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아티스트들의 인터뷰 아카이빙
지금까지 진행했던 인터뷰들을 아카이빙 해봅니다 :)
사라진 매체도 있고, 찾아보기 어려운 매체도 많아서 브런치에 조금씩 아카이빙 합니다.
인터뷰는 모두 제가 직접 섭외, 진행 했습니다 :)
사랑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나는 가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내 안의 모든 사랑을 주고, 또 내어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무한한 사랑을 주고 싶다. 내 안에서 생성되고 흘러 넘치는 이 사랑을 어떠한 특정 상대가 아닌 모든 곳에 흩뿌리고 싶다. 웨이브 투 어스 (Wave to Earth)가 노래하는 사랑이 그러하다. 이들의 노래는 특정 누군가를 지칭하지 않는다. 낭만적이고 로맨틱하지만 그저 흔한 사랑 노래도 아니다. 비처럼 쏟아지고, 바람처럼 가볍게 매만져지며, 자연스레 밀려오는 이 커다랗고 아름다운 생명력으로 가득 찬 감정이 세상 모든 것에 열려 있다.
받는 데 익숙하고 환대만 바라는 세상, 절대자와 같은 마음으로 세상 모든 것들의 안녕을 조건 없이 기원하며 다정히 건네는 송가. 파도같이 넘실거리지만 무언가를 집어삼키는 것이 아닌, 보듬어내고 떠밀어주는 용기 같은 청춘의 빛. 웨이브 투 어스(이하 ‘웨이브투어스’)의 노래는 항상 어딘가에서 발견됐다. 냇가의 반짝이는 돌멩이, 풀숲의 이름 모를 들꽃. 샴페인처럼 피어오르는 물가의 포말. 어디선가 밀려오는 달콤한 원인 모를 향기. 그렇게 우리 곁의 당연한 존재 같던 이들의 사랑은 어느덧 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고, 이제는 오랜 시간 찾아 헤매다 겨우 발견한 네 잎 클로버처럼 간절한 환희의 순간으로 모습을 달리했다. 웨이브투어스의 노래가 주는 기쁨과 행복은 우리의 모든 계절 속에 배어들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짙은 사랑의 종적이 됐다.
성수동 카페에서 만난 웨이브투어스는 무척 다정했고 한편으론 영민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이번 주말, 1년 만에 준비한 단독 콘서트를 통해 그동안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팬들에게 전하고자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모든 계절을 우리에게 내어줄 준비가 된 웨이브투어스의 이야기를 여기에 살포시 남겨본다.
왼쪽부터 신동규, 김다니엘, 차순종 © 웨이브투어스
Q 간단하게 밴드 및 멤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다니엘 저희는 웨이브투어스고요. 저는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김다니엘입니다.
차순종 저는 베이스를 맡고 있는 차순종입니다.
신동규 저는 드럼을 맡고 있는 신동규라고 합니다.
김다니엘 저는 전반적인 비주얼 디렉팅이나 작곡, 프로듀싱을 맡습니다. 그래서 프로듀서로 소개를 하는 경우가 좀 많은 편이고요. 그 외에 녹음이나 믹스도 하고 있습니다. 순종이 역시 마스터링으로 이 앨범 작업에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밴드의 정말 중요한 아트워크 디자이너 홍승기가 있는데요, 아트워크뿐만 아니라 영상도 함께 해 주고 있어서 많은 작업물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세션에 색소폰, 기타를 맡고 있는 전민과 키보드, 신시사이저를 맡고 있는 조종근이 있죠. 여기에 저희 사운드의 중추인 배지열 님이 있습니다. 정말 많죠? (웃음)
Q 요즘 해외 투어를 굉장히 많이 다니시는데 이 모든 분들이 하나의 팀이자 스태프로 다같이 움직이는 거군요. 웨이브투어스는 초기 2인조에서 3인조로 재편됐고, 지금은 이렇게 큰 팀을 꾸리게 됐는데 그전과 지금, 어떤 면들이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다니엘 확실히 같이 움직일 때 그 에너지가 배로 커지는 것 같아요. 동규랑 둘이서 음악을 시작을 했을 땐 저희 둘만의 세계에서 크레이티브한 것들을 내부에서 소구하는 것에 좀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밖으로 발산하는 에너지가 엄청 커지고 있어요. 그게 일단은 제일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순종 직접적으로 가장 체감 되는 건 오롯이 직업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밴드에 집중할 수 있다는게 큰 차이점 같아요. 이제 다른 것들은 그냥 일절 다 접어두고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적으로 많은 변화를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신동규 전 변함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옛날부터 밴드를 해왔고, 변함없이 음악에 전념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악들을 나누는 동료들 곁에 있었어요. 변함은 없지만 그런 꾸준함 덕에 더 좋은 음악들이 나오지 않나 싶어요.
