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천국 - 천국의 알바 18기]
일하던 곳에서 6월부로 퇴사하고 천국의 알바 18기에 지원했다. 우연히 모집 공고를 보고 묘한 기분을 느꼈다. 여기에 꼭 지원해야한다는, 그러도록 정해져있는 것 같은 강한 운명(!!)의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하고 2차 온라인 미션도 치렀다. 도중에 자신감이 뚝 떨어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3차 면접을 볼 때까지, 그리고 합격 전화를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왠지 내가 될 것 같은데...?하는. 아마도 이번 천국의 알바의 주제가 나와 잘 맞았고, 모든 과정에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임했기 때문에 가능한 확신이었을 거다.
오늘 글에서는 3차 면접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어떤 질문을 받고 어떻게 답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다뤄볼 예정이다.
2차 합격 통지를 받고나서 면접까지는 8일의 시간이 있었다. 제일 먼저 이전 기수의 면접 후기를 읽어보았다.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면접을 볼 장소는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질문을 주로 하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17기까지 축적된 수많은 후기를 읽어보며 면접에 대한 감을 잡아나갔다. 19기에 지원한 분들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면접을 준비하다가 이 글을 읽어보게 될 것이다. 나에게 길라잡이가 되어줬던 이전 기수 분들의 후기처럼 내 글도 19기 지원자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면접이 시간대 별로 10명 정도씩 나눠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미리 자기와 같은 시간대에 오는 면접자들과 채팅방을 만들어 서로 알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나 역시 나와 같은 시간대에 면접을 보는 분의 블로그를 발견하고 그 분이 만든 채팅방에서 다른 3명의 면접자와 미리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면접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에 대해 의견도 주고 받고, 긴장되는 마음도 공유했다. 4명밖에 모이지 않았고 많은 정보를 공유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실제 면접에 들어가서 서로의 긴장을 덜어주고 찰떡같은 호흡을 맞추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되었다.
후기를 읽어보며 면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파악했다. 이제 예상 질문을 정리할 차례였다. 이전 기수의 면접 후기에 등장한 질문을 모조리 연습장에 정리했다.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이 글에서 소개하지는 않으려 한다. 대략적으로만 언급하자면, 영어 면접에서는 공통적으로 자기소개를 해야하고, 시사 혹은 상식 질문을 한다거나 자기소개서와 2차 미션에 관련된 내용을 물어보기도 한다. 인성 면접에서 역시 공통적으로 자기소개를 하고, 천국의 알바를 통해 자신의 삶이 어떻게 바뀔 것 같은지, 만약 갈등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자기소개서와 2차 미션에 관련된 질문을 한 뒤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서 묻는다.
이렇게 예상질문을 정리한 뒤에는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봤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연습장에 간단히 메모했다.
예상 질문을 정리하면 할수록 이 면접은 뭔가를 공부하고 답변을 준비한다고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천국의 알바 주제에 맞춰 어떤 능력을 발휘하고 어떻게 다른 이들과 잘 어울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지에 대해 면접관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건 며칠 동안 예상질문 목록을 만들고 답변을 줄줄 외운다고 완성될 수는 없는 부분이다. 본인이 평소 자기 자신의 이력, 미래의 꿈, 가치관 등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해둔 바가 있고 자신의 2차 미션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영어 면접 때 어떤 시사 질문이 들어올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최근의 시사 이슈에 대해 파악해두고 어려운 단어(최저임금, 물가 등)는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익혀두는 것이 좋다.
면접 장소였던 알바천국 본사는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다. 내가 배정된 시간은 9시 45분. 딱 출근 시간대에 1시간이나 지옥철을 타고 이동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지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면접장소 근처의 게스트 하우스를 하루 예약했다. 면접 하루 전 편한 옷을 입고 여유롭게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 거기서 나머지 준비를 마치고, 면접 당일엔 가방에 챙겨왔던 면접 복장을 입고 알바천국 본사로 걸어갔다. 아침 공기를 맞으면서 10분 정도를 걸으니 긴장을 푸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평소 만원 지하철을 타면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편이라 고민 끝에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는 것을 선택했는데, 매우 훌륭한 결정이었다.
