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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May 23. 2024

“저희 음악은 ‘낭만’ 아니면 ‘탐구’라고 생각해요"

더보울스 인터뷰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아티스트들의 인터뷰 아카이빙

지금까지 진행했던 인터뷰들을 아카이빙 해봅니다 :)  
사라진 매체도 있고, 찾아보기 어려운 매체도 많아서 브런치에 조금씩 아카이빙 합니다. 

인터뷰는 모두 제가 직접 섭외, 진행 했습니다 :) 


망원동의 독립서점 Gaga77page는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종종 북토크와 독서모임, 작은 전시와 공연을 연다. 이곳에서 밴드 ‘더 보울스’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들의 노래를 처음 접한 사장님은 망설임 없이 “너무 좋다!”라고 말했고, 곧장 그들에게 DM을 보냈다. “혹시 우리 책방에서 공연을 해 줄 수 있나요?” 우리는 며칠 후 책방에서 마주했고 황당하고도 귀여운 이 만남에 서로 미소를 지으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낭만을 탐구하고 다양한 장르의 록에 도전하는 밴드. 바다에 비치는 윤슬처럼 어느 곳에서 보든 빛과 형태가 달라지지만 늘 반짝이고 아름다운 음악을 전하는 밴드. 단정하고 명징한 음률 위로 청량함과 묵직함이란 양가적 면모를 지닌 밴드. 8년차이지만 무어라 정의하기보다 앞으로 얼마만큼 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줄지 늘 기대되는 밴드. Gaga77page에서 막 공연을 마친 더 보울스를 만나보았다.


Q 3집 <Blast From The Past>(2022) 이후 거의 1년만에 싱글 ‘BBA’를 발표하고, 오랜만에 공연도 진행했어요. 조금 늦었지만 이번 싱글에 관한 소개 및 발매 소감, 공연 소감 부탁드립니다.

건호(보컬, 기타) 사실 이 노래는 발매할 생각이 없었던 노래인데, 앨범을 언제 낼 거냐고 페드로(Pedro Resende, 타히티80)가 계속 푸쉬해서 나온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앨범 내기가 그렇게 쉽지 않고,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야기를 하고 설득했지만, 한편으로 타히티80가 활동하는 걸 보면 진짜 끊임없이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앨범 내고, 투어하고. 또 앨범 내고. 그래서 페드로에게 “사실 우리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아직 팬이 많지 않고, 그렇게 활동하기가 한국에서 쉽지 않아 힘들다.” 정도로 말했더니 그러면 한 두 곡이라도 작업해서 발매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진짜 딱 한두 곡, 곡의 틀을 잡아서 프랑스에 놀러갔죠. 가서 작업실에서 녹음도 하고 믹스도 하고. 그러다 보니 이번 곡을 내게 됐어요. 사실 저는 이 곡의 가사도 맘에 안 들었어요. 뭐랄까? 너무 우울했거든요. 그런데 가사를 바꿀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냥 처음 쓴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곡을 내게 됐습니다. 사실 아직 페드로님은 이 가사의 내용을 모르십니다. (웃음) 


Q 더 보울스는 그 동안 영어 가사를 써왔는데, 이번에 우리말로 가사를 쓴 이유가 있나요?

건호 페드로가 이제는 한국어로 무조건 곡을 내자. 지금까지 영어로 냈으니 이제는 한국어로 내보라고 했어요. ‘아니, 지금까진 자기가 우리말 가사 싫어했으면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저희도 영어보단 한국어가 편하긴 했죠. 그런데 하도 오랜 시간 영어로만 곡을 만들다 보니 이번엔 오히려 한국어로 노래를 만드는 게 더 어려워진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맞춰보다 보니 다행히 마음에 드는 게 나와서 한국어로 곡을 만들게 됐습니다.


Q 아까 전 이번 곡이 많이 어둡고 우울하다고 했지만, 제가 듣기엔 분위기는 좀더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이전에는 좀 더 허스키한 보컬이 어울리는 브릿팝에 가까웠는데, 타히티80의 페드로 리센드와 함께 하면서부터는 좀 더 상쾌한 분위기로 바뀐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위트 있는 곡이 되었어요.