Q 1년만에 단독 콘서트를 하게 됐어요. ‘Flaws and all, Seoul’ 콘서트를 앞둔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김다니엘 저희가 최근에 해외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베이스가 한국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하는 공연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미국 투어를 갈 때도 저희는 마치 전지 훈련하러 간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고는 했거든요. 그만큼 저희가 실력적으로나 마음적으로 많은 성장을 하고 와서 공연의 규모도 커지기는 했지만 그만큼 공연의 퀄리티도 정말 많이 좋아지지 않을까? 이 부분에 좀 많은 기대를 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지금 정말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순종 제가 정규 앨범을 발매한 날에 블로그에 올렸었던 글 중에 “이제부터는 우리의 인생 제2막이 펼쳐졌다.” 이렇게 썼던 게 기억이 나요. 그동안 그걸 한국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공연이 우리의 변화를 선보일 수 있는 공연이지 않을까 합니다.
김다니엘 뭔가 웨이브투어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의 포인트는 역시나 저희 정규 앨범의 전곡을 다 들을 수 있다는 것이고요. 올해 다른 공연을 할 때 일부러 모든 곡을 부르지 않고 좀 아껴두고 있었어요. 그렇기 떄문에 이번 정규 앨범의 모든 트랙을 공연장에서 볼 수 있다는게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flaw and all, seoul’ 공연 포스터
Q 웨이브투어스의 음악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어요. 초여름 혹은 늦여름, 차분한 여름 밤이란 심상들을 가지고 있어요. 잔잔하지만 사뿐히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 알게 모르게 떠오르는 땀방울, 반짝이는 윤슬과 보글보글 피어나는 포말, 이러한 낭만적 풍경과 분위기요. 실제 본인들이 생각하는 웨이브투어스의 정의 혹은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김다니엘 처음 웨이브투어스를 계획할 때 생각했던 것들이 그런 심상이기는 했어요. 왜냐면 뭔가 좀 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듣기 편하고, 좀 더 쉽게 접하려면 아무래도 그런 뉘앙스의 음악이 접근하기가 쉬우니까 그런 면들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려고 노력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것들을 담다 보니 저희가 계속 표출해내지 못하는 다른 이면도 있는 거죠. 그런 이유에서 이번 정규 앨범 타이틀이 ‘flaws and all’이고요, 뭔가 나의 밝은 면, 그리고 그 반대되는 면을 앨범에 더 극명하게 담아내자고 생각했어요. 음… 단순하게 말해서 저희도 세상 모두와 똑같은 두 가지 면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앨범을 통해 표현하려 했어요.
Q 사람들이 생각하는 웨이브투어스는 굉장히 낭만적이고 릴렉스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번 앨범에서는 조금은 복잡한, 확장해서보면 밴드의 어둠과 빛 같은 상반되는 이미지가 들어있는 거네요. 그런데도 웨이브투어스 하면 여름을 빼놓을 수 없는데 세분은 여름을 좋아하세요?
모두 아니요. 안 좋아해요. (웃음)
신동규 전 봄, 가을, 겨울을 좋아해요.
Q 여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게 아닌데 밴드도, 청자도 계속 여름을 이야기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요?
신동규 아무래도 웨이브투어스가 이름 자체가 바다를 뜻하는 게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름으로 전개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상 저희는 여름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김다니엘 저희가 여름을 노래하는 밴드라는 수식어를 가지게 된 계기가 아마 ‘Summer Flows’ 때문일 것 같아요. 그 앨범 자체가 여름에 나왔고 꽤 잘 됐던, 저희를 많이 알려준 앨범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그 앨범을 우선적으로 기억해서 유독 더 그런 이미지를 가지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앨범 이름을 ‘Summer Flows’ 로 짓기는 했지만 저희 음악은 사실 계절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꼭 여름이 아니더라도 어떤 시간이나 계절이든 저희 음악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웨이브투어스는 자연, 혹은 자연의 어떤 현상에서 곡 제목을 많이 짓는 것 같아요. ‘Daisy’, ‘Calla’, ‘Purple lake’, ‘Peach eyes’, ‘Dried flower’, ‘Pink horizone’, ‘Bird’ 등 셀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 자연이라는 게 진짜 자연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랑, 사람, 혹은 어떠한 존재나 감정을 이야기하는데 자연물을 대입한게 아닐까하고 생각이 드는데 이것들은 무엇을 정확하게 상징하는지 궁금해요.
김다니엘 주로 제가 곡을 쓰는 편인데, 일단 저는 어릴 때부터 자연 속에서 오래 살았기도 했고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영감을 자연에서 많이 얻는 편이에요. 그래서 좀 자연스럽게 그런 단어들을 더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자연이 제 생각을 대입하기에 편안한 소재가 되는 것 같아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저에게 익숙한 소재라서인 것 같아요.
