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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Nov 07. 2022

파킨슨 씨를 보낼 준비

당신의 조각

어느 순간부터 브런치 글에 달리는 댓글에 답글을 달지 않았다. 아니, 답글을 달지 못했다.


 남편이,  부모님이,  아내가 파킨슨 병에 걸렸다며, 아빠의 근황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분들에게 차마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할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로 파킨슨 씨는 아빠의  구석구석 스며들었고, 아빠는 파킨슨 진단을 받은  3 만에 파킨슨 씨와 함께 우리 집의 문지방을 어 우리 곁을 떠났다.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아니었다. 나를, 엄마를, 가족을 위로하고 싶었다. 파킨슨 씨를 만났을 때부터 살 부대 끼며 같이 사는 내내 그저 이 또한 언젠가 적어놓으면, 추억이 될 거라는 그런 말을 믿고 싶어 써 내려간 글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20개 넘는 글들을 적어놓고, 브런치가 자꾸 사라진 작가님을 찾는다며 잠금화면에 얼굴을 들이밀 때마다 차마 올리지 못한 채 다시 브런치를 꺼버린다.


아빠의 조각들을 꺼내놓으면, 사라질까 두렵나. 거무튀튀한 마음의 강가에서 사금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정확한 이유를 헤아리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만 갔다.


하지만 써야지. 아빠를 데리고 떠난 파킨슨 씨를 정작 보내주지 못한 내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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