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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vee Aug 02. 2021

"고생했어. 잠시 쉬었다가!"

내 인생의 진짜 의미를 찾는 시간


마흔, 진짜 내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 여정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삶을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Meaningful Life'를 살아갈 수 있기를!


이 차 운행하시면 안 돼요!

다리에 몹시 뜨거운 감각이 올라왔다. 순간 띠링띠링하며 차량 모니터에 알람이 뜬다. 아무래도 냉각수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보닛에서는 연기가 폴폴 피어오르고 있었다. 강남대로 한복판, 나는 급히 가쪽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보니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얼굴을 감싼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의 모습 같았다. 보닛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안에서는 물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고, 차 아래로는 물이 줄줄 흐른다. 손이 달달 떨린다. 그 와중에 뒷 차량들의 클락션 소리가 나를 혼비백산하게 한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겨우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건다. 하필 견인차도 출동해줄 수 없다고 한다. 나는 하는 수없이 아주 조심조심 차를 달래 가며 인근 서비스 센터로 이동했다. 서비스센터로 들어오는 내 차를 보더니 정비사분이 놀라서 뛰어온다. '이 차 운행하시면 안 돼요!' 차는 엔진을 식혀주는 팬이 고장이 났다고 했다. 과도한 열을 식혀주지 못하니 과열이 된 것이고, 결국 차가 폭발 직전까지 갔던 것이다. 


하.. 사실 그날은 내가 폭발할 것 같은 날이었다. 일과 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런데  차가 내 마음을 알았던 걸까? 자기가 대신 폭발해버렸다. 마치 내가 여기에서 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를 내 차가 몸소 보여주는 듯했다. 


차를 맡기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묘하게도 홀가분함을 느꼈다. 너무도 치열하게 나를 마모시키며 버텨왔던 시간들에서 갑자기 해방된 것 같았다. 뜨겁게 달궈진 너 자신을 잠시 식혀가는 시간을 가지라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 가치를 증명하고 말 거야!

사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나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멀쩡한 대기업을 그만둔 죄였다. 나는 내 선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옛 동료를 보란 듯이 성공해야 했고, 특히 나의 가족들에게 나의 성취를 보여줘야 했다. 이미 회사에 영혼을 갈아 넣고 만신창이가 되어 나왔지만, 나는 쉴 틈이 없었다. 더 치열해져야 했다.


그렇게 퇴사 후 7년을 달려왔다. 그때 내 모토는 '프리랜서는 모든 일을 다 한다'였다. 들어오는 일은 그 어떤 일이든 다 해내고자 했다. 자리를 잡는 과정 속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그렇게 버틴 덕분에 퇴사를 하면서 이 악물고 다짐했던 목표들도 얼추 달성했다. 남들이 그렇게 소망하는 월천도 달성해봤고, 내 이름으로 책도 내봤다. 


그런데 그렇게 원하던 것들을 이뤘는데 정작 내 마음은 허무했다. 남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달려오던 시간 동안 정작 '나'는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간 동안 나를 배려하지 않았다. 내 체력과 에너지, 감정을 돌보지 않았다. 마치 그것들이 무한한 자원인 듯 아낌없이 펑펑 써버렸다. 


내 몸도 마음도 경고등을 울렸다.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없는데 더 치고 나가야 한다는 욕심은 가득했다. 욕심탓에 쉴틈없이 새벽까지 일을 해야 했다.그 욕심이 내 몸을 아프게 만들었다. 잘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이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그나마도 위경련 탓에 떼굴떼굴 구르며 일어나기 일쑤였다. 위 내시경 결과, 나의  위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신경성이었다. 문제의 근원은 내 마음에 있었다. 


일상을 OFF 하다

결국 올해 초 근 한 달 넘게 결국 준비하던 온라인 클래스 제작과 칼럼 기고를 포기했다. 그 시기 감사하게도 동영상 콘텐츠 제작과 출간 제안이 몇 차례 들어왔지만 나는 그 제안들도 수락할 수가 없었다.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고 더 진행하다가는 복구 불가능하게 망가질 것만 같았다. 그때는 일단 사는 것이 중요했다. 


우선 일을 최소화했다. 고정적으로 해오던 일이 아니면, 이미 예정된 일이 아니면 고사했다. 개인 컨설팅도 기존 고객이 아니면 진행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 시간 동안 그냥 멍을 때렸다. 이 때는 책도 보지 않고 글도 쓰지 않았다. 그 조차도 쓸 에너지가 없었다. 


회복은 몹시 더뎠다. 조급함이 올라왔다. 하지만 성급한 마음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완충되지 않은 나의 몸과 마음은 어설프게 잠시 반짝이다 금세 다시 꺼져버렸다. 나는 충분히 회복이 될 때까지 나를 철저하게 OFF 모드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을 최소화하고 SNS에서도 나를 멈췄다. 


이 시기 나의 유일한 낙은 남편과 한 시간씩 동네를 산책하며 대화를 하는 시간이었다. 고맙게도 남편은 나를 채근하지 않고 옆에서 지켜봐 줬다. 언제든, 뭐든 다 잘할 거라고 믿어줬다. 그 믿음 덕분에 나는 충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Not enough! 

그리고 이제 충전이 다 됐냐고? 아니! Not enough! 나는 더 깊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내 안 깊은 곳까지 구석구석 바라보며, 나를 사람을 돌보고 한다. 그렇게 증명하는 삶이 아닌 돌보는 삶의 가치를 찾아보려 한다. 나는 이 '쉼'의 시간 동안 진짜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을 찾아갈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련다. '충분히 쉬어가! 그래도 괜찮아. 그동안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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