Q 그런데 예를 들어 ‘Daisy’라는 곡을 들으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Daisy’일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김다니엘 그렇죠, 꽃 시리즈라고 표현을 하면서 계속 곡 제목을 꽃의 이름을 넣어서 작업을 했던 시기가 있어요. 그때는 정말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랑에도 너무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Calla에서는 조금 더 헌신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Daisy’에서는 그냥 한없이 밝은 그런 사랑을 얘기하기도 하고m 또 Dried flower에서는 저물어가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냥 그런 것들을 담아봤던 것 같아요.
차순종 자연을 제목으로 한 곡 중에서 ‘Peach eyes’ 같은 경우엔 제목이 주는 이미지 자체가 달달한 색감 같은 것도 있지만, 팬들이 저희를 사랑하는 마음을 떠올리며 쓴 것 같아요.
김다니엘 저도 생각해 보면 항상 곡을 쓰면서 그 곡의 색깔이나 향 같은 게 좀 더 먼저 떠오르는 것 같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에서 많이 따오게 되는 것 같아요
Q 발매 한지는 조금 지났지만 정규 1집 <0.1 Flaws and All>(올해 4월 발매) 이야기를 해볼게요. 1집을 다같이 들어보자는 의미의 콘서트를 앞두고 있으니까요. 정규 1집은 처음 구상했던 대로 작품이 나왔나요? 정규라는 하나의 컨셉을 가지고 새로운 곡을 통해 앨범을 만들게 된 건지, 기존에 만들어 둔 곡들을 쌓아오다가 그걸 토대로 만들게 된 건지 궁금해요.
김다니엘 사실 거의 1년 동안 써왔던 곡들 중 한 9곡 정도를 버리고서야 정규 앨범 작업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우리 다음 앨범은 이런 식으로 가자 저런 식으로 가자 이야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저희가 정규 앨범 작업에 몰입했던 순간이 딱 그때였던 것 같아요. 나의 부족한 면들을 인정하면서 시작된 앨범이랄까요? 저희가 성공만을 의식하고 좀 불순해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순간들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스스로의 불순함을 인정하자는 마음으로 저희의 밝음과 어둠, 두 가지 면을 다 담은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반년정도를 추가로 작업하게 됐습니다.
Q 이번 정규 앨범 트랙의 흐름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중간을 끊어주는 ‘사랑으로’, 그리고 마지막에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So real’이 배치되면서 앨범이 마무리되는 순서가 참 좋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트랙 순서에 나름 계획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다니엘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예측을 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흐름은 계속 예상을 하면서 곡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곡을 만들면서 계속 트랙 배치를 고민하고, ‘이 자리엔 이런 곡이 필요할 텐데?’ 이런 식으로 추가 곡을 작업하곤 했죠. 사실 ‘사랑으로’라는 곡은 중간에 배치됐지만, 제일 마지막에 작업하고 배치가 됐고요. 이 곡이 저희 앨범의 마무리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Q 보통 웨이브투어스가 한글 가사를 많이 쓰는 편은 아닌데 ‘사랑으로’란 우리말 가사의 노래가 중간에 배치되면서 확실히 앨범의 주제를 나누고 환기시켜준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는 ‘Pink’, ‘사랑으로’, ‘Nouvelle Vague’ 3곡이나 우리말 가사에요. 그 전엔 ‘Ride’ 1곡밖에 없었잖아요. 이번에 3곡이나 우리말로 작업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다니엘 어쨌거나 저희도 한국인이니까 한국어로 가사를 쓰는 게 더 편하긴 해요. 특히 ‘사랑으로’라는 곡은 무조건 한국어로 써야 된다는 생각이 좀 있었어요. 앨범에 몇 곡 정도는 꼭 한국어로 넣고 싶었던 것 같고, 멤버들도 좋아해줘서 만족스럽게 곡 작업을 했었죠.
차순종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랑으로’의 가사를 보면 가장 저는 인간 김다니엘이 좀 더 보이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랑으로’는 중의적인 가사와 장치들이 많은 곡이거든요. 마치 이것도 될 수 있고, 저것도 될 수 있다고 할까요? 우리가 항상 추구했던 방향이기도 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곡이에요. 실제로 저희가 연주할 때 제일 빠져드는 곡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곡입니다.
Q 맞아요. ‘사랑으로’라는 곡이 가장 독특한 느낌이 있어요. 다른 곡들에 비해 좀 더 서정적인 느낌이 있고, 좀 더 한국적인 느낌이 있고, 가사가 한글이라서 라기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튀긴 해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한글 가사가 영어 가사보다 좀 더 심플한 느낌도 있어요. 영어 가사는 해석하기에 따라 단어의 뜻과 쓰임이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다면 한글 가사들은 좀 더 심플하단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혹시 한글 가사와 영어 가사를 쓸 때 기준점이나 신경 쓰는 부분들이 있나요?