면접 후기를 읽어보고, 예상 질문을 만들고, 거기에 하나씩 답변을 생각해보는 것은 사실 2-3시간 정도면 끝나는 작업이었다. 면접 하루 전 날, 남는 시간 동안 뭘할지 고민하다가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면접을 하는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상상해보는 것이다. 면접 후기에 올라왔던 현장 사진을 떠올려보다가 자연스럽게 내가 면접장에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넘어가게 됐다.
면접 과정을 영상으로 남긴 이전 기수 분의 브이로그(보러가기)가 도움이 많이 됐다.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그것도 1인칭 시점으로 현장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했다. 실제 면접장에 갔을 때 내부 구조나 분위기가 낯설지 않아서 긴장을 더는 데에 도움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알바천국 본사로 찾아가는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차근차근 상상해보았다. 상상 속에서 면접이 시작되면 어떤 질문이 나올지도 떠올려보고, 거기에 실제로 대답한다 생각하고 혼자서 떠들떠들 말해보기도 했다. 면접이 다 끝난 뒤 건물을 나오는 것까지가 이미지 트레이닝의 마무리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수십차례 반복했다. 그러다보면 가끔 상상이 아주 멀리까지 가기도 한다. 합격자가 발표되는 날 전화를 받고 ‘네? 진짜요?’하는 순간, 코펜하겐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 뭐 먹을지 선택하는 순간까지도 상상하게 된다. 현장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도, 모든 것을 끝마치고 귀국편 비행기에서 내려 인천공항에 발을 딛는 모습까지 상상하기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모든 상상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이렇게 되도록 정해져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최종적으로 합격을 했으니 이런 내 느낌은 아주 터무니없는 설레발은 아니었나보다
지금까지는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이었고, 이제부터가 실제 면접 내용이다. 최대한 상세하게 써볼테니 혹시라도 이 글을 볼 19기 지원자분들의 이미지 트레이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알바천국 본사는 2호선 선릉역 근처에 있다. 4번 출구로 나와 한 블록 걷고나면 ‘한신인터밸리 24’라는 건물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커다란 에스컬레이터가 보일텐데 그 왼쪽으로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된다.
알바천국 본사 안으로 들어가서 망설이지 말고 주위에 물어보면 대기 장소를 안내받을 수 있다. 거기서 이름표를 붙이고 초상권에 관련된 서명을 한다. 다른 면접자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준비된 과자와 음료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면접 시간이 된다.
내가 속한 조는 나까지 총 3명뿐이었다. 한 명은 다른 시간대로 옮겼고, 다른 한 명은 면접에 불참했다. 세 명이서 미리 카톡을 하며 통성명을 했고, 호흡도 잘 맞는 편이었다. 대기 장소에서 같이 장난을 치거나 영어 면접을 대비해서 역할을 분담해두었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직전 다같이 손을 모아 짧게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우리조는 영어 면접을 먼저 보게 되었다. 면접장에 들어가니 과장님 한 분과 천국의 알바 16기 한 분이 영어 면접을 담당하고 있었다. 간단한 인사와 면접자의 이름 확인이 끝난 뒤 바로 영어로 면접이 진행되었다. 면접관 두 분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시고 말도 느릿느릿 해주셨지만 아무래도 영어로 말하는 것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보니 셋 다 잔뜩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내부가 너무 덥기도 했다. 나만 긴장해서 더운가 했는데 옆의 다른 면접자분도 땀을 흘리고 계셨다.
영어 면접에서 주어진 공통 질문은 두 가지였다.
자기소개
음식과 관련된 가장 행복한 기억은?
