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계약서의 세부 항목과 삼작가의 작업 풍경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연재 주기도, 분량도, 내용도,.. <나의 독립출판 이야기>를 참 아무렇게나 하고 있는 이마수막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지금까지의 다섯 편은 독립출판을 다짐하고,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과 작업했던 시간에 대해 썼습니다. 오늘은 저번 편에서 말씀드렸듯이 번외편이에요. 앞선 연재분에 다 담지 못했던 사진과 영상, 그리고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해요.
저번 편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 세부 사항은 함께 싣지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상세하게 다 알려드립니다. 계약서는 이희정 작가가 일전에 계약했던 내용의 항목들을 토대로 내용을 작성해주었고, 그걸 제가 인터넷에서 찾은 계약서 양식에 넣어 완성했어요. 아래가 그 내용입니다. 형식적인 부분은 생략할게요.
제 3조 (의뢰내용)
1. 작품 내용 : 여행사진을 기반으로 한 삽화
2. 사용처 : POSTCARD - 남미 (가제) 독립출판
3. 매수 : 31매 (2p 펼친면, 표지 포함)
4. 색깔 : 흑백 30매 / 컬러 1매 (표지)
5. 정보 제공 : 사진, 텍스트 자료, 기본 정보 및 주요 키워드를 이메일로 송부
6. 결과물 : ai 혹은 png 일러스트 완성본 및 출력을 위해 pdf 형태로 배치된 파일 제공
제 4조 (단가 설정 및 제공)
1. 펼침면 *만원/매(2p), 전지 *만원/매, 반지 *만원/매 (부가세 없음)
2. 텍스트와 이미지가 혼용되는 대부분의 페이지는 반지, 그림의 밀도가 높은 삽화의 경우 전지로 진행.
3. 유일한 컬러 삽화인 표지는 펼침면 단가로 구분
4. 선금 40만원을 최초 작품비용으로 본 계약서 작성 후 24시간 이내 지급한다.
5. 전체 작품 완성 시, 총 31매를 초과하는 경우 단가 기준으로 재협의한다.
6. 완성된 삽화를 의뢰자가 승인한 매수만큼 중도금 청구 가능
7. 전체 작품 완성 시, 총 31매의 작품 수 기분으로 작품 총액은 *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단, 작품이 31매를 초과하는 경우 단가 기준으로 재협의한다)
제 5조 (권리귀속)
1. "갑"은 자신의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제작된 독립출판물 <POSTCARD - 남미(가제)> 일체의 구성에 관한 지적소유권을 가진다.
2. "을"은 자신이 제공하는 삽화에 관한 저작권을 가진다.
3. "갑"은 독립출판물 <POSTCARD - 남미(가제)>의 출판권을 가진다.
생략된 내용은 계약의 목적, 신의 성실의 의무, 계약 기간, 계약 해지, 비밀유지, 일반관례, 손해배상 등 계약서에 으레 포함되는 기본적인 사항들이에요. 만약 독립출판을 비롯한 소규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전혀 감이 오지 않으신다면 제가 올려드린 내용을 참고해보세요. 사실 계약서 쓰면서 느낀 건, 딱딱 정해진대로 써야한다기보단 꼭 협의가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 번호 붙여 쓰면 된다는 점이었어요.
이제부턴 작업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사진과 영상을 보여드릴게요.
짜잔. 독립출판물 <POSTCARD>의 첫 그림입니다. 삽화작가인 이희정 언니가 프로젝트를 제안 받은 후 처음으로 그려준 그림이에요. 저의 여행사진을 보고 그렸답니다. 배경까지 포함한 전체 그림은 책의 한 페이지로 들어가 있기도 해요.
이것 역시 초기 그림이에요. 강인한 배낭여행자의 모습! 제가 여행하면서 실제로 썼던 배낭 모양을 그대로 살려 그렸어요. 그래서 이 배낭 브랜드에 스폰을 요청해볼까? 잠깐 생각하기도 했어요ㅋㅋ 생각만...했지만요.....