김다니엘 확실히 영어 가사를 쓸 때는 좀 더 영미권 사람들처럼 가사를 써야 되다 보니 표현도 더 많이 찾아보게 되고 뭔가 더 예쁜 표현을 쓰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한글 가사에서는 좀 더 단순하게 많은 의미를 담아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엄청 어렵게 쓰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Q 단순해서 더 시적인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규의 경우 앨범 아트도 그 전과는 다르게 느껴졌어요. 그전에는 저장 장치들을 앨범 아트로 쓰거나 진짜 여름, 꽃, 이런 확실한 이미지들을 보여줬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번 정규 아트는 어떤 것을 의미하고 있는지가 조금 불분명해 보였어요.
김다니엘 저희가 CD 패키지랑 온라인에 나와 있는 디지털 커버를 각각 다르게 제작했는데요. 디지털에 나와 있는 커버 같은 경우는 저희 아이덴티티를 담아낼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노력을 했었어요. 그래서 오래된 나무 이미지에 컬러 다 빼고 좀 더 파도처럼 보이게끔 제작을 했어요. 나무라는 소재가 저희랑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계속해서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서로를 잘 지탱해주고, 그리고 오래오래 계속해서 자라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라고 생각해서 나무라는 소재를 택했었죠.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 이미지가 파도처럼 보이거든요? 나름 저희끼리 의도한 거죠.
CD에서는 저희가 의자를 양면으로 돌려서 이미지를 제작을 했는데, 이건 저랑 조금 더 관련이 있어요. 제가 보통 음악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고뇌에 빠져 있는 편인데,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떤 걸 표현하고…, 계속 이런 고뇌를 하다 보니 제가 너무 망가져가는 게 느껴졌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고뇌하던 의자를 떠나 조금 더 편안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오히려 이젠 그 의자가 리스너들의 쉴 공간이 되어주길 바라는 생각과 다양한 의미를 담아 이번 아트 워크를 제작했습니다.
Q 이번 정규에서 가장 집중하거나 지향하는 부분들이 있었나요?
김다니엘 이번에 가장 중요했던 건 사실 내추럴함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소스를 사용하는 거예요. 녹음을 할 때도 정말 바깥에 차가 지나다녀도 그냥 문을 다 열어놓고 녹음을 받아서 그 소음이 들어오게 했어요. 아니면 서로가 실수한 노트 같은 부분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넣어 사용했죠. 실제로 ‘Akira’라는 곡 같은 경우에는 테스트 녹음이었는데 그걸 그냥 바로 써버렸죠. 최대한 자연스러운 저희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게 이 앨범의 가장 핵심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저희는 녹음보다도 셋이 대화를 더 많이 하려고 했어요. 대화를 통해 저희의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Q 다니엘 씨가 프로듀싱을 전반적으로 하고 있고, 작곡 작사부분도 다니엘 씨가 주축이 돼서 진행하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멤버들끼리 의견을 주고받고 조율하는 편인가요? 두 분은 양쪽에서 어떻게 다니엘 씨에게 조언이나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인지, 그로 인해 새롭게 앨범 곡을 만들었다든지, 그런 경험이 있을까요?
신동규 다니엘 형이 프로듀서이잖아요. 프로듀서이다 보니 형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저와 순종이형도 의견이 있지만, 프로듀서 의견을 우선으로 존중해요. 그래야 밴드가 잘 돌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니엘 형이 작곡 작사 프로듀싱 쪽으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저희도 그걸 신뢰하고 따르고자 합류해서 밴드를 하고 있는 거고요. 하나같이 다 똑같은 마음으로 모여서 밴드를 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니엘 형에 대한 무한한 신뢰죠. 저희가 어떠한 척을 했다면 음악이 진실되게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실 ‘사랑으로’라는 곡은 다니엘 형이 저희를 위해 쓴 선물이기도 했거든요.
김다니엘 처음으로 멤버들을 위해 쓴 곡이에요.
신동규 저희는 누가 더 잘나고 해서 막 질투가 나거나 이런 게 없어요. 오히려 더 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밴드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제가 부족한 것들을 형들이 채워주고 다니엘 형이 부족한 것들을 저희가 채워주는 거죠. 순종이 형도 마찬가지일거에요.
Q “‘사랑으로’는 웨이브투어스 멤버들을 위한 고백이자 헌사다.” 로맨틱한 이야기네요. (웃음) 다니엘씨는 작곡 작사를 하다 보면 본인이 일상에서 음악을 캐치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일상을 엠비언트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직업으로서 음악가의 생활은 어떤가요?
