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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May 24. 2024

“앨범이 다 제 속마음이에요” 도시 여행자 이진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아티스트들의 인터뷰 아카이빙

지금까지 진행했던 인터뷰들을 아카이빙 해봅니다 :)  
사라진 매체도 있고, 찾아보기 어려운 매체도 많아서 브런치에 조금씩 아카이빙 합니다. 

인터뷰는 모두 제가 직접 섭외, 진행 했습니다 :) 




음악을 잘 알고 잘 연주하는 것, 음악으로 누군가에게 감동 혹은 즐거움을 전하는 것, 자기만의 색깔의 음악을 만드는 것. 무엇 하나 제대로 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이진아는 이 모두를 해주리라, 할 수 있으리라 늘 기대하게 되는 음악가다. 지난해 이진아가 5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도시의 속마음>이 그랬다. 그가 생각한 도시의 풍경, 반대로 도시에서 얻은 영감과 생각을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명료한 긍정성으로 전했다. 앨범은 2024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 가을 앨범 발매 후 반 년이 흐른 지금 이진아를 만나 뒤늦은 소감과 근황에 대해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도시의 속마음>을 발매한 지 4개월이 지났어요. 발매 후 단독 콘서트도 하셨는데, 연말연시를 지나온 요즘 근황을 잠시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이진아 앨범을 만든 후 연말을 재미있게 보내고, 그냥 평탄하고 평안하게 지내고 있어요. 새롭게 어떤 걸 하면 좋을지도 생각 해보고 올해는 어떤 노래를 만들면 좋을까 이런 생각도 하면서 보냈죠. 그리고 정말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그랬어요. 스트레스를 안 받았어요. 정말 재밌게 보냈어요. 


Q 앨범 <도시의 속마음>은 발매 직후도 그랬지만, 발매 후 몇 달이 지난 지금도 한국 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르는 등 지금도 계속 언급이 되고 있어요. 여러 매체에서 <도시의 속마음>을 2023년 가장 빛나는 앨범으로 꼽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 반응에 대한 소감은 어떠세요?

이진아 너무 영광이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사실 제가 느낄 때는 이번 앨범이 막 ‘잘 만들어졌다.’ 이런 건 잘 못느꼈어요. 그냥 저는 정규 앨범을 내는 것만으로도 그 과정이 너무 좋았거든요. 제가 좋아서 만든 앨범이란 것만으로도 좋았고요. 그래서 그것만으로 만족했던 앨범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다행인 것 같아요. 


Q 유튜브도 꾸준히 하고 계세요. 저는 최근에 오래된 책 리폼 브이로그 영상을 봤어요. 유튜브는 개인 활동으로 하고 계신가요?

이진아 약간 취미생활 느낌으로 하는 건데 사실 요즘 유튜브가 또 중요한 매체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해야지 이러면서도 또 취미생활 같고 약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밌는 것도 보여드리고 제가 평소에 어떻게 그냥 어떻게 재밌게 노는지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웃음) 그리고 제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셀프 뮤비라든가 라이브 클립 같은 걸 좀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들이 있어요.


Q 데뷔 10년, 지난 정규 이후 5년만의 앨범인 <도시의 속마음>(2023)을 발표하셨어요. 꽤 긴 시간 앨범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진아 엄청 예전부터 계획되었던 건 아니고요. 이제 정규를 낼 때가 된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제가 원래 다작하는 걸 좋아해서 이렇게 썼다가 저거 썼다가 이러는 스타일이거든요. 최대한 많은 곡을 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앨범 준비할 때 최대한 많이 내야지라는 마음으로 곡을 준비해요. 이번 연도에는 정규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곡을 많이 만들었죠.

회사에서도 정규 이야기를 했었고, 그전에 저도 계속 정규를 내고 싶었는데 사실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았어요. 막 많이 만들고 싶었는데 자꾸 약간의 슬럼프 같다고 해야 할까요? 음악에 대한 애정도 있고 잘하고는 싶은데 몸이 안 움직이고 떨어지지 않아서 잘 못했던 것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슬럼프를 극복하고 재미있게 작업하다 보니까 정규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정규 전에도 사실 음악 활동 계속 해왔어요. 계속 꾸준히 음반을 발표를 해오셨는데 여러 곡이 한 주제로 모인 정규라서 그런지 조금 늦게 나온 게 아닌가 싶긴 하거든요.
그럼 정규는 최근 1~2년 사이에 구상을 하시게 된 건가요?

이진아 네 맞아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냥 근데 몇 곡은 좀 조금 더 전에 써놓은 것도 있긴해요. 그래서 딱 정규를 언제부터 시작했다고 말 하기엔 좀 모호한 것 같아요. 