건호 전에는 앨범을 너무 공들여서 만들다 보니 트랙도 너무 많고, 이런 작업에 너무 지치기도 했어요. 이번엔 최대한 음악에서 많은 걸 덜어내고 싶었어요. 사실 저희는 영국 밴드 음악을 좋아하기보다 영국 근처에 있는 밴드 음악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 ‘BBA’는 ‘Eggstone’이라는 팀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앞으로도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 한국에선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팀이 없기도 하고요. 음… 우리만 좋아하는 건가? (웃음) 어쨌든 그런 스타일을 생각하고 멤버들과 편곡이나 믹스를 진행했습니다. 


Q 더 보울스는 록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아우른다는 평을 받아왔어요. 더 보울스의 진짜 음악 색은 어떤 것일까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다양한 장르로 작업할 예정인가요?

건호 저희는 미리 정해 놓고 곡을 만들진 않아요. 제가 일단 만들고, 제안하고, 이야기를 한 뒤 다같이 방향을 정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제가 한 앨범을 엄청 공들여서 만들면 그 다음 앨범은 덜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지금도, 다음 앨범은 좀 덜어내고 싶은데…. 우리의 프로듀서님(페드로)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약간 애매한 상황이기는 해요. 그걸 제외하곤 저희는 우리만의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어느정도 콘셉트나 방향이 정리됐어요. 어떻게 보면 지난 앨범(1~2집)은 한국적인 색이 가득 담긴 곡도 만들었고, 유재하 풍 발라드 같은 곡도 만들었고, 아일랜드의 클럽에서 40년 동안 연주한 밴드의 느낌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앞으로 3집처럼 넓은 방향의 편곡은 하고싶지 않아요. 너무 지치더라고요. 물론 항상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막상 편곡하다 보면 욕심이 생겨 이것저것 추가하게 될 때가 많아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Q 공연할 때 회사가 없어서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어요. 요즘은 더 보울스처럼 회사 없이도 활약하는 아티스트가 많아진 것 같은데요. 오랜 시간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서 장점과 어려운 점 등을 풀어서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건호 일단 ‘실무자’라고 해야 할까요? 행정적인 부분을 맡고, 전화하고 전화 받는 준성이가 있어요. 저는 전화 포비아라서 전화는 못받겠더라고요.

준성(기타) 역할이라고 한다면 다들 여러 역할이 있겠지만 보통 저희 둘이 실무와 문서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건호 음, 현섭이는 음악적으로 편하게 풀어내는 역할을 하고, 드러머인 이설은 실제로 어떻게 플레이를 할지, 실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조절해주는 편이에요. 저는 처음 데모를 만들 때 무지막지하게 이것저것 다 해보는 편인데, 설이가 이걸 정리하고 컷해주는 역할을 해요. 개인적으로 제가 음악을 본격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건반의 성현이가 화성이나 음악적으로 전문적인 정리를 해주는 편이죠.

준성 건호 씨는 인디팬던트 아티스트의 장점을 뭐라고 생각하나요?

건호 일단 떼어가는 게 없고요 (웃음) 이게 정말 큰 장점이죠. 뭐 떼어갈 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장점이죠.

준성 바쁠 때는 감당이 안될 때가 많아요. 저희가 음악 외적인 일들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가끔 음악을 압도해버리는 때도 있어요. 그러면 정말 감당이 안돼요. 하지만 그래도 지금 상태가 좋은 것 같아요. 이 상태가 저희가 더 열심히 준비해서 잘 했을 때의 보람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장점인 것 같아요.

왼쪽부터 박준성, 이설, 임성현, 윤현섭, 서건호


Q 2015년 더 보울스가 데뷔한 후 8년이라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어요. 그 동안 더 보울스의 음악 스타일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우리 스타일은 이렇다라고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이설(드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다 다르기도 하고 매번 바뀌기도 하고. 그래서 저희는 역시 정의할 수 없는 게 정의 같아요.

건호 한국의 록밴드!