김다니엘 사실 저는 일을 하듯이 곡을 쓰는 편인데 가끔씩 뭔가 확 하고 머릿속에 들어오는 경우들이 있기는 해요. 이게 뭔가를 보고 이렇게 써 봐야겠다 라기보다는 갑자기 피어나는 그런 생각들이 있는 것 같아요. 주로 멤버들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나 지금 멜로디가 갑자기 생각났어!”이런 경우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웃음)
Q 웨이브투어스의 음악을 들으면 여러분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주제는 끝끝내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이 노래 반대편의 상대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곰곰히 해보았죠. 방금 ‘사랑으로’는 멤버 두 분을 위한 헌사였다고 했잖아요. 그럼 웨이브투어스의 달콤하고 낭만적인 부분은 그냥 일반적인 사랑이 아니라 자연에도 대입될 수도 있고, 인간에게 대입이 되기도 하고, 계절이나 인간의 삶 등 세상의 아름다운 부분을 노래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Season’ 같은 경우에는 약간 종교적인 느낌도 들었어요. 저는 종교인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여러분의 노래가 그냥 사랑이 아니라 넓게 보면 인류애 같은 느낌도 들더라고요.
김다니엘 잘 캐치를 하신 것 같은 게 저는 언제나 하나의 단편소설을 쓰는 느낌으로 곡 작업을 해요. 거기에서 어떤 인물과 인물의 사랑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말씀하신 대로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의 사랑을 장치로 사용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정말 인류애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신의 시점으로 그런 무한한 사랑을 주는 그런 지점이 될 수도 있겠고요. 웨이브투어스의 사랑은 좀 넓은 의미에서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Q 웨이브투어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누자베스(Nujabes)가 생각이 났어요. 특히 ‘So real’이 재즈힙합 느낌이 많이 나잖아요. 물론 앨범은 전반적으로도 시티팝, 로파이, 베드룸팝을 베이스로 레트로한 감성이 담겨 있어요. 그러다 문득 궁금한게 생겼어요. 김다니엘이란 자아는 더폴스, 솔로, 웨이브투어스라는 세 가지로 나눠지고 서로 많이 달라요. 활동 시 각각 빠르게 스위칭 되나요? 혹은 다같이 엮여지는 하나의 큰 축이 있을까요?
김다니엘 스위치가 있어요. 이걸 완벽히 분리해 놓지 않으면 셋을 유지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애초에 웨이브투어스라는 팀을 만들 때 셋을 나누는 모드라는 걸 만들었어요. 더폴스 모드, 웨이브투어스 모드, 그리고 김다니엘 모드. 이렇게 나눠놓고 작업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셋은 뿌리를 조금 다르게 두고 있다고 생각 해요. 웨이브투어스는 말씀하신 대로 제가 어릴 때 좋아했던 누자베스같은 재즈힙합, 그리고 로파이한 사운드들을 기반으로 했고, 더폴스라는 팀에서는 제가 너무너무 좋아했던 락 음악, 정말 역사적인 밴드들을 기반으로 두고 음악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근본이 완전히 다르다 보니 곡을 만들 때 “나는 지금은 더폴스 곡 쓸 거야.” 이렇게 모드를 바꿔요. 그러면 떠오르는 사운드 소스부터가 완전히 달라요.
Q 이렇게 여러 활동을 하는 김다니엘이란 사람이 꿈꾸는 목표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김다니엘 예전에는 한국 음악 역사에 정말 한 획을 긋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세계 음악 역사에 남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계속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있고요. 저 김다니엘은 진심으로 ‘아티스트’로 남고 싶기 때문에 크던 작던 좀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마치 앤디워홀이 벨벳 언더그라운드라는 밴드를 만들어 냈던 것처럼 좀 다양한 분야에서 아티스트로 남아 있고 싶어요. 뭔가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 저의 자아인 것 같아요.
Q 그런데 이렇게 많은 작업을 하면 본인이 소모될 수도 있잖아요?
김다니엘 워커홀릭이라 그런지 뭔가 만들어내는 작업에 그냥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인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이렇게 멀쩡하다가도 정말 내가 너무 다 소진이 됐다고 느끼면 그때 잠깐 쉬면 잠깐 쉬면 또 회복하는 거고 그러 가서 밸런스 조절을 잘 해야겠죠 아무래도.
Q 그럼 순종씨가 꿈꾸는 음악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차순종 저는 일단 웨이브투어스로서 계속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인 것 같아요. 오래오래 하는 것. 예전부터 어떤 형태로든 간에 음악을 계속 지속할 수만 있다고 하면 그 자체로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물론 개인적인 욕심을 갖고 개별적으로 자아 실현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해보려고 하는 것 역시 지금 현재의 상태입니다.