자기소개는 아주 기본적이라 모든 면접자들이 미리 준비해왔던 질문일 것이다. 나부터 시작했는데, 외웠다는 티가 팍팍 나는 내 자기소개가 끝나자 과장님이 너무 길게 할 필요도, 외운 문장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으니 편안하게 답변해달라고 했다. 내가 느끼기에도 암기한 문장을 줄줄 외는 것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두 번째 공통질문은 1차 서류에 사전 등록한 사람들에게만 미리 알려준 질문이었다. 아마도 면접관 분은 모든 지원자에게 질문을 미리 알려준 것으로 알고 있는 듯 했다. 우리 조 세 명 중에서는 단 한 명만 사전 등록을 했는데, 면접관이 ‘미리 알려준 질문 알죠? 그걸 물어볼 건데요.’라고 (물론 영어로)말씀하시길래 사전등록을 하지 않았던 나와 다른 지원자는 아주 당황스러웠다.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답변하게 되었는데,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질문이라 그런지 문장 수준이 급격히 떨어졌다. 거의 주어 동사 목적어만 있는 문장을 나열하면서 더듬더듬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현지인 친구들이 내게 전통음식을 대접해주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는 말을 하려는데, ‘초롱초롱한 눈’을 어떻게 말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I don’t know how to say this.. 초롱초롱 eyes’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부족한 영어로라도 최대한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한 듯 하다.
공통질문이 끝난 뒤에는 각자의 1차 자기소개서와 2차 미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내게 주어진 질문은
2차 미션에서 제안한 레시피에 대해서 짧게 설명해주세요.
독립출판으로 책을 냈다고 했는데, 독립출판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이 두 가지였다. 내가 다른 답변에서 횡설수설하느라 말이 너무 길어졌는지 면접관분이 짧게 해달라는 말을 질문할 때마다 덧붙이셨다.
2차 미션에서 제안했던 토마토칼국수와 유자비빔국수 레시피를 개발하게 된 사연을 짧게 소개했고, 독립출판 질문에 대해선 세상에 없던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어서 독립출판을 선택했다고 답변했다.
다른 분에게도 레시피에 대해서 물었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셨던 분에게는 남북통일에 관한 의견을 물어보기도 했다.
질의응답이 끝난 뒤엔 롤플레잉을 할 차례였다. 제비뽑기로 어떤 상황을 연기할지 정하는데, 누가 할까 고민하다가 세 명이 다같이 손을 넣어서 뽑았다.
우리조가 연기할 주제는 아래와 같았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의논하라.
롤플레잉 전 상의할 시간을 3분 정도 주는데 이 때는 한국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조는 세 명이어서 그런지 역할을 분담하고 어떤 내용을 말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아주 간단했다. 상의가 끝난 뒤엔 면접이 시작되기 전 했던 것처럼 손을 모아 화이팅을 외쳤다.
우리가 있던 곳을 숙소로 설정해서, 아예 바깥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으로 롤플레잉을 시작했다. 나는 피곤하니까 숙소에서 쉬자고 주장하는 역할을 맡았고, 다른 분들은 미술관과 술집을 가자고 주장하는 역할을 각각 맡았다. 잠깐의 논의 끝에 결국 다같이 조금 쉬었다가 학생할인을 해주는 시간대에 미술관을 들리고, 숙소 근처 미리 예약해둔 펍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롤플레잉을 끝마쳤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다른 두 지원자분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그리고 멋있게 깔끔한 마무리 멘트를 하셨다. 자연스럽게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미 두 분이 하셔서 더 덧붙일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이건 좀 관련 없는 얘기일 수 있는데, 여기 내부가 너무 더운 것 같다. 내가 긴장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덥다. 우리 다음으로 들어올 면접 조들을 위해서라도 에어컨을 가동해야할 것 같다.
라고 말했다. 사실 앞에 두 분이 했던 말이라도 그대로 반복할 수도 있었는데, 더듬거리는 영어로 할 바에 인성면접에서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잘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덥다는 거 말고 정말 할 말이 더 없냐고 면접관이 되물었을 때 그렇다고 했다.