Q 처음으로 단독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앨범입니다. 프로듀스 과정에서 지난 앨범과의 특별한 차이점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이진아 저번 정규 앨범이 <진아식당 Full Course>(2018)이었잖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안테나에 들어와서 낸 첫 번째 앨범이다 보니 많이 물어보고 또 많은 분들이 가르쳐 주시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 앨범은 정말 많이 배웠던 정규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제가 그래도 나름 과정과 경험이 좀 쌓이고 음악 만드는 과정을 많이 겪은 상태다 보니까 이제 앨범이란 걸 ‘이렇게 만들면 되는구나.’라고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보이는 것도 많아져서 스스로 ‘이렇게 하면 되겠다.’ ‘저렇게 하면 되겠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돼서 신기했던 그런 앨범인 것 같아요. 


Q 앨범 제목이 ‘도시의 속마음’이잖아요. 다른 인터뷰에서 보니 이 타이틀을 처음부터 생각했던 건 아니고 곡들이 어느 정도 쌓인 상태에서 쭉 들어보면서 이런 주제로 갈무리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이번 앨범은 자연스럽게 그 주제가 뽑아졌다는 거잖아요. 평소에도 도시라는 대상에 관해 관심이나 생각이 있으셨을까요? 이 앨범 전에 도시에 대해 지녔던 이미지나 생각이 궁금해요.

이진아 예전에, 한 5년 10년 전쯤에 ‘도시’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뭔가 재즈 연주곡이 떠오르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코로나도 지나 와서 그런지 도시라는 이미지가 사회적으로 살짝 우울한 느낌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도시를 생각하면 오래전 떠올렸던 음악적인 느낌의 도시가 아니라 좀 슬픈 마음이 자꾸 떠올랐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는 막 ‘즐거워’ ‘즐거워’ 이렇게 생각하지만 저도 모르게 그 사이 스며든 슬픔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것들도 있고, 또 도시라고 생각하면 그냥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커다랗고 대단한 건물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 참 너무 신기하고 대단하고 이걸 사람이 만든 게 맞아? 막 이렇게 생각하며 그냥 막연히 동경하듯 어린아이처럼 바라보는 그런 시선도 있었어요. 사회생활 같은 걸 하다 보니 도시의 삶 속에서 차갑고 날카롭고, 조금은 상처받는 일들도 있었죠. 물론 곳곳을 찾아보면 따뜻한 것도 있고 여기저기 사랑도 있고 그렇기는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복합적인 것들을 저의 이런 노래 저런 노래를 통해서 제가 느끼는 도시를 만들어 낸 것 같아요. 


Q. 맞아요. 팬데믹을 지나면서 도시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전보다 더 개인주의적이 되고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러다 보니까 도시의 이미지가 유독 차갑고 메말라가는 느낌도 좀 있어요. 사람들의 마음도 더 방어적으로 변한 것 같고요. 마치 커다란 도시의 건물 뒤에 숨어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진아 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제목을 ‘도시의 슬픔’ 이렇게 만들까 고민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좀 긍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 도시의 슬픔이라고 하면 너무 슬프잖아요. 그래서 그러면 이번 앨범은 내 속마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도 하니 ‘도시의 속마음’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에서는 창법이 좀 더 차분해진 것 같아요. ‘잠결의 슬픔’의 경우 노래 초반부에서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살짝 음울한 이진아를 만날 수 있었어요. 이번 앨범의 보컬 연출에 관해 이야기해주겠어요?

이진아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보통 피아노로 곡을 많이 쓰는데 피아노를 치다 보면 꼭 ‘곡을 써야지.’라는 마음보다는 자연스럽게 연주를 하며 쓰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은 좀 차분하거나 슬프거나 약간 눈물 나는 그런 느낌의 노래들이 자연스럽게 써지더라고요. 웬만하면 ‘신나는 거 써야지!’라고 이렇게 마음먹지 않는 이상 그런 곡들이 써져요. 그래서 제 성격이 좀 차분하게 바뀐 건가 싶기도 해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한동안 이런 상태가 디폴트가 돼서 예를 들어 지금 제가 공연을 해야 한다고 하면, 슬프다기보다 뭐랄까 좀 느린 노래를 많이 고르고 싶은 그런 상태예요. 몇 년 동안 좀 그랬었던 것 같아요. 


Q. 몇 년 동안 자연스럽게 곡 작업이 됐다고 하셨어요. 이건 싱어송라이터 분들에게 흔히 궁금해하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평소에 곡을 쓰는 방법에 있어 특정한 루틴이나 패턴이 있나요?

이진아 저는 보통 그냥 의도적으로 새롭게 곡을 만들어야지 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그냥 제일 편하고 계산 없이, 일단 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주하다가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노래를 불러보고, 이런 방식으로 조각조각 기록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꺼내서 퍼즐처럼 맞춰 곡을 만드는 스타일이에요. 그렇게 하면 재밌어요. 


Q 그러면 평소에 작업 시간도 정해놓는 편일까요? 아니면 그때그때 되는 대로 하는 편일까요?