Q 동규 씨는 원래 재즈 쿼텟 ‘Ant Is Fourmi in French (AIFF)'에 있다가 웨이브투어스에 합류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재즈 아티스트로서의 목적과 활동 같은 게 있었을 것도 같아요.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부분도 있을 거고요. 본인의 목표와 웨이브투어스의 활동에 있어서 접점이나 교집합 같은 게 있나요? 혹은 김다니엘 씨처럼 스위치 모드로 바꾸는 건가요? 동규 씨는 음악 활동에 어떤 목표를 두고 있는지가 궁금해요.
신동규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은 웨이브투어스와 맞지는 않아요. 하지만 확실한 건 제가 자아 실현을 하면서 웨이브투어스화 시켜줄 수 있는 김다니엘이란 프로듀서가 있어요. 그리고 순종이 형에게서도 음악적 영향을 많이 받아요.
한편으로, 저는 제일 존경하는 ‘류이치 사카모토’ 같은 음악을 솔로로 하고싶어요. 제 스스로 하나의 독창적인 아티스트란 꿈고 꾸고 있는거죠. 언젠가 제가 노래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사실 정확하게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저도 곡을 쓰고 있고 자아 실현하면서 언젠가 웨이브투어스의 음악에도 제 색깔을 넣어서 할 수 있는게 제 목표에요. 사실 결국 오래오래 웨이브투어스를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하는게 목표인거죠.
Q 웨이브투어스 하면 글로벌 인기를 절대 빼놓을 수가 없어요. 글로벌리 인기가 많고, 최근에 태국 단독 공연을 성황리 마쳤죠. 인도 자카르타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스포티파이 순위만 봐도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웨이브투어스를 사랑하고 있어요. 웨이브투어스는 왜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지 서로 이야기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김다니엘 웨이브투어스에 동규가 합류하기 이전, 웨이브투어스라는 팀을 막 계획했을 때가 생각나요. 거의 1년 정도를 계획만 계속 짰어요. 제가 오랫동안 인디 활동을 하면서 좀 많은 벽을 느끼기도 했구요.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한국에는 밴드 음악을 듣는 리스너층이 많이 얕기도 하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게 잘 변화하지 않는 벽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면 차라리 해외에서 밴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타겟으로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 웨이브투어스란 팀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거의 1년 동안은 진짜 해외 음악, 해외 인디, 그런 다양한 음악들만 찾으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이 어떤 게 있을까? 내가 이런 음악을 한다면 어떻게 풀어내야 가장 나답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정말 오래 했고 그러다 제일 처음 썼던 곡이 ‘Light’였어요. 결과적으로 아직까지도 ‘Light’라는 곡을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는 게 감사해요. 결과적으로 저희 팀은 애초에 글로벌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보니 지금의 상황이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사진 © Roger Tam
Q 어떻게 보면 본인들이 목적한 것에 대한 해답, 결과값이 나온 거네요. 거기다 올해 정규를 발매하면서 국내에서도 웨이브투어스에 대한 결과값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작년과 올해, 체감되는 느낌이 달라요. 작년 웨이브투어스의 음악은 어디선가 발견되는 음악이었다면, 지금은 여러분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너무 많고, 스스로 찾아듣는 음악이 됐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국내 팬들의 화답을 받은 느낌은 어떤가요?
김다니엘 각각 세계 여러나라가 연결되는 플랫폼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확실히 해외에서 잘 되면 해외에서만 잘 되는 게 아니라 그게 다시 타고 들어와서 국내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았다 보니 조금 답답함이 있었는데 이제 드디어 무언가 해소된 느낌이에요. 이제 정말 한국의 많은 분들이 저희 음악을 들어주기 시작해서 너무 감사하죠. 그래서 이제 이번 단독 공연을 정말 멋있게 보여드리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목표예요.
Q 웨이브투어스가 이야기하는 청춘과 사랑의 송가같은 것들이 만국 공통으로 통용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해외 공연이나 국내 공연을 했을 때 팬들의 온도 차이 같은 게 있나요?
차순종 뭐랄까 나라간 문화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김다니엘 한국에서는 그 노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 특히 가사나 음을 완벽히 숙지하지 않으면 많이 부끄러워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동남아나 미국에 갔을 때 느꼈던 건….
차순종 일단 지르고 보자? (웃음)
김다니엘 일단 내가 음을 모르고 가사를 몰라도 지금이 너무 좋아! 그냥 같이 떠들고 같이 노래 부르자! 이런 느낌이에요. 특히 동남아에서는 이 곡을 몰라도 스스로 흥얼흥얼거리면서 떼창을 하고 함성을 엄청 질러주세요.
미국 같은 경우는 확실히 본인들의 언어이고 그런 음악을 노래하고 있다 보니 좀 더 정말 편하고수월하게 저희의 노래를 불러주시고요, 약간의 k-아이돌 문화가 대중화되다보니 더 열광적으로 저희한테 반응을 해 주는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차순종 미국은 개인을 크게 지칭해서 부르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니엘!!” “동규!!(웃음)” 이렇게 소리를 많이 지르세요.
