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ongkong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환희 Feb 19. 2017

목적지는 없었으나 빠르게 걸었다

홍콩

Aimless, Hong Kong
: 목적지는 없었으나 빠르게 걸었다.


사진에 대한 이야기

1.
홍콩은 본질적으로 바쁜 땅이다. 홍콩에 서 있는 동안 정적과 같은 느낌은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것은 작은 스마트폰에 떠다니는 타인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2.
홍콩은 유난히 일방통행 도로가 많다. 도로의 폭이 좁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게다. 차는 마주하는 것 없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한다. 

3.
홍콩인들은 참 바쁘게도 산다. 홍콩을 여행하는 이들도 그렇다. 스탑오버를 하거나 1박 2일, 2박 3일 정도로 연차를 내서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늘어지 듯 보내기 위해 정기휴가를 내고 찾아오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홍콩은 본질적으로 그런 땅이다.

4.
홍콩 여행은 서울에서의 일상보다 바쁠 것이다. 친구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실 시간도 없을 것이다. 나는 맥도날드에서 허겁지겁 버거를 먹으며 다음에 대해 논의하는 4명의 여행자를 보았다. 그들의 시선은 단 한 번도 친구를 향하지 않았다. 말을 하는 동안에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5. 
당신은 오후 5시 무렵, 앉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릴 것이다. 그러나 당신을 위한 의자는 없다는 것만 알아둬라. 있다면 이미 중국 여행자가 차지하고 있다.

6.
나는 매일 7시 45분에 일어나 8시에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출근하는 이와 함께 며칠을 보냈다. 그는 매일 밤 9시에 집에 들어왔다. 

7. 
그날, 나의 하루는 목적 없이 시작되어 목적 없이 마무리되었다. 해 질 무렵, 내가 스친건 퇴근길의 무수히 많은 인파와 홍콩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크로스 하버 터널에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는 차들이었다. 나는 요리조리 사람을 피해 앞으로 빠르게 걸었다. 아무런 목적지가 없었으나 그저 빠르게 걸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Hongkong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