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아티스트들의 인터뷰 아카이빙
지금까지 진행했던 인터뷰들을 아카이빙 해봅니다 :)
사라진 매체도 있고, 찾아보기 어려운 매체도 많아서 브런치에 조금씩 아카이빙 합니다.
인터뷰는 모두 제가 직접 섭외, 진행 했습니다 :)
우리는 과거에 사로잡힌 상태임을 자각하는 순간 그로부터 벗어나고 이를 끊어내려 노력한다. 어느덧 낡고 초라해진 10대 시절의 기억은 머릿속에서 새롭게 조립되고 다양한 형태의 다른 기억으로 변하여 종종 우리를 혼란케 한다. 나는 머릿속이란 세상 속에서 수없이 재창조된 기억의 뿌리를 캐 세상 멀리 던져버리고 싶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과 감정은 끊임없이 우리 곁을 배회한다. 어쩌면 기억에서 우리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싱어송라이터 정우는 과거의 자신을 떠나보내는 ‘살풀이’로서 해방감을 맞이하고자 이번 앨범을 준비했다. 하지만 끝내 해소되지 않고 머물러 있는 기억을 바라보던 그는 피부처럼 달라붙은 순간의 조각들을 한껏 품에 껴안고 영원히 이 감각과 함께 가길 택했다. 이제 그 기억들은 달아나야 하는 날카롭고 위험한 덫이 아니다. 나를 이뤄온 기록이자 삶의 동행자임을 받아들이고, 정우는 평생의 이야기들을 등에 이고 품에 안고 걸어갈 힘을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우린 쉽게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에 익숙하다. 새로운 유토피아를 찾아 현재를 허물처럼 벗어 짓밟고 일어서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을 위한 새로운 유토피아를 찾아도 이것이 우리를 온전히 만족시킬 순 없다. 그렇기에 인내와 관용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갇혀 있던 ‘클라우드 쿠쿠 랜드’(몽상)에서 벗어나 도약해야만 한다. 도약에 성공한 정우는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진짜 자기 모습을 한껏 꺼내 보이며 “나는 원래 이 앨범 같은 사람이에요.”라고 웃었다. 그는 강박도 두려움도 없이, 타인의 평가와 해석과도 분리된 온전히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신나게 이어 나갔다.
Q.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우 저는 지난 11월 9일 <클라우드 쿠쿠랜드>라는 정규 2집으로 또 인사를 드리게 된 싱어송라이터 정우입니다. 안녕하세요.
Q. <클라우드 쿠쿠 랜드> 음원을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요. 첫 번째는 정말 좋아서, 두 번째는 이전의 정우와 다른 앨범이 나왔다는 점 때문이었죠. 특히 정우 씨를 <온스테이지>로 알게 되신 분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 같아요. <온스테이지> 라이브 영상 속 정우는 티 없이 맑고, 슬픔이나 우울 없는 포크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물론 가사를 깊이 들여다보고 또 다른 음악들을 들어봤다면 다른 감성을 짐작할 수 있었겠지요. 이러한 변화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정우 사실 앨범을 낸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에요. “변화의 계기나 결심의 이유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이요. 이렇게 듣는 분들도 또 관계자분들도 질문을 참 많이 주셨는데 사실 변화를 하기 위해서 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변화하겠다는 생각을 제 의지로 해본 적은 없어요. 이번 앨범의 목적은, 오로지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전하는 것이었거든요. 변화를 위해 앨범을 만들자는 접근보다 이번에 만들고 싶은 앨범이 존재하므로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을 다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뭔가 시도해야 할 게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해보다 보니 어찌어찌 흘러 특정한 메시지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현재의 모습이 되어 있더라고요. 여담으로 외부에서는 제가 되게 확 바뀌었네 이렇게 봐주시지만 지인들은 “가장 너다운 앨범을 냈네.” 하며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실제로도 이전 1집보다 2집의 성향과 흡사한 삶을 살고 있기도 하고, 그런 의미로 변화라는 게 의외로 저에게 있어서 큰 의미는 없었던 것 같아요.
