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순서>
(2) 디지털화와 불황을 품고 달리는 배달 산업… 노동 이슈
(3) 치킨 게임 중인 배달시장… 매물 나온 몸값 적정가는
국내 배달(대행) 시장의 순위권 업체인 ‘생각대로’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있었다. 매각가만 4,000억 원이다. 이 회사의 모기업인 인성데이터가 보유 중인 이륜차 리스사업 ‘바이크뱅크’와 퀵서비스인 ‘인성퀵서비스’를 포함한 가격이다.
*관련 기사: [단독] 배달대행 1위 업체 ‘생각대로’ 매물로 나왔다
불현듯 배달대행(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시장에 떠도는 몇 개의 루머와 관련 기사가 머리를 스쳤다.
석 달 전이다. 신세계가 물류 스타트업인 메쉬코리아에 눈독(지분 투자 등)을 들인다는 소식이 있었다. 투자시장에 따르면 메쉬코리아의 몸값은 3,000억 원 규모다. 메쉬코리아가 이마트와 계약을 맺고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었던지라 내용의 신빙성은 더했다. 하지만 양사는 지분 인수와 매각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관련 기사: 이마트, 이번엔 라스트마일 만지작… 왜?
때마침 신세계는 로젠택배 인수전에도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사태 후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면서 쓱(SSG)닷컴 등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배송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로젠의 매각가는 3,500~4,000억 원 수준이다.
필자의 최근 소식통에는 신세계가 국내 배달대행 시장의 또 다른 순위권 주자인 ‘바로고’와 전략적 투자를 위한 비공개 미팅이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바로고의 이태권 대표를 직접 만났다는 후문이다.
이륜차 배달 업계 최초로 원더스는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Pre-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공모 자금으로 현재 특화된 휴대폰 설치 및 당일배송은 물론 신규 경험 배송 분야에 집중 투자해 밸류체인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을 진행한다는 목표다.
****관련 기사: 물류 스타트업 원더스, IPO 위한 사전 준비 시동
국내 배달(대행) 업계가 M&A, IPO 등 투자 시장에서 몸값을 달구고 있는 모양새다. 20년 전 택배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전자상거래 최대 수혜주로 꼽히던 그 시절처럼 데자뷔가 떠올랐다.
택배에서, 배달대행으로… 황금알 낳는 거위(?)
국내 택배 시장과 이륜차 배달 시장의 성장은 닮은 게 많다. 다른 게 있다면 택배는 네발(사륜차)이지만, 배달은 두발(이륜차)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은 9조 7,365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2조 9,624억 원, 2018년 5조 2,731억 원으로 최근 3년 새 84.6~93.0%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배달 업계는 통계청 자료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음식 이외에도 퀵이나 마트, 편의점 등 전체 배달 시장에는 다양한 배송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유일무이한 두 자릿수 성장 산업
2000년대 홈쇼핑과 더불어, 2010년대 이커머스와 함께 성장 중인 국내 택배 시장은 한진이 파발마라는 브랜드로 1992년 첫 서비스를 선보인 지 28년이 흐른 현재에도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 유일무이한 서비스 산업이다.
IMF 금융위기를 겪은 1998년과 카드대란 사태가 벌어진 2003년도에도, 미국발 경제 위기(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경험했지만, 택배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최근 5년 치(2015~2019년) 물동량만 해도 연평균 11.3% 수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택배 산업의 발전은 2000년대 홈쇼핑과 2010년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온라인 주문이 활성화되면서 1998년 8,000만 박스 수준이던 국내 택배 물량은 2003년 3억 8,000만 박스, 2009년 10억 박스, 2019년에는 27억 9,000만 박스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참고로 2019년 이커머스 시장은 133조 6,000억 원으로, 올해는 전년보다 20% 늘어난 159조 8,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택배가 해마다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소비 형태의 변화가 만든 물류 산업
택배 산업의 발전이 20년 전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의 성장과 함께했다면, 현재 배달 대행 시장의 성장은 음식 배달앱과 각종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의 성장과 그 궤를 함께한다. 1인 가구 증가 및 배달음식 다양화로 인해 월 1인당 배달앱 사용 빈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형태가 바뀌면서 택배와 온디맨드 배달 시장은 비대면(언택트) 수요와 더불어 서비스 격전이 재점화되고 있다. 2003년 중국이 사스(SARS) 발병으로 인해 전자상거래 자체가 시작되는 계가가 되었다면, 이번 코로나-19 발병은 국내는 물론 주요 국가의 생필품, 식료품의 온라인 쇼핑과 배달앱 사용을 고착화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더 주목할 점은 모바일 앱 쇼핑과 주문이 활발하지 않았던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코로나-19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온라인 서비스 거래의 증가와 사용자층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배달, 배송 등 상품의 물리적 이동이 더 많아지고, 그 방식이 더 다양해진다는 점을 뜻하기도 한다.
*****다음 글에서는 <디지털화와 불황을 품고 달는 배달 산업… 노동 이슈>로 IMF 외환위기 여파로 실직자들이 택배산업으로 유입되면서 폭증하는 택배 물량을 원활하게 소화해낸 과정, 그리고 택배와 배달 시장의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인 긱 워커(Gig worker), 업체 간 과당 경쟁으로 벌어진 운임 하락 등 택배와 이륜차 배달 시장의 닮은 듯 또 다른 성장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