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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밋너 Jul 26. 2024

20240708~0723: 지난 주에 뭐 봤니? #4

두 주 동안 보고 읽은 것들의 기록

지난 2주 동안 이유 없이 바빴다. 정리할 것도 많고 해야 하는 것도 많고. 머리가 지끈지끈한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다. 


# 연극/뮤지컬

연극 <햄릿> | 4/5

2024-07-08 19:30 : 이봉련, 김수현, 성여진, 김용준, 류원준, 안창현, 신정원, 김유민, 김별, 김정화, 이승헌, 허이레, 노기용

드디어, 마침내, 기어코 봤다. 그것이 첫 번째 감상이다. 코로나19 시절 끝내 보지 못했던 공주 햄릿의 이야기. 기대가 컸던 탓인지 기대만큼의 감격은 오히려 없었는데, 이봉련이라는 배우 하나만으로도 기꺼이 보러 올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역할 일부의 젠더스왑으로 인해 나는 공주 햄릿이 권력을 욕망하는 이야기보다 모계사회의 적장자로서 가부장제를 단죄하는 대죄자代罪者 같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오리지널 텍스트 <햄릿>이 갖는 해석에서는 멀어졌다는 의견도 납득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 3.5/5

2024-07-10 19:30 : 전동석, 카이, 이지혜, 김지우, 문성혁, 김대종, 조민규, 이시아 외 앙상블

인정한다. 정말 오랜만에 보니까 도파민 팡팡 터지고 자극적이고 재미있다. 이 맛에 프랑켄 보는 거였지. 무엇보다 나 동빅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목소리에 적응을 못할 뻔했다. 내 기억보다 훨씬 묵직해서. 하지만 정말 프랑켄슈타인은... 참 어쩌다 이런 뮤지컬이 탄생했을까? 싶을 정도로(긍정적인 의미) 볼 때마다 묘한 느낌을 준다. 여전히 빅터와 앙리의 캐릭터성과 비교했을 때 엘렌과 줄리아 캐릭터가 조금 더 디벨롭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이미 10주년을 맞은 극에 뭘 더 바라겠나. EMK 프로덕션 첫 시즌인데 이전 시즌과 크게 달라진 점을 못 느낀 건 아마 내가 회전러가 아니라서겠지. 어쨌든 오랜만에 정말 재밌게 봤다. 인터 때 약간의 개인적인 이슈로 2막 집중을 잘 못했던 게 유일한 아쉬움.


연극 <빵야> | 3.5/5

2024-07-11 19:30 : 박성훈, 김국희, 오대석, 송상훈, 허영손, 금보미, 이서현, 박수야, 최정우

2024-07-21 18:30 : 박성훈, 김국희, 박동욱, 견민성, 허영손, 금보미, 진초록, 박수야, 최정우

최근 스케쥴이 계속 꼬여서 볼 때마다 이상하게 김국희 나나를 고정해서 보는 사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진희 나나와 전혀 다른 매력이 있고, 김국희라는 배우야 워낙에 믿고 보는 만큼 불만은 한 톨도 없다. 김국희가 뿜어내는 강렬한 감정들, 보는 사람의 감정을 휘어잡고 자신에게로 끌어들이는 그 놀라운 장악력은 내가 이 극을 조금 더 감정적으로 보게 만들어준다. 인터뷰 이후 완전히 애배로 자리잡은 최정우의 길남과 신출, 그리고 그 외 많은 역들 역시 보는 즐거움이 있고. 무엇보다 '글을 쓴다'는 행위를 베이스로 한 감정의 파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계속 나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21일 공연에 B언니와 M을 데리고 간 이유이기도 하고. 둘 다 극을 너무 잘 봐줘서 나까지 행복해지는 밤이었다. 대본집 냅다 소매넣기 해줌.


연극 <마이 디어 앵거> 3/5

2024-07-13 15:00 김기택, 오정택

2024-07-20 15:00 오정택, 강기둥

구체적인 시놉시스도 없는 연극을 냅다 예매한 건 배우들의 이름이 주는, '강기둥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 때문이었다. 강기둥이라는 배우에 대한 굳은 믿음, 그리고 출연진에 이름을 올린 오정택이라는 배우에 대한 깊은 신뢰. 첫공을 보며 약간 모호하다는 감상을 받고도 자둘표를 버리지 않고 보러 간 이유이기도 하다. 플롯은 단순한데 자전적으로 들릴 수 있는 독백들이 극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 '배우'의 이야기인지 궁금해지는 지점들이 있었다. 나중에 관대 후기를 찾아보니 경험에 기초해서 거의 창작한 내용이라고는 하더라만, 중요한 건 그게 실제냐 아니냐를 떠나서 무대 위의 배우가 어떤 역할이 아닌 '날 것의 자신'을 보여주는 연극의 형태가 내게, 그리고 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는 오롯이 역할의 가면 아래 자신을 완전히 숨기기를 바랄 것이냐, 배우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때로는 무대 위에서도 '사람'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냐. 글쎄, 두 번을 보면서도 그 호불호와 장단점에 대해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뮤지컬 <접변> 3.5/5

2024-07-23 20:00 양서윤, 임찬민, 정선기

나비와 치파오. <M. 버터플라이>의 실루엣을 마음에 드리운 채 보러 간 공연이었다. 주말에 뉴스레터를 위한 인터뷰가 잡혀 있어서, 일단 조금이라도 빨리 보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가능한 날에 맞춰갔는데 요즘 드물게 프리뷰 50% 할인을 해줘서 시작부터 만족도가 높았다. 요즘 티켓 가격이 워낙 비싸야지. 극의 내용을 떠나 반원형 무대인 TOM 2관에서 무대를 이렇게 길게 쓰는 건+3단으로 쓰는 건 처음 본 듯해서 이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1939년이라는 시대 설정과 중국 상하이 내 프랑스 조계지라는 공간 설정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꽤나 정치적인 배경 위로 펼쳐지는 두 여성의 이야기인데 한 명 있는 남배가 매우 도구적인 기능으로 쓰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찾아보니 중국 원작도 그렇다는 듯. 대학로 연뮤판(?)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중국풍의 넘버와 중국의 역사에 기반한 스토리라인이 장벽일 수 있고 전체적으로 정적인 분위기가 집중력을 약간 해칠 수 있으나 배우들이 매력적이고 오타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부분들이 매력적으로 빛나는 작품이다.


# 영화/드라마

드라마 <조코 안와르의 나이트메어 앤 데이드림>-6. 최면(3.5) / 7. 사서함(2.5)


인도네시아판 어벤저스라는 평가가 왜 나왔는지, 마지막까지 보고 나니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마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 내가 기대한 방향성과 많이 달라서 미묘한 얼굴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영화 <애프터썬> 4.5/5

감독 : 샬롯 웰스 | 출연 :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외

쓰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은데 텅 비어버렸다. 내게는 남은 테이프가 없다. 내가 기억하는 것들과 기억해야 했던 것들,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 사이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일렁인다. 이토록 섬세하고 대담한 시선, 그리고 폴 메스칼의 등. 밤바다를 향해 걸어들어가던 폴 메스칼의 등, 맨살로 울고 있던 폴 메스칼의 등, 꿈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폴 메스칼의 등이 눈에 깊이 남았다. 그 등은 폴 메스칼의 것이지만, 동시에 폴 메스칼의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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