Q. 초점을 맞추었다는 앨범의 주제나 메시지가 하루이틀 만에 나온 건 아니잖아요. 언제부터 이 앨범에 관해 생각했나요?
정우 우선 앨범 소개글에도 써 있다시피 저는 무척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해요. 그런데 어떠한 순간에는 과거에 저를 괴롭혔던 일들, 저에게 영향을 주었던 일들이 떠올라서 이상하게 잠이 안 오는 밤이 생기더라고요. 마치 망령들이 떠돌다 갑자기 내 눈에 띈 것처럼 불편한 감각을 안고 살던 와중에, ‘이거 어떻게 좀 살풀이를 해야 되겠는데?’ 그리고 ‘지금쯤 시도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이번 앨범은 예전의 나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기로 결심했어요. 계기가 있고 뭔가 사건이 있어서 앨범을 준비를 시작했기보다 살면서 한 번쯤 겪어야 하는 창작이 아니었나 하는 흐름으로 지금에 도착했어요.
1집 <여섯 번째 토요일>(2019)
Q. 기존 정우 씨의 음악은 정우 씨 목소리 특유의 깨끗한 고음이 눈에 띄었고, 기타 스트로크와 퍼커션 연주에 맞춰 신나고 활기찬 고음을 연주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일렉기타 사운드 특유의 물성이 날카롭고 강렬하게 드러나서 음악 자체가 굉장히 차가워졌어요. 거기에 신스 사운드까지 더해져 마치 정우라는 나무의 물성 위에 차가운 갑옷이 입혀진 것 같아요. 이러한 차가운 물성으로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고 싶어요.
정우 말씀해주신 것처럼, 이전 1집은 대체적으로 따뜻한 색감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이번 앨범은 앨범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하는 게 저에게 있어서 가장 뚜렷한 목표였어요. 그러기 위해 가사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고요. 각 곡이 말하는 가사가 잘 연결될 필요가 있었어요. 가사를 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사운드, 악기 종류, 기법 그런 것들을 생각했을 때 포크보다 록에 가까웠어요. 포크의 표현에 한계가 있었기보다, 정말 도구로써 이게 지금 여기에 훨씬 더 잘 어울리겠다. 그리고 나는 날것 같은 소리를 원한다 이렇게 사고의 흐름이 흘러가서 차가운 소리들이 좀 앞으로 튀어나온 앨범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또 재밌게도 저는 전 앨범인 1집보다 지금 앨범을 더 뜨겁게 느끼긴 해요. 신기하게도 가사의 내용이나 이 곡들을 만들었던 당시에 이 곡에 쏟아부었던 감정이, 오히려 정제되고 절제된 1집보다 훨씬 더 더운 느낌이지 않나 싶어요.
Q. 바꿔 말해 이번 앨범에서 정우가 원하는 걸 쏟아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좀 더 열정적으로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정우 쏟아 부은 마음의 크기를 비교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1집이나 2집 모두 다 정말 최선을 다하는 앨범이었거든요. 하지만 정말 이리저리 삐쭉삐쭉 들쭉날쭉하고 변덕스러운 모습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이전과는 또 다른 온도를 제가 좀 느끼게 됐고 그래서 차갑다는 표현도 어울리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2집이 1집보다 조금 더 밀도 있고 온도가 높은 앨범이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2집은 만들어진 음악에 저를 끼워 맞추는 상황보다는 저 그대를 더 보여주려고 했어요. 프로듀서님들도 이 음악에 맞춰서 보컬을 변화시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주셨고, 그럴 수 있도록 노래 만들어 놨으니 편하게 녹음하시면 되겠다고 해주셨죠. 프로듀서로 안다영 님과 구름님 두 분이 참여했는데 두분 다 정말 비슷한 얘기를 해 주셨어요. “늘 하시던 대로 부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요.
2집 <클라우드 쿠쿠 랜드>(2023)
Q. 이번 앨범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정우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시작을 했어요. “성장이 뭘까?” “어른이 왜 되어갈까?”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자라야 잘 자라는 걸까?” 그래서 성장에 관한 질문 그리고 그것에 대한 고민과 과정 자체가 담긴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클라우드 쿠쿠랜드는 성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또 좋은 성장이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을 담은 앨범이라고 소개를 드리고 싶습니다.