이진아 제가 MBTI에서 ‘J’에 속하는데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나는 ‘P’구나. 완전히 느꼈어요. 나는 ‘J’가 되고 싶은 ‘P’구나. (웃음) 곡을 쓸 때도 ‘이번주에 곡 많이 써야지.’ 이런 식으로 다이어리를 썼다면 그렇게 해놓고는 잘 못 이룰 때가 많아요. 그래서 항상 ‘난 너무 게으른 것 같아.’ 이런 생각도 해요. 곡을 계획적으로 쓰기보다는 그냥 피아노에 앉으면 많이 써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재즈 피아노 연습을 많이 해서 피아노를 잘 연주하고 싶은 꿈이 있는데요. 종종 연습하다 보면 곡이 자연스럽게 써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요. 


Q 항상 머릿속에 곡이 있는 거네요. 어쨌든 좋은 곡을 만들겠다는 욕구와 관심이 항상 있기 때문에 그렇게 연결이 되나 봐요.

이진아 네, 맞아요. 그리고 그냥 흐르는 대로 제가 곡들의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곡도 써보고 싶고 저런 곡도 써보고 싶다 이런 생각도 많이 하면서 지내요.

Q 진아 님에게 좋은 노래란 어떤 노래인가요?

이진아 제 귀를 사로잡는, 100번 이상 듣고 싶은 음악이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저를 흥분하게 하는 음악이 저한테는 좋은 음악 같아요. 물론 어쩔 땐 그냥 차분한 음악도 좋아하고, 아니면 뭔가 분위기에 시동을 거는 음악도 좋아해요. 노래의 첫 인트로가 힘찬 느낌이 들어서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 그런 노래들도 좋아해요. 그런 인트로가 좋은 곡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많이 넣어두고 운동하거나 걸어갈 때 많이 들어요. 


Q <도시의 속마음>은 앨범을 다 만든 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이진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만든 음악에 좀 자신이 없는 때가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듣다 보면 막 부족한 것도 많이 들리고, 사실 계속 완벽할 수가 없긴 하잖아요. 그래서 부족한 게 들리더라도 예쁘게 보려고 하면, ‘이런 점은 또 좋다.’ ‘이렇게 보면 또 다르고 좋다.’라는 방향으로 생각해요. 계산적으로 앨범을 만들었던 게 아니라서, ‘첫 번째 트랙은 이래야 돼!’ 이런 식으로 정해놓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까, 처음 제 앨범을 다 들었을 때 기분은 ‘잘 모르겠다.’였던 것 같아요. 


Q 그런데도 ‘이런 점은 좋다.’ 느낀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이진아 제 경우 마치 꿈꾸는 것 같은 느낌, 드리미(dreamy) 한 분위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 그런 느낌을 제가 잘 전달한 것 같아서 그 부분이 기쁘고 참 감사해요. 


Q 아까 전 이번 앨범에서 진아 님의 목소리가 좀 차분해졌다고 했잖아요. 조금은 우울한 면도 있지만 꿈결 같은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처음부터 그러한 인상을 고려해 부르신 건지 혹은 그냥 부르다 보니 모든 게 맞아 떨어져서 완성된 인상인지 궁금해요.

이진아 노래를 부를 때는 최대한 가사 분위기대로 부르려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이 가사는 좀 차분하게 아니면 좀 성숙하게 불러야 하겠다 싶으면 그렇게 의도적으로 불러 보기도 해요. 제 목소리가 좀 귀여운 스타일이다 보니까 너무 애 같을 때가 있어서, 좀 성숙하게 부르자라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그냥 가사에 젖어 들어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포괄적인 테크닉이 없다 보니까 그냥 차분하게 부르려 노력하고. 사실 그래서 레슨을 받은 적도 있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만약 제가 진짜 힘이 필요하거나 이건 진짜 힘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 부분에서는, 그때 배운 걸 떠올리면서 녹음할 때 써먹기도 하는 것 같아요.


Q 좋은 보컬이나 보컬 테크닉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자기 목소리와 자기 노래를 잘 전달하는 게 좋은 보컬, 좋은 테크닉이라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진아 님 목소리 자체가 워낙 개성이 있고 그게 노래에 워낙 잘 묻어나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진아 님의 경우 뭔가 시작되는 느낌, 인트로에서 감흥을 주는 곡들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제가 듣기에는 진아 님의 음악도 인트로에 그런 임팩트가 있는 곡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의 첫 곡인 ‘My Whole New World’도 앨범의 시작을 굉장히 잘 알리는 곡이자 인트로를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의 제목도 그렇고, 가사에 “밤하늘 위로 난다”라는 표현도 있다보니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A Whole New World’가 생각이 나기도 하더라고요.