발간된 책과 비교해보면 그림체가 꽤 달라졌어요. 이희정 작가는 원래 매우 여유있고 편안한 느낌으로 그리던 편이었는데, '컬러링이 가능한 책'을 만들기 위해 펜선을 정돈해 좀 더 명확한 그림을 그려주었습니다.
작업하는 이희정 작가입니다. 그림쟁이의 태블릿PC, 그림쟁이의 스케치북, 그림쟁이의 필통... 저한테는 뭔가 범접할 수 없을 것 같고 멋있어 보여서 막 찍었어요. 손에 쥔 펜 끝에서 이런 저런 풍경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정말 신기할 뿐입니다. 이희정 작가는 펜으로 종이에 그림을 그린 후 스캔하여 일러스트레이터로 후반 편집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해요.
작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여행지에서 썼던 물건과 기념품을 가져와 보여주기도 했어요. 남미의 온갖 물건들을 테이블 위에 흩어두고 마주 앉아 함께 작업했던 그 때 그 새벽을 떠올리면 아직도 왠지 기분이 좋아져요.
이번엔 손글씨와 편집을 맡았던 신수정 작가의 작업 모습이에요. 이직 후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프로젝트에 열성적으로 참여해주었어요. 사진 속 장면도 휴일에 약속을 가기 전 잠시 만나 급히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엇.. 사진에 제 팔이.. 나왔네요ㅋㅋㅋ)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신수정 작가 또한 종이에 펜으로 작업한 후 스캔하여 일러스트레이터과 인디자인으로 편집했습니다.
이전 연재분에도 언급했던가요?(예, 너무 아무렇게나 쓰고 있어서 전에 뭘 썼는지도 모릅니다...) 이희정 작가와 신수정 작가 두 분은 동갑입니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어색하거나 부딪히는 일 없이 잘 맞았어요. 둘이 같이 노트북과 같은 USB 허브를 쓰는 등 신기한 공통점이 많았어요. 두 분이서 워낙에 잘 협업해주어서 저는 가끔 '내 책인데 내가 없어도 잘 만들어지겠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저 생각은 틀린 것이겠지요. '내 책'으로 시작했지만 세 사람(일명 삼작가)이 함께 하면서 '우리 책'이 됐으니까요. 책의 주제 역시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의 여행기'를 표방하고 있으니 일맥상통해서 좋네요. 하하.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영상이에요. 두 작가 분이 삽화와 손글씨 사이에 통일감을 주기 위해 이야기 나누는 모습입니다. 이 곳이 <나의 독립출판 이야기> 2편 도입부에 등장했던 까페에요. 각자 본업이 있어 셋이 함께 만나려면 새벽에야 가능했던 삼작가가 두어번 방문했던 24시간 스터디 까페입니다. 영상에서처럼 의견을 주고받다보면 어느새 목소리가 커져 <나의 독립출판 이야기> 2편에 나왔던 것처럼 직원에게 주의를 듣기도 했지요(중간에 잘 들어보시면 들립니다. 주의를 듣고 '아..죄송합니다...예..'하는 소리).
여기까지가 제가 소개하고 싶었던 독립출판물 제작 과정의 이모저모입니다. 원래는 편안한 분위기로 쓰려고 했던 <나의 독립출판 이야기>가 어쩐 일인지 너무 엄숙한 문체로만 써져서 저 스스로도 조금 갑갑하게 느껴졌는데 '번외' 이름표를 달고 편한 말투로 써보니 좋으네요. 보신 분들도 같은 마음이길 바랍니다.
이어지는 6편부터는 작업 마무리와 본격적인 제작(업체 제작)과정, 홍보와 마케팅, 크라우드 펀딩 도전, 오프라인 판매, 출간기념회 등등의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주시고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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