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그림-2)를 살펴보면 택배 운송료는 박스당 2,229원 수준이다. 박스당 원가 2,204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개당 25원 정도다.
원가 분석을 좀 더 깊게 살펴보면 인건비 87원, 간선 운임(도선료) 265원, 조업료(환적, 상하차) 247원, 대리점 수수료(집하, 배송) 1,253원, 감가상각비 33원, 기타 319원으로 구성됐다. CJ, 한진, 롯데 등 택배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엇비슷한 구조다.
상품(채널) 별 평균 운송료는 TV홈쇼핑 2,200원, 서적/음반 1,300원, 화장품/건강식품 1,600원, 의류 1,500원 등이다.
흥미로운 점은 배달 대행 이륜차 운송비가 택배와 비슷한 2,500원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3,000원대를 유지하던 것이 올해 들어 2,500원대까지 떨어졌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말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음식 주문 플랫폼 수수료 조정과 더불어 배달 대행업체들끼리 더 많은 물량 수주를 위해 제살 깎아 먹기 식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이다.
상승하는 고정비, 줄어드는 운송비
20년간 택배 산업은 운송료가 해마다 지속 하락했다. 반면, 인건비, 유류비 등 고정비는 매번 증가했다. 배달 대행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4대 보험 보장으로 택배나 배달 대행업체들의 비용 부담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
운송료 하락은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와 직결되는데, 이 때문에 경쟁사 간 출혈 경쟁을 더 부추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택배나 배달 대행 등 운송시장이 처한 현주소다.
**규모의 경제(規模의 經濟, economies of scale)는 투입 규모가 커질수록 장기 평균 비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하며 생산량을 증가시킴에 따라 평균 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규모의 이익이라고도 한다.
수익성 악화와 M&A, 그리고 시장 1위
국내 택배 시장의 1위 전략은 M&A 역사로 귀결된다. CJ는 1999년 택배나라 인수(CJ GLS)를 시작으로, 2000년 삼성물산의 HTH택배,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인수까지 총 3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의 1위에 올랐다.
한진은 2009년 신세계의 SEDEX를, 롯데는 2015년에 현대로지스틱스를 각각 한 곳씩 인수하면서 시장 2~3위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 20년간 국내 택배 시장은 인수·합병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시장 점유율을 넓힌 것이 1위 전략인 셈이다.
덧붙이자면 택배 4위인 로젠택배가 현재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6,235억 원이다. 금융권에서는 매각가만 4,500억 원 수준이다. 롯데(매출 8,149억 원)가 로젠을 인수할 경우 1위 CJ(매출 2조 6,482억 원)를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그림-3. 연도별 택배 M&A 현황
그림-4. 국내 주요 택배사 매출 및 정기화물업체 현황
배달 시장도 M&A 회오리 속으로
이륜차 배달 대행 시장도 과거 택배 시장의 10년을 바라보는 것처럼 M&A 와 투자 이슈가 뜨겁다. 생각대로를 보유한 인성데이터가 4,000억 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있었다.
메쉬코리아는 경영권 공방 이슈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추가 투자 유치나 매각이나 각종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사의 매각가는 3,00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바로고는 얼마 전 대형 유통업체 한 곳이 지분 투자 또는 인수를 목적으로 기업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젠택배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그곳(?)이다.
이밖에도 식자재 등 신선식품 수도권 1시간 배송을 특화하고 있는 피엘지(구 플리즈)는 식자재 업계 큰손인 대형 업체 두 곳과 대규모 투자유치 및 업무 제휴를 검토 중이다. 공유주방과 동네식당을 겨냥해 B2B2C 영역으로 유통과 배송망을 깔겠다는 목표다.
그림-5. 국내 배달 대행 업체 현황
디지털과 감염의 시대, 물류에 더 주목
20년 전 TV홈쇼핑을 만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란 택배처럼 2020년 이륜차 배달 시장이 ‘디지털과 감염의 시대’에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Uncontact)’ 서비스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이든, 비대면이든 시대에 따라 거래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고객이 주문한 상품의 물리적 이동은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 배송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가, 소비자의 배송 경험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더 붙잡아 놓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이 더 디테일 해지고 있다.
쿠팡, 쓱닷컴, 이베이, 11번가 등 수많은 이커머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포털은 물론 제조업체들도 자사몰을 강화하면서 이커머스 기능의 필수격인 ‘풀필먼트’와 ‘딜리버리’에 투자와 관심이 크다.
짝짓기… 몸단장하는 배달 시장
이 때문일까. 배달 시장도 변화된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몸단장이 한창이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서비스 카테고리를 확장하기 위해 적합한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국내 배달 대행 시장의 원조인 띵동은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이 독일계 회사인 딜리버리 히어로(요기요+배달통)에 인수되자 음식 및 마트 배달시장을 지키겠다며 ‘생각대로+바로고’와 토종 배달 연합을 가동했다. 시장 독과점과 소상공인 피해를 막기 위해 주문 수수료를 2%로 내렸다. 힘을 모아 사세를 키우려는 모양새다.
원더스는 프리 IPO(기업공개)를 통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일반 배달 대행 서비스에서 스마트폰 개통 등 소형 전자제품 설치와 중고폰 거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배달사원을 영업사원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물류망에 판매망을 얹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0년 전 택배가 2020년 배달 대행에게 대답한다
국내 택배 시장은 이커머스들의 ‘속도 경쟁’과 ‘차별화 경쟁’ 속에서 기존의 표준화된 서비스 한계에 봉착했다.
CJ대한통운이 네이버에 입점한 LG생활건강의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에 나선다는 소식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서비스 유형이다.
한진이 ‘내 지갑 속의 과일’이라는 타이틀로 함안 수박 쿠폰을 만들어 QR코드로 바로 찍으면 해당 상품을 택배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디지털과 감염의 시대, IoT 기술의 발전으로 갈수록 시장이 더 커지는 비대면 서비스의 등장은 신선식품 등 배달 대행 시장을 혁신하고 있다. 그것이 무인차나 로봇이 될지, 데이터를 분석하는 AI가 될지, 지금 당장 일어날 일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다만, 오늘보다 내일 배송할 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고, 기존의 표준화된 서비스는 잊어버리라고 20년 전 택배는 오늘의 배달 시장에게 귀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