이진아 어쩌다 보니 제목이 비슷하더라고요. (웃음) 저는 그냥 너가 내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린, 내 삶의 전체가 되어버린, 하지만 그것에 뭔가 나를 잡아먹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의 노래를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가사를 썼는데요. 제목을 정할 때 여기저기 물어보니 ‘My Whole New World’가 제일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내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린 너’라는 의미를 잘 표현하고 싶어서 제목을 그렇게 정하게 됐어요. 


Q 이번 앨범에서 트랙리스트를 배치하거나 순서를 짜실 때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려했는지 궁금해요

이진아 ‘My Whole New World’라는 노래를 들으면 아까 말한 꿈결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1번 트랙으로 하면 이 앨범 전체에 딱 빠져드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 첫번째 앨범 트랙으로 했고, 또 타이틀 후보곡이기도 했어요. ‘도시의 건물’, ‘Mystery Village’, ‘My Whole New World’ 이렇게 세 곡이 후보였는데요. 저도, 회사도, 친구들도 모두가 좋아했던 곡이에요. 그런데 저는 특히 ‘도시의 건물’을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더라고요.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여기저기 배치해 보면서 곡 순서를 짰어요. 


Q 이번 앨범 자체가 마치 도시를 여행한 이진아의 속마음을 파헤쳐가는 여행기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해요. 앨범을 들으며 진짜 도시의 속마음도 있지만, 이진아의 속마음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 앨범 자체가 이진아의 어떤 속마음을 내비치는 건지 좀 궁금해요.

이진아 앨범이 제 속마음이에요. 진짜 말 그대로, 트랙별로 다 제 속마음인 거죠. 뭔가 1번 트랙은 진짜 제가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한 노래였고요. 그래서 내 세상이 되어버린 전부가 된 너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요. 그리고 다른 트랙에선 저는 음악도 하고 싶고 여러 성취를 하고 싶은데 한편으론 나는 더이상 바랄 게 없어 이거 어떡하지 이런 마음의 심경도 담았죠. 곡마다 약간 꿈처럼 표현을 하거나 동화처럼 표현한 것도 있고 우정에 관해 진정한 친구에 대한 고민에 대한 이야기도 담으려고 했어요. 최근 들어 많이 생각한 슬픔도 표현도 하고 싶었고, 와중에 제가 원래 잘 하던 긍정적인, 그런 희망을 노래하고 싶기도 했어요. 원래 노래를 만들 땐 늘 희망을 이야기했어요. 이게 삶의 이유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계속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특히 ‘City Lights’나 ‘여행의 끝에서 (With 스텔라장)’ 같은 곡들은 좀 더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전반적으로 진짜 궁극적으로 제가 직설적으로 얘기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담으려고 했고, 사랑 이야기도 해보고, 여러가지로 자연스럽게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모아 만든 것 같습니다.


Q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평소에 그것을 좀 차곡차곡 쌓아 놔야 하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얻거나 내가 어떤 것을 보고 느끼거나. 진아 님에게는 그러한 대표적인 하고싶은 이야기를 쌓는 방법이 있을까요? 아마 경험이나 기억이 쌓여서 그런 생각이 곡으로 완성될 텐데 어디서 영향을 많이 받으시는지 궁금해요.

이진아 맞아요.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많이 느끼고, 가끔 영화를 보면서 느끼기도 하고, 그냥 걸어가면서 느끼는 순간적인 감정을 글과 일기 같은 걸로 쓰기도 해요. 다들 그렇듯 그렇게 경험하면서 많이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아요. 


Q 그 동안 슬럼프를 겪었다고 들었어요. 이번 앨범 작업이 슬럼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결혼도 했고 주변 일상이 바뀐 것들이 많아요. 이러한 변화가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이진아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아요. 제가 옛날에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 한 인터뷰에서 결혼하고 변화가 있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아니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일단 어렸을 때 마냥 꿈꾸던 것들, 세계적인 스타가 되겠다는 그런 어마어마한 꿈 말고 소소하게 제가 어릴 때 갖고 싶었던 것들, 그러니까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연습실, 멋있는 노트북을 갖는 것. 이런 것 있잖아요. 작업할 때 필요한 것들. 그렇게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라든가 이런 게 제게 주어진 게 정말 큰 변화예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다 갖춰지니까 갑자기 슬럼프가 왔어요. ‘내가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니.’ 이런 생각을 하면 너무 좋았는데, 동시에 이제 열심히 해야 되는 일만 남았는데 제가 너무 열심히 일을 안 하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스스로 충격을 받았어요. 피아노가 막상 옆에 있는데 나는 옆에 앉아서 그냥 바라만 보고 왜 일을 안 할까? 이런 생각이 드는 제가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이제 어떡하지? 왜 안 하지? 목표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도시의 건물’ 가사에도 그 마음을 녹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사실 꿈을 또 꿔야 되나? 또 이룰 게 있나? 왜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살면 안 되나? 이런 안주하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있고요. 


Q 그런데도 이제 모두 극복하고 앨범 작업을 해낸 거잖아요.