현섭(베이스, 트럼펫) 저희는 장르 자체는 엄청 많이 해봤어요. 아까 공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희 음악은 ‘낭만’ 아니면 ‘탐구’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음악이 장르 하나에 국한돼 있지 않고, 우리가 예전에 좋아했던 1980년대, 70년대, 60년대 그때그때 좋아하는 음악들을 양분으로 삼아서 활동하는 밴드이기 때문에 이것도 탐구의 한 종류라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 나이 또래들은 점점 그 시절 음악을 많이 듣지 않고,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그 시절의 낭만을 탐구하는 밴드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말씀하신 대로 더 보울스의 곡에는 다양한 감정이 곡에 들어 있지만, 특히 낭만과 사랑이 물씬 느껴져요. 더 보울스에게 낭만과 사랑이란 무슨 의미인가요?

준성 와… 어렵다.

건호 일단 낭만적이지 않으면 노래를 잘 못 만드는 것 같아요. 또 사랑하지 않을 때도 노래를 만들 수 없는 것 같아요. 사랑을 할 때, 낭만적인 감정이 있을 때만 노래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엔 노래를 잘 못 만들어요.

준성 사랑이 있어야하는데. 


Q 멤버 여러분 건호씨 사랑 좀 해주세요.

건호 요, 이런 멤버들로는 절대, 이 사람들 사랑으론 절대 안됩니다.

준성 노래가 영영 안나올 것 같은데요.


Q 올해 나름대로 재밌는 일들이 있었어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좀 독특한 경로로) 새로운 팬들이 많이 유입된 것 같아요. 실제로 더 보울스의 유튜브 영상 댓글을 보면 “뉴스공장 보고 왔습니다.” “김어준님 추천으로 왔습니다.” 이런 댓글이 많아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출연 후 새로운 팬이 많이 유입됐나요?

건호 아뇨, 생각보다 그런 건 없었어요. 물론 저희가 정치적 입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굴 지지한다고 할 것도 없고, 그런 색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티스트에게 제약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처음 여기에 나가게 된 건 평론가 김영대님이 <금요 음악회>라는 코너에서 저희를 추천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그렇게 저희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고, 연락 받았을 때 정치적 질문은 없다고 하셔서 나가게 됐어요.

준성 실제로 나갔을 때도 분위기도 좋고, 실제로 음악 외 질문은 하지 않으시고 저희를 많이 놀리시기도 하고 재밌었어요.

건호 그냥 저희를 많이 놀리셨어요.

준성 너희 진짜 재미없다. 너희 진짜 멘트 못한다. 그런… (폭소)

건호 아무 의미가 없네요? 스토리도 없고 감동도 없네요? 이런 식으로 계속 놀리셨어요. (웃음) 어쨌든 이 프로는 많은 분들이 보시니까 나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희가 작년 그리고 올해 앨범을 내고 활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이렇다 한 활동을 많이 한 게 없어서 연락이 오는 건 무조건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출연하게 됐고, 그 덕에 많은 분들이 보게 됐고 좋아해주셨어요. 그분들이 우리의 음악에 관해 진지하게 오랫동안 지켜보고 들어줄 거란 기대는 하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도 한 순간이라도 많은 분이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고 좋아해줬다는 것에 감사해요. 좋은 시간이었다. 



Q 제 주변에 음악에 관심 없고,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뉴스 공장>을 듣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이 기회에 더 보울스를 알게 되었다고 해요. “김어준이 추천했어!”라며 친구가 더 보울스의 곡을 제게 언급하길래 “네가 어떻게 더 보울스를 알아?”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나요.

건호 김어준님이 저희를 되게 좋아하셨어요. <김어준의 다스 뵈이다>에도 나오라고 하시고.

준성 맞아. 구독자는 꽤 드라마틱하게 많이 늘었어요.

건호 유투브 구독자가 1,000명이 늘었어요

준성 저희와 관련란 영상마다 댓글이 “<겸공> 듣다 왔어요.”로 점령당했어요. “겸공보고 왔어요.” “<뉴스공장>에서 왔습니다.” “<겸공> 타고 왔어요.” 이렇게 적혀 있어서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건호 저희 어머니한테 엄마 친구분들이 연락을 많이 왔다고.