신동규 (웃음) 사실 제일 많이 언급되는 멤버가 순종이 형 같아요. 덕질하기 좋은 사람이라고 할까요?
Q 올해 웨이브투어스는 페스티벌도 여러번 나왔어요. 혹시 기억에 남는 페스티벌이 있나요?
김다니엘 아무래도 저는 펜타포트이지 않나 싶어요. 제가 밴드를 하게끔 만들어줬던 팀이 엘르가든인데, 엘르가든이랑 같은 날 더폴스로 서서 직접 만나고 얘기도 나누고 해서 너무 영광이었던 시간이었어요. 백스테이지에 뛰어가서 인사도하고 그랬죠. 이번 펜타포트는 제 인생에 있어 너무 의미 있는 날이었어요.
신동규 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뽑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선셋롤러코스터를 동경하는데 같이 헤드라이너로 만났다는 게 너무 좋았죠.
차순종 저는 미국으로 하겠습니다. 원래부터 미국에서 활동을 하는 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는데 그게 이루어지게 된거죠. 미국에서의 첫 공연이랑 마지막 공연이 좀 많이 생각이 나요. 미국에서의 공연 마지막날, 뭔가 왈칵하고 감정이 차오르던 게 생각이 나요. 우리가 이걸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일단 1차적으로 들었던 것 같고, 이 멤버들이랑 장기간 계속 한 달 넘게 붙어 있었던 것도 처음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뭔가 대견했던 것 같아요.
Q 만약 기회가 돼서 내년에 제가 웨이브투어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또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웨이브투어스가 유일하게 피처링 한 곡이 전진희 씨에요. 이유가 있을까요?
김다니엘 처음에 이제 진희 누나가 “너한테 편곡을 받고 싶어” 라고 연락을 줬어요. 그리고 작업을 하다보니 “혹시 너가 노래도 같이 불러줄 수 있을까?”라고 물어봤죠. 어차피 연주를 순종이, 동규가 다 했으니 저도 노래를 흔쾌히 불렀어요. 뭔가 특별히 이 곡에만 피처링을 했다기보다는 언젠가 너무 좋은 곡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희는 또다른 좋은 음악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Q 두 팀의 만남, 시너지가 좋았던 것 같아요. 전진희, 웨이브투어스 두 팀 다 그 계절만이 품을 수 있는 사랑의 여러 면을 좀 섬세하게 건드리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세심한 감수성을 두 팀다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더 시너지가 엄청나게 나고 너무 좋은 곡이 나온 것 같아요.
김다니엘 물론 정말 힘들게 만들었어요. 무주 산골 음악 영화제에 갔던 날 이 생각나요. 그날 새벽까지 애들은 다 술 마시고 쉬고 있는데 저 혼자서 산 속에서 작업하며 만들었던 곡입니다. (웃음)
Q 좀 가벼운 질문들을 해볼게요. 사실 웨이브투어스 하면 패션도 굉장히 눈에 띄잖아요. 딱 지금 봐도 세사람의 스타일이 너무 달라요. 다니엘씨는 팀의 스타일링도 직접 하시기도 하고, 세 분 다 빈티지도 좋아하고. 세 사람의 패션 스타일을 서로 정의할 수 있나요?
차순종 일본인
신동규 일본인 A. 일본인 B
김다니엘 아니야 동규는 과도기.
신동규 제가 지금 패션에 엄청 많은 시도를 하고 있어서 뭐라 정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캐릭터같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김다니엘 저희 둘은 일본 옷을 너무 좋아해서 자주 애용하고 있고, 저는 90년대 락밴드 스타일이나 그런 것도 좀 좋아해서 많이 선보이려고 해요. 그런데 동규는 뭔가 특이해요. 무척 다양한 시도를 하고 어떨 땐 오늘처럼 깔끔하게 입기도 하는데, 어떨 땐 정말 과감한 옷들을 믹스매치해서 입기도 하거든요. (웃음)
Q 요즘 제일 많이 듣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는는 누구인가요?
신동규 저는 Video Age 계속 듣고 있어요.
차순종 Vives & Days! Vacations 라이브 영상이 너무 재밌어요.
김다니엘 저는 요즘 제프 버클리를 다시 듣고 있습니다. 제일 좋아하고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입니다.
Q 요즘 제일 재밌게 보고 있는 콘텐츠가 있나요?
차순종 밀리의 서재… 제가 상위 6% 이용자입니다.
김다니엘 저는 머리가 복잡할 때는 만화를 보는 편이라 웹툰 만화책 애니메이션 등등을 요즘은 좀 많이 보고 있어요.