이진아 맞아요. 결혼하면서 편안해졌다고 해야 되나? 굉장히 안정감이 생기다 보니까 행복해졌어요. 하지만 또 음악을 잘하고 싶은데 너무 행복하니까 갑자기 이루고 싶은 게 없는 그런 기분도 들고. 사람이란 원래 좀 뭔가 부족한 게 있어야 더 해내려고 하는 그런 게 있잖아요. 

Q 그런도 1~2년 만에 푸시해서 앨범이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뭐가 있을까요?

이진아 어떻게 보면 스스로 계속해서 끌고 온 것 같아요. <CJ 튠업>이라는 공모 대회가 있잖아요. 당시 거기에 참여해서 준비할 때가 잠깐 생각이 나요. 대회에는 제출 기한이 있고, 그 기한 안에 작업물을 내야 하는데, 작업을 하지 않고 그냥 누워 있던 저를 생각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나를 어떻게든 끌고 왔구나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자기개발 서적 같은 노래를 낼 때도 있고, 막 ‘놀고만 싶어.’ 이런 노래를 낼 때도 있고. (웃음) 스스로를 정말 잘 끌고 온 것 같아요. 


Q ‘도시의 건물’에서는 반대로 진아 님이 현재 도시의 이미지에 어떻게든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져요.

놀고만 싶었다고 했지만 그래도 본인을 이렇게 끌고 와서 정규를 만든 것처럼 이 도시들도 끌고 와서 뭔가 변화를 주고 싶진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진아 사람들이 사랑의 힘을 믿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뭔가 서로 의심하고 막 경계하고 이런 것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던져주는 그런 판타지 같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는 그런 바람이 있어요. 


Q 결국 ‘선한 편이 이긴다’라는 믿음이나 희망 같은 게 있어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진아 맞아요. '람팜팜'(2022) 같은 노래와 같은 맥락에서, 'Mystery Village'도 "어서 일어나" "눈을 떠서" 보이지 않는 희망을 보자라는 메시지를 노래하고 싶었어요.


Q 'Mystery Village'는 전에도 협업한 적 있는 사이먼 페트렌(Simon Petrén)과 함께 작업했어요. 한 곡 안에서 변화가 많은 곡이다 보니, 이를 재밌게 들은 분도 있고, 반대로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이진아 앞에서 말한 '람팜팜'을 만들 때 제가 꽂힌 스케일이 있어요. 조금 '알라딘'스럽다고 할까요? 당시 정말 알라딘을 연상하게 하거나 중동 음악 같은 분위기가 좋아서 만든 노래인데, 이번에 사이먼과 함께할 때도 "곡 쓰자." 하고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노래예요.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게 다 들어간 노래예요. 원래는 사이먼의 목소리도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더 알라딘스러운 인상도 있었는데 너무 뮤지컬 넘버 같다는 평이 있어서 그건 빼고 지금의 형태가 됐어요. 재지하면서 동시에 동화 같기도 하고,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탔을 때처럼 재밌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하고 싶은 걸 다 한 와중에도 한 곡으로서 완성도가 높아요.

이진아 사이먼이 다 한 거예요. 사이먼이 아니었다면 제가 만들 수 없는 노래였어요. 재밌었어요. 이 곡도 그렇고, 사이먼과의 지난 작업도 그렇고, 사이먼과의 작업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들이 있다 보니까 이후에 혼자 할 수 있게 된 것도 있고. 제게 무척 감사한 분이에요. 


Q '도시의 건물'은 이진아의 목소리와 편곡이 아니었다면 흑인 음악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진아 님이 소화함으로써 그만의 색과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평소 곡을 만들고 소화할 때 특정 장르적인 색을 의도하거나 피하고자 한 적도 있을까요?

이진아 '도시의 건물'도 그렇고 어떤 식으로든 특정 장르를 의식하고 노래를 만들거나 부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까 이 노래를 만일 누군가 R&B 스타일로 소화했다면 멋있는 흑인음악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못 부르니까, 제 스타일로 소화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Q 원래 ‘Mystery Village’에 사이먼의 노래가 있었다고 해서 생각났는데, ‘Sing! (Prod. 박문치)’ 중간에는 평소에 잘 들을 수 없는 진아 님의 랩 파트가 있어요.

이진아 ‘Sing! (Prod. 박문치)’의 가사는 친구들과 같이 썼어요. 친구들에게 갑자기 즉흥적으로 연락해서 함께 가사를 썼는데, 쓰다 보니 2절에 랩 같은 게 들어가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있었죠. 평소에 랩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고, 랩을 들으면 제가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있잖아요. (웃음) 그래서 좋아하는데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이 노래는 그냥 가벼운 멜로디 있는 귀여운 랩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만들어봤어요.