이설 친척한테도 연락 많이 오고 (웃음)

현섭 진짜 많이 왔어요.



Q 오늘 있었던 가가77페이지 공연의 주제는 ‘어쿠스틱’이었어요.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 시 중요한 고려사항은 무엇인가요?

건호 저희에게 중요한 DNA가 있어요. ‘어쿠스틱’도 그 중에 하나죠. 본질이라고 할까요. 제 팔에 타투가 있는데 ‘스테판 비숍’(Stephen Bishop)의 얼굴이에요. 저에게 그의 음악은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들었을 때 제일 편한 곡, 들을 것 없을 때 그냥 듣게 되는 곡, 제가 너무 힘들 때 듣는 음악이기도 해요. 들을 때 기분이 너무 좋거든요. 그리고 멤버들에게 이번 공연의 어쿠스틱 콘셉트 이야기를 했을 때 다들 좋아했어요. 전 이 타투를 보면서 화를 삭이는 편이에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거랑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저희 앨범에 생각보다 꽤 어쿠스틱 한 곡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저희의 이러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준성 사실 순수하게 장소에 맞춰서 어쿠스틱 셋을 짠 건 아니에요. 제가 연주하거나 건호가 치거나 하면서 일렉 기타를 연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화목한 분위기에 팬들과 술도 먹고 그런 걸 해보고 싶더라고요. 여기까지 오시는 분들은 진짜 저희를 아는 분들이잖아요? 그분들에게 평소와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건호 책방에서 연락오기 전, 저희는 당분간 클럽 공연을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요즘 팔이 안 좋아져서 연주를 좀 줄이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책방에서 연락이 왔을 땐 이 공간이나 장소가 너무 마음에 들고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라고요.

이설 책방? 이라고 해서 놀라긴 했지만 재밌고 하고 싶었어요.

건호 솔직히 저희가 불친절한 팀이거든요. 일단 쑥스러워서 말을 잘 못하기도 하고, 음악하는 분들도 저희와 친해지기 어려워하시더라고요.

현섭 우리 외모가 좀 어려운가?

다같이 그렇지 않아! (웃음)

건호 솔직히 나 빼곤 다 무서운 얼굴은 아니야! 어쨌든 너무 좋았습니다. 어쿠스틱 공연을 한 번쯤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랑 분위기상 못 하는 게 많았기 때문에, 이번엔 진짜 친절한 공연을 해보자! 마음먹었어요.

준성 오늘 꽤나 친절하지 않았나 싶어요. 곡 설명도 다하고. 사실 저희 평소 곡 제목도 말 안하고, 멘트도 거의 없거든요. 


Q 혹시 멤버별로 국내와 해외 아티스트 중 좋아하거나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들이 있나요?

준성 저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요. 저도 문신이 있거든요. 항상 마음 속에 있어요. 오랜만에 들어도 좋고, 들으면서 늘 놀라요. 이런 음악이 있다는 게 놀라워요. 사실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너무 많지만 일단 대표적으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이설 저는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건호 그럴 줄 알았어. ‘Hallelujah’야?

이설 앨범 <Grace>가 너무 좋아서 제프 버클리를 꼽지 않을 수가 없어요.

현섭 저도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꼽으려고 했는데… 음… 과거에도 좋았고, 지금 들어도 좋고, 가끔 들어도 좋고, 앨범이 새로 나와도 좋은 아티스트로 위저(Weezer)요.

건호 와우. 위저 노래 열 곡만 대주실 수 있나요?

현섭 위저는 진짜 바로 열 곡정도는 댈 수 있죠. 위저 너무 좋아요. 최근 나온 앨범도 그렇고 다 좋습니다.

건호 저는 밴드로 꼽는다면 스틸리 댄(Steely Dan)이요.

성현(키보드) 저는 에릭 울프슨(Eric Woolfson)의 알란 파슨스(Alan Parsons) 등을 너무 좋아합니다. 


Q 서로 각자의 취향이 다른 와중에 활동하는 데 있어서 의견이 잘 모아질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이며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현섭 저희가 친구가 별로 없어요.