Q. 성장의 의미가 다양하잖아요. 단순하게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른이 되는 성장도 있고, 기존의 나를 뛰어넘는다는 의미의 성장도 있고요.
정우 제가 의미한 건 생물학적 성장입니다. 능력의 발전이나 아니면 뭐 성숙해지는 과정 이전에 태어났으니 자라야만 하는 모든 과정을 저는 성장이라고 표현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단어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도 하고요.
보통 사람들은 성장했다고 얘기할 때 좋은 의미로 “너 되게 전보다 낫다?” 아니면 또 “달라졌다.” 이런 의미로 사용하곤 하는데, 글쌔요. 자라야 해서 자란 것을 좋다, 나쁘다 표현할 수가 있나? 이러한 의문에서 저는 성장이 뭘까? 고민을 시작했고 이 질문이 많이 어렵게 느껴졌죠.
Q. ‘클라우드 쿠쿠 랜드’의 뜻은 무엇인가요? 앤서니 도어(Anthony Doerr)의 소설 제목에서 따온 걸까요?
정우 동명의 소설은 오히려 리스너 분들이 알려주셔서 읽게 되었어요. 원래 존재하는 영어 숙어 표현인데요. “너 클라우드 쿠쿠 랜드에 살고 있어.”라고 하면 “너 망상의 공상의 세계에 갇혀 살고 있어.” “너 되게 몽상가네?” 이런 식의 표현이 된다고 해요. ‘클라우드 쿠쿠 랜드’의 가사도 자신이 전부이고, 자신이 가장 잘난 줄 알았던, 본인의 세계에 갇혀 지냈던 화자가 그 세계를 탈피하는 과정을 담은 곡이거든요. 주제와 잘 맞아서 어느 날 발견한 영어 숙어에서 그냥 그대로 따와 제목을 지었습니다.
Q. 타이틀곡 ‘클라우드 쿠쿠 랜드’와 선공개곡 ‘낡은 괴담’에 관해 말씀해주세요.
정우 ‘낡은 괴담’은 정규 앨범을 들려드리기 전, “이번 정규앨범은 이런 흐름으로 나옵니다.”라고 좀 소개해 드리기 위해서 한 달 전 미리 공개한 곡이었어요. 전 공연할 때 “무기력한 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잠든 후에 일어나고 싶지 않은 밤을 떠올리며 들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곤 했는데요. ‘클라우드 쿠쿠 랜드’ 같은 경우는 반대로 무기력함에서 탈피하고 싶어하고 무기력하고 무력한 본인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화자의 곡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Q. ‘낡은 괴담’의 뮤직비디오 이야기도 해주세요. 사랑하는 연인이 트럭을 타고 어디로 떠나가는데 표정이 마냥 즐겁지 않아요. 마치 단편영화 같은 느낌도 있고요.
정우 놀랍게도 이 곡은 뮤직비디오 제작 의뢰를 할 때, “곡에 집중할 수 있는 영상이 되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영상에는 서사가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로지 비주얼로 음악을 표현한다는 접근이면 좋겠다고 요청했어요. 왜냐하면 서사를 많이 부여한 타이틀곡 영상을 별도로 만들 계획이었거든요. 이 곡 같은 경우에는 느끼시는 대로 느끼실 수 있게 제작하려 노력했어요.
Q. ‘클라우드 쿠쿠 랜드’의 뮤직비디오 역시 무척 독특하고 정우 씨의 연기가 돋보였어요.
정우 ‘클라우드 쿠쿠 랜드’의 뮤직비디오는 공상의 세계, 자신이 전부인 세계에 갇혀 살던 화자가 그 세계가 붕괴하는 모습을 보며 겪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에요. 그래서 유토피아를 찾으려 노력하는 화자, 그러나 붕괴되는 유토피아 속에서 다른 유토피아를 찾으려 하는 화자를 다양하게 보이게 하려 노력했어요. 곡의 가사를 보며, 또 뮤직비디오를 보시는 분들이 보이는 대로 해석할 수 있게끔 상황을 좀 여러 갈래 열어 둔 영상입니다.
