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계획가였던 코르뷔지에는 이제까지의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빛나는 도시radiant city'를 건설할 것을 주장하였다. 빛나는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코르뷔지에는 이렇게 설명한다. "파리의 도시 모습은 답답하다. 저층 건물들이 블록을 에워싸고 있는 이런 형태의 도시에는 햇볕이 들지 않고 공기가 통하지도 않는다. 이런 도시를 철거하고 초고층 건물들을 띄엄띄엄짓자. 그리고 건물들 사이사이에는 넓은 오픈스페이스로 비워두자. 초고층 건물들은 자동차전용도로로 연결하여 신속하게 이동하게 하자. 사람들은 초고층 건물 안에서 살거나 일하고, 여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코르뷔지에가 주장하는 빛나는 도시는 우리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들이 이와 유사한 형태다." 정석, <도시의 발견>
코르뷔지에는 현대의 아파트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다. 그가 구상한 '빛나는 도시'는 초고층 건물을 올려 대지에 여백을 두자는 것이다. 인구의 증가, 인구의 도시 유입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에 이를 수용할 높은 건물을 짓고 그만큼의 땅을 살리자는 말이다. 허나 이 말은 홍콩, 특히 홍콩섬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다. 홍콩은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올려도 대지에 여백을 둘 수 없다. 홍콩섬은 애초에 평지 없이 가파른 산 뿐이었다. 이 쓰기 어려운 땅을 조금씩 간척하고 깎아내어 세울 수 있는 모든 건물을 다 때려박은 것이 바로 현대의 홍콩이다.
그래서 홍콩의 아파트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지극히 좁다. 어떤 아파트는 창문을 열면 맞은편 아파트 주민과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 좁은 간격은 상당히 특색 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좁은 하늘, 네모난 하늘, 어디론가 향하는 하늘...
위 아파트는 홍콩에 단 하나만 있는 건물이 아니다. 이것은 1970~80년대 보급된 Twin Tower 스타일의 공공주택으로 홍콩 곳곳에 똑같은 것들이 있다.
마치 걸그룹 뮤직비디오에나 나올법한 이 화려한 건물은 무려 1960년대에 지어진 공영주택이다.
풍경이 인상적이라서 사람사는 아파트를 찾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풍경을 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게 되었다. 삶의 공간에서부터 시작되는 홍콩 여행. 슬금슬금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