건호 난 많은데?

준성 없어. (웃음) 저희 멤버들은 이제 서로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를 너무 소중히 여기고, 그리고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서로 물어볼 수 있는 친구가 됐고, 이게 서로가 음악이든 뭐든 서로에게 물어볼 수 있는 친구가 됐다는 게 큰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뭔가 큰 잘못을 했어도 너 나갈 거야? 그럼 한번 나갔다 와. 이런 식이라고 할까요? 


Q 그럼 멤버들은 건호님이 만든 곡이 좀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찬성하는 편인가요?

건호 사실 그런 경우는 없었어요. 곡을 엄청 잘 써서는 아니고, 일단 보내기 전에 진짜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데모 보내기 전에. 데모를 애초에 싫어할 수 없게 만들어요.

준성 멤버들에게 보내줄 때는 이미 탈락시킬 건 다 탈락시키고 딱 정리된 걸 들려 주려고 해요. 


Q 반면 탈락한 곡 중에 멤버들에게 납득을 못 시키거나 넘기진 못했지만, 이건 너무 내 취향이라서 혼자라도 해보고 싶은 곡들도 있나요?

건호 있습니다. 전 언제가 포크 음반을 내보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요. 홍갑 형과 진짜 오래 같이 합을 맞춰 보기도 했고, 오지은, 성진환님 등과 함께 하면서 배운 것도 많아요. 멤버들과 페드로에게 애초에 안 보내는 곡들도 많은데, 일단 밴드로서의 활동을 우선 순위로 해볼만한 것들을 해보고, 언젠가 혼자서 해보고 싶기도 해요.


Q 프로듀서를 맡는 페드로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나요?

건호 사실 있어요. 처음엔 저희에게 프로듀서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타히티80가 음악을 너무 잘하고, 그들을 너무 좋아했고, 진심으로 존경하기 때문에 맡겨 본 거예요. 처음에 페드로님이 데모를 한 번 보내 보라고 하셔서 데모를 10곡정도 보냈어요. 그런데 그 중 절반 이상이 엑스. “별로다.” “폐기해라.” 이렇게 연락이 온 거죠. 음… 싸우자는 건가? (웃음)

준성 어떤 곡은 너무 이상하다 이렇게 답이 왔어요.

건호 그래서 이분은 우리 음악에 대해 너무 이해를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냥 자기가 돈 벌려고 하는 건가? 사실 돈을 많이 안 주긴 했지만… 죄송해요… 페드로님…

일단은 저희 음악은 일반적인 팝의 구조가 아니긴 해요. 인트로, 벌스, 프리코러스, 코러스, 솔로 이렇게 구성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일단 안 되는 거라고 페드로는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걸 수용 못하는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일단은 그렇게 해봐야 더 보울스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사실 저희는 1집, 2집을 다 들어봐도 뭔가 구성이 너무 이상하거든요.

준성 다 흩어 놨지.

건호 저는 노래를 들으면서 벌스고, 프리코러스고, 이런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많이 혼났어요.

준성 저희는 그냥 여기 제일 좋은 부분은 싸비(후렴)야. 이런 식으로 곡을 만들었거든요.

건호 그리고 후렴이란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곡 중에 후렴이 있는 곡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처음엔 오기가 생겨서 반년정도는 그냥 막 음악을 보냈어요. 그러다 반년이 지난 후부터는 그때부터는 페드로도 저희 구성이 조금 이상하거나 확장을 많이 해도 수용을 많이 해주셨어요. 눈치를 많이 보는 건 사실이죠. 그 분이 저희 음악을 잘 포장해주고 잘 만들어 주고 싶은 사람인 건 진심으로 잘 아니까. 그래서 저는 눈치를 보고싶고, 앞으로도 볼 거예요.