Q. 뮤직비디오 속 ‘정우’는 하나의 약간 신 같은 존재로서 계속 유토피아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자신만의 몽상 속에서 뭔가를 찾기 위해 계속 뭔가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정우 둘 다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누군가는 말씀하신 전자의 흐름으로, 누군가는 후자의 흐름으로요. 사실 둘 다 맞는 이야기가 될 것 같거든요.
Q. 이전에는 ‘정우’라는 생각할 때 맑고 밝으면서도, 넝마 같은 당신을 안아주고 내가 버려져도 당신을 이해하는 그런 자기 희생적인 소녀의 이미지가 있었어요. 저는 정우 씨의 음악을 들으면 영화 <로제타>(1999)의 비극적인 주인공 ‘로제타’가 생각나서 늘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했죠. 맑은 얼굴 뒤에 잔뜩 애쓰고 힘을 내려 노력하는,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그런 안쓰러운 소녀가 보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선 도망치고, 죽은 나라도 데려가라는 독한 의지 같은 게 느껴져요. 정우가 이토록 무서울 것, 두려울 것 없는 사람이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정우 사실 인간 ‘박정우’로서는 늘 그렇게 겁이 없고 용감한 타입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좀 신기하게도 정규 1집, 그리고 그 다음에 낸 싱글들을 발표하면서 저를 만난 분들에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노래와 다른 느낌이시네요?”였어요. 공연장에서 저의 어떤 섬세하지 않은 행색을 보고, 되게 의외라고 피드백을 주시는 관객분들도 계셨고, 관계자분들도 “부르는 노래와 굉장히 다른 성격을 띠고 계시네요.” 이런 말씀을 주셨던 것들이 저는 되게 재미있었어요. 이번 앨범을 만드는 과정 역시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지.” “이렇게 되어야지.”보다는 자연스럽게 제가 갖고 있던 가장 솔직한 저를 꺼내 보이게 된 건데요. 그래서 용감하고 무모해 보이는, 변덕스러워 보이는 모습이 사실 제 안에 있었던 것을 끄집어 낸 거라고 볼 수 있어요.
Q. ‘정우’라는 사람이 어떤 색이든 담아두는 팔레트 같기도 하고, 스펙트럼이 참 넓어서 모든 것이 사실 나였다고 귀결이 되는 것 같아요.
정우 맞습니다. 누구에게나 여러 면이 있는 것처럼, 저조차 저를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더라고요. 워낙 많은 면들이 있고 또 그 와중에 사회화도 되어 버렸고 하니. (웃음)
Q. ‘JUVENILE’의 가사에 이대로는 안되겠고 달라지고 싶다가도 아무래도 한 평생을 이따위로 살 것 같다고 했는데 이게 정우의 상태인가요?
정우 반반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이 앨범을 저와 가장 닮았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앨범에서 제일 큰 의미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앨범을 좀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면, 가장 어린 화자의 이야기로 그 무서운 이야기를 잠에 들지 못하는 무서운 감정이 들었을 때 그걸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화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가 점점 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트랙이 순차적으로 진행이 돼요. 그리고 ‘Gust/Interlude’ 트랙을 거치면서 현재 유년의 저부터 현재의 저에 더 가까워지는데요. 1부에 있는 ‘Juvenile’이라는 곡의 말 뜻 자체가 청소년기를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제 가장 정신없던 10대에 조금 더 닮아 있는 느낌이지 않나 싶어요.
Q. 이번 앨범은 강렬한 연주와 달리 가사의 경우 일기처럼 느껴져요. 처음에 들었을 때는 당연히 정우 님의 비주얼 변신이라든가 음악적 변신에 눈길이 갔지만, 결과적으로 목소리나 노래를 부르는 방식들은 거의 동일하더라고요. 그런데 가사들은 전보다 더 일기 같은 인상이 있거든요. 가사 모두 정우 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건가요?
