 : 할머니가 김해에서 튀김 장사 하세요?

정현준 : 뭐가 제일 재밌냐면, 혼자 있을 때 몰래 밖에 나가 뛰어 노는거요.

큰당신 : 뛰어 놀데가 많아서 좋네요? 서울에는 뛰어 놀 데가 많이 없죠? 아버님은 김해에 사시다가 지금 부산사시고 김해 왔다 갔다 하시는데 김해는 부산보다 이거는 좋은 것 같다는 거 하나 있습니까?

김장봉 : 부산보다 김해...

큰당신 : 김해살면 다른데보다 이건 좋아하는 것.

김지은 : 뛰어 놀 수 있어요. 

큰당신 : 아이들은 역시 뛰어 놀 수 있는걸 좋아하네요. 

김지은 : 튀김먹고 실컷놀고 매일 할머니는 치킨 사준다고 하고. 

큰당신 : 역시 할머니한테는 손주가 최고죠.

작은당신 : 할머니는 좋아하고 아빠는?

김장봉 : 아하하하하.

큰당신 : 지은이는 할머니 파네요. 할머니파. 아빠는 팔굽혀펴기만 시키고. 아까 아버님께 드린 질문, 부산보다 김해가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김장봉 : 김해가 좋은 점... 음... (침묵)

큰당신 : 별로 없는 것 같네요. 부산이 더 좋다! 역시 자본주의에 물든 어른은 큰 대도시가 좋고, 자본주의가 아니고 순수한 아이들한테는 김해가 좋다는거네요. 하하하.





말 잘하는 아이들 둘이 있으니 대화가 뒤죽박죽이었다. 질문을 하면 아까 했던 질문의 답이 나오기도 하고, 아빠와 잘 놀다가도 아빠에게 서운했던 것들을 처음만난 삼촌들한테 폭로하기도 하고 그런 딸의 모습에 아빠는 당황하기도 하고. 엉망진창이었지만 재미있는 인터뷰 시간이었다.


그리고 튀김 장사를 하신다는 지은이 할머니네 가게가 궁금했다. 언제 동상동에 다시 가면 튀김을 먹으러 가야겠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하니까 할머니 튀김, 정말 맛있을것 같다.



(본편은 아래 동영상으로 시청하세요)

https://youtu.be/inSn7kxzM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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