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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캠 Nov 28. 2019

유방암 일지 #044

공감능력

내게도 공감능력이 생겼다.



유방암이라는 질병은 대부분 여성에게 찾아오는 질병이기에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크게 와 닿는 단어는 아닙니다. 보편적으로 암을 떠올리면 위암이나 간암 같은 유명한 이름들이 더 익숙하죠. 처음 암을 마주했을 때 어머니를 잃으면 어쩌나 하는 공포로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어머니의 상태를 말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암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전혀 공감해주지 못하는구나.


 저는 이상 생활에서 감정 공감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아내를 만나서 이런 부분들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길이 구만리는 돼 보입니다. 사실 어머니의 암투병을 옆에서 지켜보고 같이 병원을 다니면서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는 부분은 아내보다 한참 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아픈 게 아니라서 얼마나 아픈지 알 수도 없고, 그저 이성적으로 판단할 뿐이죠. 이런 모습과 정반대로 아내는 어머니와 함께 울고 웃고 하며 감정을 잘 공유한답니다.


 그런데 암에 대해서는 공감능력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 라는 생각이 분명 해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처음 만난 지 5년이 되는 시기에 육지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며, 예전처럼 하루 2만 보이상 걷는 여행 일정으로 영주를 갔을 때 일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여행이었고 또 많이 걷다 보니 체력이 떨어질 때로 떨어진 상태.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리며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숙소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분명 리뷰에는 엄청 친절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호스트가 기다리는 게 느껴졌지만 아주 어린 친구가 문을 열어주며 제대로 된 리셉션을 받지 못했습니다. 


 여행에 있어서 숙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처음 느끼게 된 순간이었죠. 즐거웠던 모든 여행의 기억이 모두 와르르 무너지며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로 나가서 밥을 먹고 내일 리뷰를 어떻게 쓸지 아내와 대화하며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퇴실 전 짐 정리차 공용공간에서 어제 못 만났던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죠. 아주 멋진 목소리를 가진 핸섬한 젊은 남자 사장님이었습니다. 친절하게 이것저것 챙겨주시기에 리뷰보다는 불만을 그냥 말해주자는 생각에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드리며 서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운영하시던 사장님 부부 내외는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남자 사장님의 부모님이시고, 아버님이 간암 4기 판정을 받아 지금 입원해 계시다는 말을 듣고 나선 모든 불편했던 점들이 전부 이해가 되더군요. 입원하신 게 한 달도 안된 상황에 순간 저희가 처음 암을 마주했을 때의 기억이 선명히 떠오르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내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저 젊은 남자 사장님은 하루하루 어떤 마음일지 대충 알겠더군요. 


 만약 잠시 원래 사장님 내외가 잠시 자리를 비웠더라면, 이 곳의 기억이 저희 부부에게 어떻게 기억되었을까요? 그리고 저희 어머니가 암에 투병 중이 아니었다면 저는 진심으로 감정을 공감하고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을까요? 저뿐만 아니라 암이라는 녀석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다면 이해할 수가 없는 그리고 공감할 수 없는 녀석임은 분명합니다. 공감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저도 다른 암환자와 가족들을 보고 이야기할 때는 진심으로 공감하고 걱정이 되니까 말이죠. 


 간암 4기에 대해 살짝 이야기 들어보니 별도의 약이 없어서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받으며 통증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듯합니다. 요즘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을 투약해서 치료를 하는 것이 한참 이슈가 되는 것이 이해가 되더군요. 딱히 치료법도 없고 고통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작용의 우려보다는 치료에 대한 희망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어요.


 여쭤보니 펜벤다졸을 투약하신 지 며칠 안되셨지만 통증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부디 쾌차하셔서 내년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꼭 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함께 힘내요.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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