정우 그렇게 생각해 주셔도 재밌을 것 같고,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해 주셔도 재밌는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왜냐면 실제로 음악을 만들 때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오히려 어떤 부분이 정말 저의 진실된 사건인지 아닌지도 딱히 설명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왜냐면 그걸 상상하는 것은 오로지 청자의 몫인 것 같거든요. 저 역시 작품을 볼 때 너무 설명이 많은 작품을 선호하진 않아요. 여백을 남겨두어서 “이런 거 아닐까?” “저런 거 아닐까?” 이렇게 상상하게 되는 작품을 좋아해서 그런지 제 앨범에 있어서도 여백을 남겨 두고 싶었어요. 제가 만든 곡인 만큼 제가 들어간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반대로 겪어보지 않은 일, 그러나 상상으로 만들어낸 사건들도 포함이 되어 있고 많은 것들이 좀 혼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앨범 자체가 이제 ‘박정우’라는 사람을 현재를 보여주는 거니까 주변 친구들이나 원래 정우 님과 친하셨던 사람들은 앨범을 듣고 웃었겠어요? “그냥 박정우잖아?”라면서요.
정우 정말 좋아했어요. 지인만이 아니라 오래 저를 본 팬분들이나 또 몇 번 이렇게 띄엄띄엄 공연으로 오신 관객분들도 “언제 이런 거 하시나 기다렸습니다.” 이런 반응이 많더라고요. 심지어 마지막 트랙 ‘Crack’을 이 발매 이전에 공연 때 부른 적이 있는데요, 끝나고 팬분들이 찾아오셔서 모든 분들이 다음 앨범은 록으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런 말씀을 해주셨던 것도 기억나요. 그럴 정도로 저와 록이라는 장르에 닮은 구석을 많이 느끼셨기에 그런 피드백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Q. 기획사를 나와 처음으로 발매한 앨범이기도 하고, 위에서 이야기 했듯 프로듀서로 구름, 안다영 씨가 프로듀서로 함께했어요. 두 분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정우 다영 님이 맡아 주신 트랙은 이제 4번과 5번 트랙이고, 구름 님이 맡아 주신 트랙은 나머지 트랙이에요. 프로듀서 두 분이 한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느낌보다 아예 분리된 트랙으로 이번 앨범이 완성이 됐고요. 이전에는 회사에서 녹음을 진행을 하다 보니까 녹음실을 사용하는데 여유가 있고 그 좀 마음에 안심되는 구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해진 시간 안에 녹음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요. 그 와중에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만 하고 그 압박감에 때문에 녹음할 때 정말 혼미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보컬 녹음이 초반엔 고생스러웠는데,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한두 번 하니까 바로바로 적응하고 해결이 되어서 마지막까지 큰 탈 없이 종료가 되었어요. (웃음) 4, 5번 트랙 보컬 디렉팅을 다영 님이 맡아 주셨는데 너무 꼼꼼하게 해주셔서 스스로도 정말 마음에 드는 보컬이 나왔다는 느낌을 처음 느낀 것 같아요.
제일 힘들었던 건, 저는 자존심이 좀 센 편이라서 ‘내가 이걸 못하네?’ 이런 마음이 들 때 가장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편집하고 수정해서 보컬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잘 녹음이 됐어야 하지 않나?’ ‘남들 앞에서 직접 부를 때 이거 되게 좀 아쉽다.’ ‘내 한계가 아직 이렇구나. 더 잘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심적으로 가장 좀 힘든 것 같아요. 정규 1집과 그 이후 나왔던 싱글들은 다 원테이크였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이 1집과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많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1집은 내 멋대로 마음대로 쳐도 괜찮은데, 2집은 그 딱딱 들어가는 박자에 내가 잘 맞춰서 들어가야 하고 또 실수한 게 또 티가 많이 났으니까요. 이번 앨범 작업을 통해 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연습이나 해야지 뭐 하면서 좀 건강하게 넘기며 앨범 작업을 종료한 것 같아요.
Q, 두 프로듀서들과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정우 우선 앨범에서 하고 싶은 말이 정해지고 또 뭘 해야 할지 알게 되는 과정에서 저는 이 두 프로듀서님들께 연락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고가 전혀 없는 분들이었죠. 두 분 다 다른 작업을 거의 받지 않기로 유명한 분들이셔서 기대 없이, 다만 제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명확히 전달하는 기획안을 짜서 연락을 드렸는데 놀랍고 감사하게도 수락을 주셔서 두 분과 함께 작업하게 됐습니다.