Q 다양한 매력이 있는 앨범인데도 이진아의 고유한 목소리를 통해 통일성이 느껴져요. 그런데 이진아의 노래가 없는 곡들도 있어요. ‘잠결의 슬픔(Feat. 홍진호)’은 목소리는 있지만 가사가 없고, ‘Midnight Delivery’는 아예 이진아의 목소리가 없는데요. 이 두 곡을 기준으로 앨범 전체가 앞뒤로 나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동화 속에 있다가 쓸쓸한 현실로 돌아오는 것처럼요.

이진아 ‘잠결의 슬픔(Feat. 홍진호)’ 같은 곡으로만 5, 6곡을 내고 싶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이 곡처럼 느리고 차분한 곡들이 자꾸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곡들로만 앨범을 구성하기는 조금 아쉽기도 하잖아요. 결국 지금처럼 종합선물세트 같은 앨범이 됐죠. 슬픔을 나타내는 데 있어 “슬퍼. 슬퍼.” 말하는 직접적인 가사가 있어도 되지만, 멜로디와 분위기만으로도 그걸 표현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만들었어요.

‘Midnight Delivery’는 제 평소 성격이, 엄청 진지하다가 또 재밌는 걸 얘기하고 싶어하는 면이 동시에 있거든요. 그것처럼 슬픔을 얘기하다가도 다시 좀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었어요. (노래 제목의 ‘한밤중의 배달’이라는 게) ‘귀여운 악마’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배달음식, 야식의 유혹 같은. 세상에 무척 무섭고 나쁜 악이 있지만 귀여운 악, 존재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연주곡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늘 있어요. 그에 대한 가지 하나, 퍼즐 조각 하나 정도 남겨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Q 진아 님이 이 앨범을 두고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했지만 그 이전에 <RANDOM>(2017)이라든지 <진아식당 Full Course>(2018)의 종합선물세트 이미지가 더 강하기도 해요. 반면에 이 앨범에서는 테마에 있어 통일성이 있기도 하고, 더욱더 구체적인 종합선물세트라는 생각도 드네요.

이진아 몇 년간 쌓인 제 이야기들이고, 그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통일성이 느껴진 것 같네요. 


Q 이번 앨범에는 많은 피처링 진이 함께하고 있어요. 다양한 피처링의 참여를 처음부터 염두에 뒀는지, 여러 음악가들이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건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여행의 끝에서 (With 스텔라장)’와 관련해서는 여행지에서 스텔라장을 만났던 경험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진아 처음에는 여러 가능성을 모두 생각했어요. ‘꿈의 피처링 노트’ 이런 식으로 미리 만들어놓고, 이런 사람과도 해보고 싶고, 저런 사람과도 해보고 싶고. 이렇게 하다가 결국 노래에 잘 맞는 분을 고르게 됐어요. 피처링을 먼저 염두에 두고 곡을 만들기에는 제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이미 만든 노래를 바탕으로 피처링을 선정하다 보니까 즉흥적인 선택이 많이 있었어요.

‘여행의 끝에서 (With 스텔라장)’의 경우 여행을 많이 다녔다 보니까 여행과 관련한 곡을 하나 쓰고 싶은데 혼자 부르기에는 조금 심심하더라고요. 누군가 같이 불러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가사도 제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서 누군가와 함께 깊이 있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스텔라장이 마침 떠올랐어요. 여행지에서 만나기도 했고, 평소에도 친한 친구이고 하다 보니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어요. 감사하게 수락을 해주었고요. 함께 차 마시면서 가사도 쓰고 노래도 부르고. 원래는 가사만 같이 하다가 아까 말한 것처럼 혼자서는 노래가 심심한 것 같아 노래까지 둘이서 부르게 되었어요. 


Q 스텔라장 님과 어떤 여행지에서 어떻게 만났나요?

이진아 제가 파리를 갔을 때 성은이(스텔라장)가 우연찮게 거기에 있다고 해서 카페에서 한 번 만났어요. 당시 한창 바쁘게 활동한 뒤 여행 왔던 참이더라고요. 그 사이 저는 그렇게 바쁘게 지내지 않았는데. (웃음) 그래서 찔리면서 여행을 간 건데 막상 서로 얘기하는 데 있어서는 고민이 비슷비슷하더라고요. 저랑 동갑 친구이기도 하고, 같이 음악을 하니까 그랬나 봐요.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함께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지에서 만든 노래는 아니고요. 다녀온 후 한국에서 만들었어요. 여행이라는 게 사실 생각과 다르게 나를 엄청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그러는 건 없잖아요. 그래서 그러한 소소한 변화와 생각을 적어 내려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이 여행의 끝에서 이진아는 다시 일어났다고 봐야 할까요? 이 노래가 순수하게 밝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 앨범의 메시지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보니 혹시 어디서 그런 희망을 얻을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여행의 끝에서는 어떤 걸 발견을 했는지 궁금하고요.

