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한 권 다 읽었다. 출산 후 처음으로 작가의 말까지.마지막 몇 쇄본 인지까지 눈에 넣었다. 고작 오전 3시간이었다. 내가 책을 한 권 다 읽을 수 있는 시간.
방금 완독을 끝낸 책 마지막 에피소드는 남편이 얼마 전 사고로 죽은, 한 아내의 이야기다. 전형적인 신파가 아니라 오히려 반전으로 읽혔다. 언어로 닿지 않아 표현이 어려운 섬세한 감정을 글자로 녹여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에피소드 속 아내는 '마음을 풀러' 떠난 여행에서 - 남편을 아는 - 동창을 만나 몸과 마음을 풀어낸다.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몰라 부유하듯 떠 있을 때, 교사인 남편이 계곡에서 구하려고 했던 - 남편과함께 죽은 - 아이의 누나 편지를 받고 생각한다. '당신이 너무 보고 싶다'라고.
그런 감정이 내게도 다시 생길 수 있을까? 보고 싶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같은 간지럽고 애틋한 마음이 다시 내게도 올까. 한 때 참 즐겨 읽었던 책도 함께 스쳤다. "그 사람은 당신을 '가구'라고 표현했어요. 늘 그 자리에 있는 익숙한 존재.'” 죽은 남편의 내연녀가 본처에게 한 말이다. 책에서는 남편의 장례식을 치르고 며칠 후, 그의 휴대폰이 울리자 아내는 그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매우 성실한 회사원이었고, 집에도 잘했지만, 그에게는 함께 한 지 꽤 된, 가정도 아이도 있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가 아내에게 전한 말은 '가구'였다. 난 남편에게 벌써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남편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오전 3시간 동안, 눈으로 필력이 훌륭한 작가의 글을 읽는 동안, 나는 처음으로 '마지막'을 생각했다.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할 수 있겠지. 그럼 아이는...? 에 까지 생각이 미치는 그것. 내 마음도 부유하고 있는 것 같다. 곧 아이가 하원할 시간인데. 웃지 않으면 아이가 금방 알아채는데. 아이 정서에도 좋지 않다는데. 난 웃을 수가 없다. 웃어지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