Q, 다시 앨범 이야기를 해볼게요. 수록곡 중 ‘충동 1분’은 강렬한 대비가 무척 재밌는 노래예요. 이 곡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정우 사실 다른 분은 어떨지 모르겠는데요. 제목처럼 그냥 한 번쯤 혹은 살면서 언젠가 떠올릴 법한 충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 곡은 2022년에 이미 싱글로 나왔던 적이 있어요. 이번에는 당시와 다른 편곡을 거쳐 앨범에 넣으면 함께 밀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충동성을 반복해 강조하는 형태로 음악을 완성했어요. 내가 죽고 싶었다가, 살고 싶었다가, 이러든 저러든 어떡해! 난 지금 이 욕구가 내 안에 너무 강렬해! 그런 흐름으로 완성했다 보니 노래가 이렇게 대비가 심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저는 노래를 만들 때 늘 지금 이 시점만의 이야기로 만들지 않는 편이에요. 어쨌거나 지금의 저는 과거의 모든 시간들이 겹쳐서 완성된 사람이잖아요. 그 시간들 속에서 단어 하나하나 채집해 오듯이, 여기저기서 가져와서 완성을 하는 편이라 여러 가지가 혼재되어 있는 느낌으로 ‘충동1분’을 제작했습니다.
Q. 평소 정우 씨를 충동적으로 만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나요?
정우 저는 늘 충동적인 사람인 것 같고요. 그걸 이제 억누르며 잘 달래고 또 잘 대화하며 지내오는 성향이지 않나 싶습니다. 얌전하기보단 늘 이글이글한 느낌이거든요? 그 느낌을 잘 달래며 살아가고 있죠.
Q. 죽고 싶고, 괴롭기도 하고, 도망치고 싶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신의 손을 잡고 싶고 잡게 해달라고 말하는 ‘Gust/Interlude’를 중심으로 앨범이 1부와 2부로 나뉘어요. 전반적으로 트랙리스트 배치를 어떤 의도로 한 건지 자세히 듣고 싶어요.
정우 트랙리스트는 편곡이 시작되기 전부터 계속해서 편집하고 있었어요. 이 앨범의 서사를 완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순서가 좀 중요한 상황에서 2부가 1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좀 짧아요. 왜냐하면 과거는 이미 과거로 남아버렸으니 닫혀 있는 어찌 보면 닫힌 결말이지만, 허물을 벗어내고 또 새 옷을 입고 어딘가로 달려나가려고 하는 저는 아직까지도 진행 중인 저이기 때문에 오히려 2부의 끝을 조금 타이트하게 끊어내서 현재 청자와 관객분들이 보실 저의 모습에 조금 더 집중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게 됐어요.
Q. 맞아요. 2부 길이가 짧다 보니까 벌써부터 다음 앨범이 기대되는 거예요. 이 사람은 어디로 또 달려가려고 하는 걸까? 새 옷을 입고 어디로 가려는 거지? 그런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정우 안 그래도 2집 나온 지 이제 한 달도 안 됐는데 다들 3집은 언제 나오느냐는 얘기를 하셔서 들을 때마다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어요. (웃음)
Q. 일부러 그렇게 만드신 거 아니었어요? 이렇게 딱 어디론가 달려가려고 준비하면서 딱 끝나버렸잖아요.
정우 “기대해 주시라!” 그런 느낌이기도 하고, 사실 그 뒤에 이야기는 “다음에 제가 계속 해보겠습니다!” 이런 느낌이기도 했는데, 벌써 3집 이야기가 나오니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어서 해야 하겠는데?’ 싶더라고요. (웃음)
Q. ‘낡은 괴담’, ‘Toss and turn’에서 이야기하는 ‘horrible story’는 같은 내용일까요? 어떤 무서운 이야기가 쓰여 있던 걸까요? 정우에게 있어서 환멸감을 느끼게 하고 벗어 던지고 싶고 유령같이 본인을 사로잡고 있던 무서운 이야기들은 무엇인가요?
