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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막 글

점점 말이 없어지는 이유.

세상이 넓어질수록 나의 세상이 좁아졌다.

by 미뇽

나이가 들수록 말이 없어진다.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는 일이 줄고, 잘 모르는 것을 입에 담는 일도 없다. 누군가는 자기주장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우유부단하고 손가락질했지만, 그들은 틀렸다.


원래 세상은 알면 알수록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힘든 공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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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세상이라고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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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수평한 선 위에 앉아 세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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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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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세상의 벽에 부딪혔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다.


그런 너, 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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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근거라고 함부로 세상에 대해 말하기 힘들어졌다. 이젠 그런 식으로 입을 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할 만큼, 말이 무거워졌다. 분명 같은 세상인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내 한마디가 간신히 매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까 봐, 내 한마디가 부들부들 떨며 올라오고 있는 사람에게 걸림돌이 될까 봐.


진짜 세상이 넓어질수록 내 삶의 근거가 되는 세상은 좁아져서 말이 없어졌다. 그러니 지금의 변화, 잘못된 게 아니다. 우유부단한 것도 아니다. 자기 세상을 근거로 한 자기주장이 없어졌다면, 그 자리에 더 넓은 세상을 바탕으로 한 의견을 가지면 된다.


내 세상, 너 세상, 또 누군가의 세상은 결국에 다른 층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한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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