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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Nov 02. 2021

세미나 책

인문학 공부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인문학 입문서는 한 두권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해력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인문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애초에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지 입문서를 주로 읽는 패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으므로 읽기 시작해 마지막 페이지까지 꼭꼭 씹어 읽었다. 한가 할 즈음이면 한 번씩 들르는 블로그에서 이 책을 읽고 세미나를 열겠다는 글을 게시해 호기심에 사서 읽었다. 그때 그때 관심사를 반영하는 독서를 하는 편이라 이 책도 그저 그 날의 관심사를 반영했다. 더욱이 꼭 세미나를 참여하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는 세미나 형식을 빌려 어떤 집단을 운영해야 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필요한 책이었다. 요즘의 관심사는 대학원에 복학 및 재입학이 과연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며 동시에 다시 시작한다면 박사까지 진득하게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득이되는 이 길을 길고 가늘게 과연 그렇다면 어떻게 가느냐는 것이다. 굵직하고 튼튼하고 대단하게 간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그저 길고 가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다. 


책을 읽다보면, 책 속에서 소개한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 <서양 철학사>를 지금 읽는다면 과연 반이라도 이해나 할 수 있을까라는 갑갑함이 훅 하고 들어온다. 문장을 직접 읽고 나름의 해석으로 읽어야 진면목이 드러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미나를 하기 위해 모이고, 발제문을 쓰고, 서로 말을 하며 의견을 나누고, 듣고 생각하고 그래, 어쨌든 세미나를 하자는 게 이 책의 내용이다. 


발제문은 어떻게 쓰는지, 세미나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하는 방법, 읽어도 모를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등 책은 질문에 질문을 덧붙여 나가는 세미나에 대해 궁금할만한 대부분을 담았다. '공부'를 통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 '인생'이 달라지는 경험이 가능하다하는데, 과연 즐거운 공부를 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겠다. 



TMI, 

그 뒤로는 <월든>을 읽고 있고, (갯마을 차차차 보다가) <공부머리 독서법>(인스타 친구 분께 나눔을 받아서)을 반 정도 읽은 상태다.










세미나 책, 정승연, 봄날의 박씨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싫든 좋든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서 결국엔 자신이 그걸 배웠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숙련해 가는 과정이라고요. P 4


첫번째, 의식적인 공부 그 자체가 주는 효과입니다. 

두번째, 세미나라는 형식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미나는 결국 '공부'와 '네트워크'의 결합입니다. P 7-9


인문학, 무엇인가 하면,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P 16


많은 인문학자들은 경쟁하라고 가르치지 않고 경쟁에서 빠져나오라고 가르칩니다. 부자가 되려고 하지 말고 절제를 배우라고 가르치지요. 욕망을 마음껏 분출하라고 가르치지 않고 진짜 욕망을 찾으라고 가르칩니다. P 18


인문학 공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른 관점의 획득입니다. 자기 갱신 이기도 합니다. P 20 


진짜 어려운 것은 달리기를 멈추는 것입니다. 멈춰서 그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나아가 달리는 행동 그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는 힘을 기르는 데에 인문학 공부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P 21


오해하지 말 것은 자발적 낙오가 생계도 집어던지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차라리 그것은 흔한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P 22


어쨌든 세계관이 있고 그것을 통해 세계를 의식한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그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을 의식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P 32


공부를 해 가다보면,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큼은 더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P 36


인문학의 범위를 확정하는 것 자체가 인문학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P 73


인문학은 어느 것에서 시작해서 어떤 순서로 공부해 가면 좋다는, 딱 정해진 공부 순서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P 74 (공부 할 것을 찾아내는 공부)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의 <서양 철학사>, 

내가 직접 읽고 내 나름의 해석 속에서 읽어 갈 때 그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P 77


공부를 하면, 공부를 해서 내가 뭘 이뤄야지 하는 내 의도와는 아무런 상관 없이 인생이 달라집니다. 저는 이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행운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중략) 끌려 들어가지 마시고, 제 발로 가보시길 권합니다. 공부의 세계에서는 어지간해서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최소한 실패해도 본전입니다. P 89


읽기란 글로 적혀 있는 것을 고스란히 내 머릿속으로 옮겨 오는 행위가 아니라 접어 놓은 부채를 펼치고 거기서 받아들인 것들을 내부에서 연출해 보이는 것입니다. P 94


세미나를 한다는 건 그동안 읽어 왔던 책을 텍스트로 바꾸는 것이고 독자였던 자신을 해석자로 바꾸는 겁니다. 능동적 읽기인 셈이죠. P 98


우리가 아마추어로서 하는 공부란 대개 인생의 사건들을 살펴보는 감각을 예리하게 만들고, 삶에 대한 감각을 바꾸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P 106


그러니까 무언가를 '위해서' 공부한 지식들은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 생명력을 급속도로 잃고 맙니다. P 108


하이데거는 철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영영 피해 갈 수만은 없는, 20세기 철학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무조건 읽어 봐야만 하는 정도의 철학자입니다. P 128


일상어의 어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거기에 숨겨지고 드러나 의미들을 추적하면서 사유해 가는 방식은, 사유 한다는 행위의 모델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P 130


철학 나아가 인문학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무수한 데이터들이 서로 중첩되고, 연결되고, '복붙'되면서 구축된 거대한 네트워크 같은 것입니다. 거기에 접속하는 데 필요한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P 135


정말로 중요한 것은 질문을 만들고 그에 답하는 역향을 기르는 것입니다. P 140


발제문은 읽기와 말하기 사이에서 그 둘을 이어 주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P 142


존재가 무엇인지 확정적으로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무엇일 수 있는지,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여러 후보들을 최대한 많이, 또는 적은 수라도 최대한 밀도 높게 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P 148


대학원생이나 전문 연구자를 목표로 공부한다면 해당 담론 체계 안에서 중요도가 높은 걸 우선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P 153


차라리 공부는 지식이 나를 거쳐 밖으로 나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나에게로 온 지식이 어딘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야 내가 한 공부가 의미를 얻습니다. P 160


어떤 걸 모르는지 모르겠다 싶으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알겠다 싶은 걸 찾아야 합니다. P 171


읽은 내용에 대한 이해도 다른 불균형이 있어야 생각이 어디론가 흐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걸 가장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세미나에서 쓰는 '글' 입니다. P 182


절대적인 생존에 관련된 문제를 빼고, 우리 삶을 괴롭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자존감의 위축에서 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P 186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모두 공부 앞에 평등합니다. 저마다 조건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결국에는 우리 모두, 역사상의 유명한 사상가, 철학자들까지 포함한 우리 모두 결국에는 이 세계와 이 세계 안에서의 삶을 배우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P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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