정우 저는 저라는 존재 자체를 무서운 이야기처럼 대하는 것 같아요. 왜 무서운 이야기는 해가 떠 있고 사람이 많은 데서 ‘이런 괴담 재밌다.’ 하면서 읽다가 집에 혼자 남고 불이 꺼진 상태에서 천장을 보고 누웠을 때 괜히 발 밑이 간지럽고 무섭고 그런 거잖아요. 아니면 현관문 잘 잠궜나 확인하게 되고요. 저는 제 스스로가 그렇게 느껴져요. 사람이 주변에 많고 날이 밝고 할 때는 제가 좀 재밌어요. 제가 보기에도 제 인생이나 저의 과거가 볼 만한데 뭔가 쓸쓸한 기분이 들거나 혼자 남은 감각이 딱 찾아올 때에는 ‘나 왜 그렇게 지내왔지? 나 왜 그랬었을까? 다시 살면 더 잘 살 자신 있는데.’ 이런 마음이 드는데, 이럴 때 뭘 어떡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는 거죠. 내가 나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뭘 해야 하는지 배워본 적이 없고 또 누구든 그걸 어떻게 가르쳐 주겠어요?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의 과거가 마치 무서운 이야기 같구나 싶어서 그렇게 첫 곡을 쓰게 된 것 같아요.
Q. 정우 씨는 10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겠어요.
정우 네 저는 전혀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어린 게 좋지.’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그렇게 말하는 그분들도 어렸을 때 자신이 어렸을 때의 고민이 또 있었을 거란 말이죠. 저는 지금이 더 좋아요. 지금에 충실하고 싶고요.
제가 ‘살풀이’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이 앨범을 다 마치고 나면 과거의 제가 저를 떠나갈 줄 알았어요. 정말 깔끔하게 해소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을 느꼈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이걸 지고 갈 수 있는 힘이 내게 생겼구나.’ ‘놓고 가는 게 아니라 데리고 갈 수 있는 근육이 붙었다.’ 하는 감각이 생기기도 했고요. 오히려 과거의 제 모습과 이야기들이 몸에 피부처럼 잘 달라붙은 것 같은 감각이 들었어요. 그게 굉장히 애틋했고요.
Q. 정우의 살풀이는 아직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느낌이네요. 이것이 다음 앨범에서 이어질까요?
정우 애초에 이 앨범을 만들 때부터 살풀이를 하고 싶었지만, 이 앨범으로 모든 걸 끝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은 만들 때조차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결국 진행 중인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해소감이 있는 엔딩이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를 잘 데리고 가는 느낌이 지금 저에게 남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8번 트랙 ‘Gust/Interlude’는 어딘가 혼자 남아 있고 널브러져 있던 과거의 저를 현재의 제가 만나러 가는 순간이에요. 지금 제가 딱 앨범의 흐름대로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말하자면 정우는 다시 태어난 것까지는 아니고 뭔가 허물을 좀 벗었다 싶지만 그런데도 그걸 버리지 않고 다시 안고 가는 그런 상황인 걸까요?
정우 네. 그리고 다시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이번 앨범에서 제가 얻어간 가장 큰 의미가 아니지 않나 싶어요. 다시 태어나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도,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제대로 살자는 느낌으로 제 온도가 바뀐 건 또 확실히 느껴요.
Q. 버전별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찾아나서는 뮤직비디오 영상처럼 정우 씨도 앞으로 계속 또 다른 버전을 찾아서 헤매고 있겠네요.
정우 그러게요.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찾아 늘 그렇게 살아가겠죠. 그런데 오히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토피아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게 오히려 제게 가장 큰 터닝 포인트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Q. 이번 앨범에는 영어로 된 곡이 3곡이 있어요. 기존에 우리말을 잘 소화해내는 보컬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어 가사를 부르자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변하더라고요. 영어 곡을 쓰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정우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저는 이번 앨범이 또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곡을 처음 만들었던 때도 이유 없이 곡을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해보자고 뒤도 앞도 가리지 않고 용감하게 뛰어들었던 그때의 감각을 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냥 할 수 있는 걸 더 잘하자. 한글가사는 늘 해보던 거다 보니 좀 정제된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걸 찾고 싶었고 그런 의미에서 영어 가사 써보자! 무작정 도전했어요. 실제로 가사를 쓸 때 아무 계획없이 직관적으로 이 문장엔 이 단어, 이 억양엔 이런 음절이 필요할 것 같아 하면서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계속 가사를 찾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 같아요.