Q 앞으로 올해나 내년에 더 보울스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건호 앨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항상 해외 밴드가 기준이었거든요. 한국 팀들은 한 1년하고, 4년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그러잖아요. 하지만 전 할 수만 있으면 저희가 최대한 어리고 아이디어가 많을 때 최대한 많이, 끊임없이 하고 싶어요. 이제 멤버들도 그 이야기가 뭔지 알아요. 그래서 앞으로 잡혀 있는 공연들만 빼면 앨범 작업에 몰두하고 싶어요. 이번에도 프랑스에서 작업을 하려고 이야기를 했고, 그 곡들이 좀 더 정리가 되면 프랑스에 갈 것 같고 내년이나 내 후년엔 작업물이 나올 것 같아요. 


Q 쌓아 놓은 곡들이 많다고 했는데 그 곡들을 반영하고 다듬어서 곡이 나오게 될까요? 아니면 계속 새로운 작업을 더 하실 건가요?

건호 새로운 작업들을 저는 계속 하는 편이에요. 지금 이미 충분해도, 이미 나온 곡들로 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전 처음에 나오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거기서 레이어를 쌓는 게 좋지, 그 전에 반려된 곡을 다시 살리거나 수정하는 작업은 좋아하지 않아요. 일단 페드로가 좋아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건 싸울 수 있는 문제이기보다 페드로의 의견을 많이 수용하긴 해야겠더라고요. 물론 저희의 다음 큰 목표는 다음 앨범은 대박 나서 프로듀서 토드 룬드그렌(Todd Rundgren)이란 같이 작업해 보는 거예요. 아직 살아 계시니까 한번 연락해볼까? 아니면 XTC… 아니다. 안될 것 같다. 빅 스타(Big Star)의 드러머분이 아직 스튜디오를 하고 계시니까 거기 연락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물론 페드로와의 작업이 너무 좋긴 한데 이젠 너무 서로를 잘 아니까 앞으로 새로운 것을 하는 것에 대해 의견충돌이 있을 것도 같아요. 그래서 아직 새 곡들을 안 보냈어요. 물론 새 앨범을 만드는 것에는 합의를 했고, 프랑스에서 녹음하거나 페드로가 한 번 오고, 저희가 한 번 가고, 이런 스케줄 이야기는 했지만 곡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기 전이에요. 저희끼리 우선 콘셉트가 정해지고, 정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준성 그게 제일 중요해요. 저희끼리의 합과 콘셉트가. 페드로는 객관적으로 “이건 이래.” “저건 저래.” 이렇게 해주는 역할인 거고, 페드로가 콘셉트를 잡아주는 건 아니니까요. 


Q 해외 활동 계획이나 목표도 있으실까요?

건호 지금 해외에 많이 나가는 핫한 밴드들은 활동한지 얼마 안 됐거나 이미 반응이 있는 밴드라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에서 성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외국에 나가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열정이 없다기 보다 이렇게 국내에서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로 나가면, 무작정 하기엔 연차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그러다가 밴드가 깨질 수도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물론 해외에 나갈 때마다 그런 것에 대한 열망이 있긴 하고, 해외 팬들이 저희를 좋아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지만, 무리하게 나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각자 생업도 있고.


* 인터뷰 직후 대만에서 공연제의가 있어 가게 되었다.‘2022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브이로그 영상


Q 추가로 현섭님의 트럼펫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없으실까요?

건호 저는 하고 싶은데 더 안 올라와요.

현섭 오늘도 더 해보고 싶긴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준비를 오래 했어야 했는데.

건호 더 잘 해야지. 연습 많이 해야지. (웃음) 


Q 마지막으로 이설님은 개명을 하셨어요. 왜 하셨나요? (웃음)

이설 그냥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서 한번 바꿔봤습니다. 그냥 제가 술 먹고 지은 이름입니다. ‘한번 해볼까?’ 하고 알아보다가 확 바꿔봤어요.

건호 아직도 ‘학수’라는 이름의 잔재가 남아있어서 너무 힘듭니다. (웃음)

다같이 이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조혜림

인터뷰 장소 가가77페이지(망원로 74-1 지하 1층) 인스타그램 

모든 사진 © 더 보울스       

Writer


조혜림(Heather Jo)



음악 콘텐츠 기획자, 하루키스트, Psychedelic rock. <중경삼림>의 영원한 팬. 읽고 듣고 보고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조혜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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