이진아 어려운 질문이네요. ‘여행의 끝에서 (With 스텔라장)’의 경우 곡은 그전에 만들었는데 가사를 이후에 붙였어요. 아까 이야기 나온 것처럼 여행이 생각보다 다른 게 없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희망을 얻기도 했어요. 제가 두 달 동안 뉴욕에 있을 때 가장 크게 느낀 건, (많이 얘기하고 다녔는데) “삶은 부담이 아닌 선물이다.”라는 흔하지만 제게는 크게 와닿은 메시지였어요. ‘내가 음악을 한다는 것에 관해 진짜 많이 부담을 가졌구나. 이제 안 가져야지. 나는 편하게, 조금 재미있게 놀면서 하고 싶었던 건데 생각보다 많은 부담을 가졌구나. 부담을 가졌기에 놀 수가 없었구나.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자꾸 멀찌감치 보고 ‘해야지. 해야지.’ 하고 생각만 했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걸 깨달아서 ‘그래, 그게 아니다. 선물이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거죠. 실제로 이번 앨범을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재밌게 했고, 앨범 준비하는 과정을 하루하루 의식적으로 선물처럼 대한 것 같아요. 


Q 여행지에서 재즈 공연을 많이 봤다고 한 인터뷰를 본 적 있어요. 당시 본 재즈 공연 중에서 생각나는 장면이 느꼈던 점이 있을까요?

이진아 여러 가지 떠오르는데 그중에 제 마음이 엄청 움직였던 건, 빌리 하트(Billy Hart)라는 할아버지 드러머가 있었어요. 연주를 마치 놀듯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전 드럼을 잘 모르는데도 그 마음이 전해지는 거예요. 음악을 저렇게 해야 하는 건가.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는 왜 부담을 느꼈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요. 정말 연주를 잘하는 분이 많았어요. 사실 제가 슬럼프가 온 것도, 세상에 좋은 음악이 이렇게 많고 잘하는 사람이 이만큼 풍족한데, 내가 굳이 뭔가를 낼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을 해서 그런 것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잘하는 분들도 그냥 재밌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즐기려고 음악을 하는 것. 물론 현실적인 고민을 하다 보면 끝도 없지만 일단 그걸 잠시 내려놓고, 음악을 잘하기 위해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건 그냥 놀아야 하는 것, 날 좀 풀어줘야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 들었어요. 평소 제가 음악 외적으로 하는 것들에 대해 죄책감이 좀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옷 구경을 좋아하는데, 옷 구경을 하면서도 ‘음악 연습해야 하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런 생각이 깔려 있는 거예요. 자꾸 저를 스스로 묶어 놓았던 것들이 여행하고 공연 보면서 좀 풀렸던 것 같아요. 놀아도 돼. 제발 놀아. 이렇게 해서 저를 풀어놓으니까 오히려 뭔가를 할 수 있었어요. 이때 놀고 싶어. 그러면 놀기 위해 재밌게 음악하자. 이런 식으로요. 


Q 이진아 님은 지금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 살고 있고, 여행 역시 뉴욕과 파리라는 도시에 다녀왔어요. 진아 님이 생각하는 각 도시의 이미지라는 게 있을까요? 서로 다른 점 등 느끼거나 떠오른 게 있을지 궁금해요.

이진아 뉴욕은 유난히 크고 살아있는 도시 같은 느낌이었어요. 도시의 역사가 오래되기도 했잖아요. 도시의 수명이 긴 만큼 살아 숨 쉬는 느낌도 들고, 반대로 삶의 더러운 부분들도 조금씩 보인다는 걸 체감했죠. 건물도 전체적으로 크고 멋있고, 웅장하고 어마어마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막상 가까이에서 보면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요.

서울은 제게 좀 더 깨끗하고 정돈된 이미지예요. 파리는 조금 더 차가운 느낌이에요. 너무 외관의 이미지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웃음) 이번에 <도시의 속마음>을 만들기 전에도 도시 여행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람 사는 걸 보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요. 도시마다 그 순간마다 직접 접하는 느낌이 다 달라요. 


Q 만일 바로 다음 기회에 여행을 간다면 다른 도시로 가게 될까요? 아니면 다음에는 도시가 아닌 다른 곳, 예를 들어 좀 한적한 곳으로 가게 될까요?

이진아 저는 평소에 도시를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좀 자연을 많이 볼 수 있는 데로 가고 싶어요. 대자연 아니면 제가 아직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나라에 안 가봐서 그런 곳에 가고 싶기도 하고, 캠핑도 가보고 싶고. 아무튼 자연에 가고 싶어요. 


Q 거기서 또 음악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많이 받으실 수 있겠군요.

이진아 곡 쓰는 데 여행이 많이 도움이 되나 봐요. 


Q 그러면 다음 앨범으로 <자연의 속마음>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이진아 (웃음)


Q 피처링 진 중에 ‘City Lightss (With Sarah Kang)’에 함께한 사라 강(Sarah Kang) 님은 사라 님이 진아 님 앨범에 피처링한 것만 아니라 반대로 진아 님도 사라 강님 앨범 <Hopeless Romantic>(2023)에 피처링을 했어요.