Q. 가사에서 하나의 흐름이 느껴지기보다 생각한 것들이 충동적으로 나열된 듯한 느낌이 좀 있어요. 가사를 어떻게 쓰는 편인가요?
정우 아까 팔레트라는 표현을 하신 것처럼 창작을 할 때 어떤 한 태도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 방식만을 고수를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장인 같은 분들은 이런 흐름으로 이렇게 완성해냈다. 하는 느낌이라면 저는 그때그때 좀 자유롭게 창작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영어 가사만이 아닌 우리말 가사도 고민해서 문장을 만들 때가 있고 기침하듯이 무언가를 뱉을 때가 있고요. 이번 영어 가사도 그런 식으로 완성이 됐고, 한국어 가사도 그런 식으로 늘 작곡을 하고 있고 그냥 될 대로 마음에 드는 게 나올 때까지 어떤 방법이든 써서 완성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사들을 쓸 때 그때 나는 왜 그렇게 썼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언젠가는 그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말밖에는 떠오르지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의 기대만큼 창작을 그렇게 특별한 행위로 생각하지 않는 제 태도가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저 지금 떠오르는 것들 다 이어보자. 그리고 그 중에 좋은 무언가를 모아 하나의 형태가 될 수 있게 다듬어보자. 하는 형식으로 계속 작업을 해가는 편이에요.
Q. 이번 앨범 자체가 유년 시절을 떠나 보내는 건데 어쨌든 10대 때 정우 씨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정우 저는 뭐 불량 학생은 아니었는데 한 번도 예쁨을 받은 기억이 없어요. 이상한 짓을 좀 많이 해가지고… 왜 나쁘진 않은데 특이한 애 있잖아요. 저도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나쁜 짓을 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착한 짓도 하지 않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어른들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학생이라서 어르신들이 좀 저만 보면 어이없고 분노도 하고 그랬던 기억밖에 없네요. 학창시절... 저는 10대 때 유난히 마음이 소란스러웠고, 한편으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냥 워낙 별난 사람으로 취급을 받았는데 아직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Q. 남들이 보기에 평범하진 않은 학생이었군요?
정우 저는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러지 않더라고요. 제가 뭔가 규율이라든가 순탄한 흐름대로 살아가는 걸 좀 좋아하지 않았어요. ‘왜 그래야 하지?’ ‘왜 어째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달고 살았는데 그게 좀 남들 보기엔 반항아로 보였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웃음)
Q. 정우의 살풀이는 어느 정도 성공적인가요?
정우 저는 늘 질문을 달고 사는 사람이라 지금도 그렇고 언제까지나 풀어야 할 감정들은 계속해서 미래에도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일단은 최선을 다해 해소를 해낸 것 같습니다.
Q. 이번에 정우가 어쨌든 록커로 변신했잖아요. 3집에서는 어떻게 될지 아직 알 수 없겠죠? 이전의 정우로 돌아올지, 더 크게 살풀이를 하며 폭발할지.
정우 그때 가서도 하고 싶은 말이 생긴다면 그 하고 싶은 말을 더 잘 전하기 위해서 다른 것들을 이렇게 가지 치듯이 정해가는 작품을 만들게 되지 않을까요? 그러게요. 제 미래를 제가 알 수 없다는 게 참 즐거워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정우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인데 사랑받고 있다는 감각을 느껴요. 누구에게 들려질 거라는 기대를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번 앨범도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를 많이 뒀어요. 그냥 잘 완성했다. 이 앨범 내 마음에 쏙 든다. 이 마음이 너무 소중하다. 그런데 이 앨범을 함께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굉장히 뿌듯해요. “제가 좋아하는 건 이거인데 당신도 혹시 좋아하시나요? 그러면 우리 함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얘기를 좀 더 나눠볼까요?” 하는 느낌으로 결국 공연도 준비하게 되는 것 같고, 앞으로의 행보도 계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이 닮아서 참 즐겁고 반갑다는 말씀을 이번 앨범을 좋아해 주시는 리스너 분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온 힘을 쏟아 만든 앨범인 만큼 다들 즐겁게 감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 조혜림
Writer
음악 콘텐츠 기획자, 하루키스트, Psychedelic rock. <중경삼림>의 영원한 팬. 읽고 듣고 보고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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