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 그러나 이제 시작된 역사
서른이 넘어 살고 있는 나와 스물을 살던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후회'다. 그렇게 하면 좋았을 걸, 이렇게 하면 어땠을까에 대한 자잘한 것부터 내 성격의 모난 부분, 나의 부족한 부분, 생활 전반적으로 모자란 부분을 돌아보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새로운 것, 하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여겨지던 때를 다 지내고 보니 삶의 유한함, 죽음이 가까워짐도 가끔은 생각하거나 느끼게 된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생명의 유한함, 그러나 놀라움을 한 권에 빼곡하게 담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살아가게 하는 힘,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감사를 알게 해준다.
우리가 머리를 들어 보게 되는 하늘이 우주에서는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 지구에서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고작 6000개, 그 중에서도 한 곳에 서서 볼 수 있는 별은 다 해봐야 2000개라 한다. 나의 DNA와 제 3자의 DNA는 99.9퍼센트 일치하지만,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32억 개의 염기서열 중에서 어느 것이라도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99.9는 일치하지만, 나머지 0.1로 우리는 60억 종류의 인간 유전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는 99.9퍼센트 일치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다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한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지금 알고 있는 것들 대부분은 모르는 것과 다름없다라는 사실일 인지하게 하는 한편, 무궁무진하고 무한한 우주에 점 하나로 태어나 성경에서 말하는 낳고 낳는 삶을 사는 창조 질서를 생각하게 한다. 책 서문에는 들어가기 전, 물리학자 레오의 이야기가 소개 된다.
책으로 공개하지는 않겠지만,그저 하느님을 위해서 진실을 기록할 생각이야.
하느님께선 모든 진실을 알고 계시지 않겠나?
물론 그 분은 진실을 알고 계시겠지만, 내가 그 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실 거야.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 <원자 길들이기>
당신이 신본주의라 여기는 삶을 지향하는 유신론자이든, 아니면 인본주의에 답이 있다 생각하는 무신론자라도 이 책이 던지는 작은 실마리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브라이슨, 이덕환 옮김, 까치
어쨌든 원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들 스스로가 살아 있는 것도 아니다. (중략) 그 원자들은 당신의 일부였지만, 실제로 한순간도 살아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들 모두가 당신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무엇보다 소중한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당신을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 목표이다. P 13
당신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의 경우에, 유일하게 특별한 점은 그것들이 당신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물론 그것이 바로 생명의 기적이다. P 14
지구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미묘한 일이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수십억의 수십억에 이르는 생물종 중에서 99.99퍼센트는 더이상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 P 15
그러나 불행히도 그 사람들 중에서 그 누구도 내가 배웠던 교과서를 저술하지 않았다. P 18
내가 가지고 있던 관심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이 바로 과학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가라는 문제였다. P 19
사실은 우주가 시작된 후로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티끌과 물질을 고성하는 입자들을 모은 후에, 그것들을 너무 작아서 그 크기를 말할 수도 없는 작은 공간에 모두 집어넣어야 한다. P 23
우리에게는 폭발이 일어나면서 만들어지는 공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P 24
그런데 우리도 우주 배경 복사 때문에 생기는 잡음을 언제나 경험하고 있다. P 27
다시 말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숫자들이 조그만 바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 P 31
우리 태양계는 안쪽에 위치하면서 암석으로 구성된 네 개의 행성과, 그 바깥에 위치하면서 기체로 구성된 네 개의 행성 그리고 작고 외로운 얼음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는 셈이다. P 39
해왕성과 목성 사이의 거리는 목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보다 5배나 멀고, 해왕성에 도달하는 태양 빛은 목성에 도달하는 태양 빛의 3퍼센트에 불과하다. P 41
그러니까 우리는 실제로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그런 셈이다. P 45
밤 하늘의 별들은 지금 현재 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별 빛이 그 별을 떠났던 때에 그 곳에 있었을 뿐이다. 별들은 언제나 죽어간다. P 47
(읽다보니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 발췌독을 하게 되었는데,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라 문장을 담는 작업은 추후 틈틈이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