신동규 저는 요리 레시피랑 영어공부요!
Q 영어 공부라고 하셔서 갑자기 궁금한게 생겼어요. 이번에 뮤직비디오가 다 리릭 비디오잖아요. 이것도 일부러 의도해서 만드신 건가요? 뭔가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예쁜 풍경이 나오거나, 세 분이서 자전거를 타거나 아니면 어떤 예쁜 모델이 나오고, 하지만 따로 스토리는 없어요. 왜 리릭 비디오를 만들게 됐는지 궁금해요.
김다니엘 저희 곡들이 패셔너블하고 화려한 영상들보다는 좀 잔잔하고 자연스러운 영상이 어울리는 음악이기도 하고요. 그냥 음악을 들으면서 정말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다행히도 다들 너무 좋아해 주셔서 벌써 조회수가 1,000만 회가 됐더라고요?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요. 아티스트의 얼굴이 나오는 것보다 아티스트가 아닌 누군가의 얼굴이 나오는 게 음악에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생각.
Q 맞아요. 영상들이 잔잔하지만 어디론가 떠나고 쉬고 싶게 만드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가벼운 질문을 하나 더 해볼게요. 지금 제일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차순종 웨이브투어스.
김다니엘 저희가 아직까지도 저희간의 화합을 다 해소해내진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동규와 작업을 더 하고 싶고 순종이와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까지는 제일 큰 것 같아요.
신동규 다 각자가 풀고 싶은 게 서로한테 있어서 저도 아직은 형들인 것 같아요.
김다니엘 언젠가 저희도 비틀즈처럼 각자의 곡이 생기고, 나는 동규가 쓴 곡이 제일 좋아, 나는 순종이 쓴 곡이 제일 좋아, 이런 순간들이 오면 좋겠다 생각을 해요.
Q 웨이브투어스의 연주는 산들산들 가볍고 상쾌한 느낌이 있고, 다니엘 씨도 목소리가 조금 간질거리는 낭만적인 면이 있잖아요. 이런 싱그러운 느낌이 합쳐지면서 이 팀을 소개할 때 로맨틱하다는 말을 빼놓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데 각자에게 최근 가장 로맨틱한 순간은 무엇인가요?
김다니엘 미국 투어를 다녀와서 살짝 번아웃이 왔어요. 뭔가 무기력하다고 해야할까요. 그러다 다시 무대에 올랐을 때 ‘내가 그렇지. 나는 이걸 위해서 살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에 저한테 가장 로맨틱한 순간은 역시 무대에 오르는 순간들인 것 같아요. 너무 전형적인가요? (웃음)
차순종 저는 제 마음 상태가 온전할 때가 제일 로맨틱….(웃음) 제가 외관은 약간 햄토리 같지만 속은 불같이 타오르는 사람이거든요. 그걸 평소에 조절 하고 중화하면서 이렇게 플랫한 상태를 완성한 제 모습이 좀 로맨틱한거 같기도 하고…(웃음)
신동규 제가 요리를 할 때? 친형이나 친구들을 불러서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그러다보니 그런 제 모습이 로맨틱해 보여요.
차순종 동규가 사람을 잘 챙겨요 정말.
Q 이제 수많은 플레이리스트에서 웨이브투어스를 만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데, 웨이브투어스의 음악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이 들어주었으면 하나요?
신동규 시골에 놀러 갔는데 갑자기 어떤 할아버지나 아줌마들이 웨이브투어스의 음악을 들고 있으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종종해요.
김다니엘 언젠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음악은 기억 속에 숨어드는 음악’이다. 그런 표현을 한 적이 있는데 그냥 정말 불현듯 듣고 싶은, 잠깐 잠깐 꺼내서 들을 수 있는 노래였으면 좋겠어요.
차순종 저 같은 경우에는 누가 어떻게 들어줬으면 좋겠다보다는 스스로 갑자기 꺼내 들었을 때도 좋은 음악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게 더 개인적으로는 좀 의미가 있지 않나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들었을 때도 여전히 좋은 음악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올해 활동 계획. 기대하는 부분, 팬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나요?
김다니엘 일단 저희는 이번 단독 공연을 마친 후 내년 상반기까지는 휴식 겸 저희 앨범을 만드는 시간을 가질 것 같아요. 그렇기에 저희 공연을 잘 재밌게 즐겨주시고, 또 언젠가 나올 저희의 앨범도 많은 기대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순종 항상 열렬히 지지해 주시는 분들,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웃음)
신동규 올해 봤던 모습들이랑 내년에 뵙게 되는 모습들이 많이 달라질 거에요. 더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Roger Tam
인터뷰 조혜림
Writer
음악 콘텐츠 기획자, 하루키스트, Psychedelic rock. <중경삼림>의 영원한 팬. 읽고 듣고 보고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조혜림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