이진아 사라 강도 여행에서 만났어요.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친구인데요. 뉴욕에서 사라 강이 공연을 한다고 하기도 했고, 제가 뉴욕에 여행 왔다고 하니 사라 강도 저를 보고 싶다고 해서 다같이 밥을 먹었어요. 맛있는 음식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말도 잘 통하고 무척 성숙한 친구더라고요. 스스로 힐링도 많이 받았어요. 이후에 작업할 때 보니 영어 가사를 좀 써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우리말로 쓴 걸 영어로 번역하는 것보다 직접 영어를 쓰는 분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사라 강에게 부탁했더니 정말 시적으로 재밌는 가사가 나와서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사라 강이 노래도 잘하고요. 


Q 반대로 진아 님이 사라 강 님 앨범에 참여할 때는 어땠어요?

이진아 그때 감사하게 그 친구는 제게 한국어 가사를 원하더라고요. 제가 한국어 가사를 좀 고쳐줬어요. 자연스럽게 고쳐주고 노래 불렀는데 너무 영광이었고 고마웠죠. 두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고 느꼈어요. 사라 강은 이 앨범에서, 저는 저 앨범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같았어요. 


Q <도시의 속마음>을 관통하는 진아 님의 감정과 태도에서 다정함이 느껴집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을 잘 다독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마음을 다스리는 비결이 있을까요?

이진아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많이 힘을 얻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말하기도 어려운 힘듦이 있을 때는 종교적인 기도로 스스로를 좀 다독이는 것 같아요. 일기를 쓰기도 하고요. 누구나 마음의 힘듦이 워낙 많은 세상이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나름대로 마음을 잘 다스리고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반대로 친구들과 주변에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한데 이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런 노래들을 (먼저) 저 들으라고 쓰는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 이후 다음 목표가 있다면요?

이진아 지금은 추상적인 생각이지만 연주곡을 해보고 싶어요. 그동안 연주곡을 아예 안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제 목소리 위주로 곡을 많이 만들었다면, 다음에는 (본격적인) 연주곡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이 일단 우선이에요.

그 외에 작은 아이디어 같은 걸로는, 요즘 농담 삼아 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강아지와 오빠(남편)의 코 고는 소리 들을 때거든요. 그 소리가 음악 같이 들릴 때가 있어서 이걸 이용해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 있어요. 


Q <도시의 속마음>은 슬럼프 극복의 과정이자 결과였잖아요. 이를 한 번 경험하셨기 때문에 다음 앨범에서는 혹시나 비슷한 슬럼프가 있어도 잘 극복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나요?

이진아 ‘내가 이렇게 하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구나.’ 조금 안 것 같아서 다시 절망이 찾아와도 또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제가 너무 슬럼프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아서 조금 민망하기도 해요. 이게 정말 슬럼프였을까? 생각하기도 하고요. (웃음) 


Q 6월에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설 예정이에요. (링크)

이진아 재즈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음악이고, 사랑하는 장르다 보니까 한편으로 ‘내가 이런 무대에 서도 되나?’ 오히려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해요. 그래도 감사한 기회니까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 있어요. 

Q 최근 진행하거나 준비 중인 작업 소개해주세요.

이진아 대만 가수 시시(Shi Shi, 손성희)*라고 멋진 음악을 하는 친구예요. 워낙 노래를 잘하는 친구여서 한 번 협업해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직접 만나서 수다를 떨기도 했습니다. 함께 봄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해외에서 공연을 해보려는 생각으로 해보는 도전 중 하나입니다.


Q 다음에 협업해보고 싶은 또 다른 음악가가 있다면요?

이진아 평소에 ‘망상 리스트’라고 하면서 적어둔 분들이 있어요. 재즈에 가까운 아티스트들인데요. 사마라 조이(Samara Joy), 조이 알렉산더(Joey Alexander) 이런 분들 좋아하고요. 제럴드 클래이튼(Gerald Clayton)라는 피아니스트도 좋아하는데 건반과 건반이 협업하는 건 쉽지 않기는 하거든요. 그 밖에는 재즈 트럼페터라든지 일본 아티스트라든지 다양한 바람이 있어서 딱 정해서 얘기하기가 망설여지네요. 


Q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이진아 평소 욕심이 많은 편이라 가지치기를 해서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하나, 다양하게 해야 하나 여러 마음이 공존해요. 결국 좀 즉흥적으로 살 것 같습니다. (웃음)


이진아 인스타그램 

인터뷰 조혜림, 정병욱       

Editor


정병욱


bwchung@indie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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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조혜림(Heather Jo)



음악 콘텐츠 기획자, 하루키스트, Psychedelic rock. <중경삼림>의 영원한 팬. 읽고 듣고 보고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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