면접관이 한국어로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순간 막혔던 숨이 턱 하고 풀리는 듯 했다. 덧붙여 영어가 얼마나 유창한지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소통할 의지가 있는지를 보는 것이니 영어 면접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상심하지 말고 인성 면접에서 못다한 말을 다 하면 될 거라고도 말씀해주셨다.
영어 면접장을 나와 잠시 기다리다가 인성 면접장으로 들어갔다.우리가 활동할 코판 라이스의 공동 대표 한 분, 알바천국의 직원 두 분. 이렇게 세 분의 면접관님이 맞이해주셨다.
면접 후기에서 보았던 인생 그래프 그리기나 자신을 영화장르로 표현하기 등의 활동은 이번 면접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인성면접도 영어면접과 마찬가지로 바로 공통 질문이 주어졌다.
30초 이내의 자기소개
천국의 알바로 덴마크에 가서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
자기소개를 30초 이내로 짧게 해야된다고 생각하다보니 꼭 해야할 말도 다 못하고 어정쩡하게 말을 마쳐버렸다. 그렇게 이미지트레이닝을 많이 했어도 실전에서는 이렇게 뭔가가 흐트러지고 만다. 다시 자기소개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천국의 알바 18기에 꼭 맞는 내 능력에 대해서 똑부러지게 말하고 싶다.
두 번째 공통질문에 대해 나는 도전하고 성취하는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남미여행을 다녀오고 독립출판을 한 뒤로 이렇다할 도전도 성취도 하지 않고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천국의 알바 18기가 되어 덴마크에 가서 익숙한 일상이 아닌 비일상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성취감을 잔뜩 느끼고 싶다. 모든 활동이 끝나고 팀원들과 함께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
이렇게. 그럴싸한 말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추상적이고 허울좋은 답변이었다. 내 답변이 끝난 뒤에 내 옆의 다른 면접자 분이 ‘저는 좀 구체적인데요’라고 말을 시작하면서 본인이 덴마크에 가서 할 활동에 대해 정말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듣고 이거 큰일났다 싶었다. 만약 지금 다시 이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활동을 할 것이고 그 일을 할 때 내 어떤 능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할 것이다.
이어서 2차 미션을 토대로 한 개인 질문이 이어졌다. 각자의 미션에서 흥미로운 점에 대해 질문하는 듯 했다.
내가 받았던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메인 메뉴로 국수를 두 가지나 제안했는데 국수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제안한 메뉴와 팝업 이벤트 사이에 연관점이 없다. 국수 메뉴를 활용한 이벤트는 생각하지 않았나?
메뉴를 제안하면서 덴마크 통화로 가격을 설정했던데, 설정한 기준이 있다면?
(위의 답변에 이어서) 그 가격을 한국 돈으로 하면 만원인데, 과연 손님들이 그 돈을 주고 국수를 사먹을까?
2차 미션에 대한 질문이라서 처음에는 어렵지 않게 술술 답변을 했다. 국수 메뉴를 활용한 이벤트도 생각해두었던 것이 있어서 그 얘기를 했다. 하지만, 가격 설정에 대한 질문을 받자마자 머릿속에 새까맣게 되었다.
2차 미션을 하면서 실제 신메뉴를 개발한다고 생각하고 내용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은 어느 정도가 좋을지 생각해서 써두었는데, 2차 미션을 했던 사람 중에 가격을 설정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며 어떤 기준으로 가격을 매겼는지 질문해 온 것이다.
미션을 할 당시에는 분명히 이런 저런 자료도 찾아보고, 덴마크 식당끼리의 가격도 비교해보고, 한국돈으로 얼마인지도 계산해보면서 가격을 정했다. 그런데 면접을 준비하면서 그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히 제대로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나중에 면접관에게 들어보니 멋진 대답을 기대하며 이 질문을 했고, 여기에 제대로 대답했다면 큰 점수를 받았을 거라고 하셨다. 면접을 보게 되었을 때 자신의 2차 미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 이 점을 절대로 놓치지 말자.
또 다른 개인 질문으로
4명이 현지에서 활동 중 어떤 갈등이 생길 것 같은가?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은가?
위와 같이 물어보셨다.
평소 한국에서만 유독 크게 작용하는 나이에 따른 서열 문화가 공동체의 활동에 제일 큰 방해 요소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이 점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언니 오빠 형 누나의 호칭을 붙이는 나라이다보니, 나이에 따른 서열 문화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천국의 알바로 선정되어 현장에 가게 되면 다같이 영어 이름을 사용해서 호칭을 붙이지 않도록 하고, 또 다같이 반말을 사용해 의견을 수월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다른 면접자 분이 답변을 하다가 눈시울을 붉혀서 나도 따라 울컥하는 마음이었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차분하면서도 씩씩하게 마지막 말을 했다. 1차 서류 지원을 할 때부터 마음 속에 맴돌았던 알 수 없는 자신감과 내가 될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그래서 이 능력으로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말했어야 하는데 참 추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으로
천국의 알바에서 저같이 똘똘한 알바생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라고 자신감 넘치게 말했을 때, 미소 짓는 면접관들의 얼굴을 보면서 내가 보여준 모습이 아주 터무니없는 것들은 아니었구나 하고 확신할 수 있었다.
발대식에서 면접관으로 계셨던 두 분을 만나 어떤 기준으로 최종 4인을 선발했는지 여쭤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4인의 케미였다. 현장에서 팀원들과 잘 어울려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행할 프로젝트에 필요한 역할을 각자 분담할 수 있도록 적절한 능력을 갖춘 이를 선발한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각각 레시피&요리, 기획&마케팅, 영상 촬영&편집의 역할을 기대하며 뽑았다고 했다. 그럼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며 잠시 의아해했지만 나에게선 팀원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한 팀으로 잘 융화될 수 있도록 돕는 소통 능력를 기대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또, 요리나 기획이나 영상, 어느 분야의 일을 맡겨도 어느 정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도 말씀해주셨다.
나름 잔뜩 긴장한 채로 면접장에 들어갔지만, 워낙 성격이 밝고 말이 많은 편이라 면접이 시작되자마자 밝게 웃으며 답변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아 이번에는 얘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또, 다른 면접자의 질문과 답변에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의견이 있다면 나서서 발언을 했는데, 이렇게 타인의 이야기를 내 것처럼 생각하고 보완해주는 모습을 보고 큰 점수를 줬다고 한다.
우선은 1차 자기소개서와 2차 미션을 열심히 준비하자. 거기에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것이다. ‘천국의 알바가 찾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예요! 이 미션을 제일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접니다!’라고 소리치는 듯한 자기소개서와 온라인 미션을 선보여야 한다.
그리고 면접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이력, 가치관, 미션과 관련된 능력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보자. 또 자신의 2차 미션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해서 어떤 질문이 들어오더라도 막히지 않고 술술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미션과 관련하여 자신의 특화된 능력이 있다면 한 점 남김없이 표출하고 자랑하자. 만약 딱히 능력치가 도드라진 분야가 없다면? 뭘 맡겨도 평균 이상은 해낼 수 있다는 다재다능함과 밝고 씩씩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내 경우 수없이 반복한 이미지 트레이닝이 큰 도움이 됐다. 덜 긴장한 채로 다른 이와 소통하는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덴마크에 가게 되었습니다. 1차, 2차, 3차에서 잘 해왔던 것처럼 현장에서 누구보다 즐겁게, 씩씩하게 미션을 수행하고 돌아올게요. 4명의 팀원이 출발도 하기 전부터 각자의 능력과 넘치는 케미를 발휘하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답니다. 덴마크에서 7시간 늦게 날아오는 소식, 계속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