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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캠 Nov 28. 2019

유방암 일지 #045

7차 항암

드디어 수술일자를 확정했다.


 유방암을 처음 확인한 게 5월인데 어느덧 11월 말이 돼가고 있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흘러가지만 환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듯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켜보는 가족은 생업에 치여 늘 가던 속도 혹은 그 보다 빠르게 흘러갑니다. 평소 신경 써야 할 것들보다 더 많아지는 게 이유겠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7차 항암치료를 받게 되었고 드디어 항암 수술 일자를 확정받았습니다.

 항상 당당하고 강인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어머니께서 7차 항암 2일 전에 통화하며 모든 게 무너진 듯 펑펑 우셨습니다. 이유는 수술이 끝나고 나면 항암치료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버티셨는데, 수술 이후에도 항암치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참았던 모든 인내가 우르르 무너지셨습니다. 항암치료 시작 전에 의사와 면담에서 이야기를 다 해주셨지만 정신이 없으신 와중에 들어서 전부 기억하지 못하셨나 봅니다. 한참을 그렇게 우시고 마음이 정돈되셨는지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셨지만, 겉모습과 다르게 속으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지를 지래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 바뀐 항암치료제는 기존의 약과는 다르게 몸에 직접적인 고통을 주는 부작용이 있어서 환자 입장에서 느끼는 몸의 부담감이 직관적으로 다가와 기존 약과 상대적으로 받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다른 듯합니다. 게다가 항암치료제를 투약하며 같이 처방해 주는 소염제 및 진통제를 일체 드시지 않고 버티고 계셔서 부작용의 고통을 온전히 느끼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고통을 당사자가 아닌 가족들이 알 수가 없으니 겉모습만 보며 그래도 잘 버티시는구나 할 수밖에 없네요.

 항암치료가 익숙해지며 마치 암이 큰 병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사자는 매일매일 고통 속에 보내고 있지만 지켜보는 가족들은 각자의 일상이 있기에 24시간 같이 있는 게 아니어서 일까요? 내가 아픈 게 아니기에 그런 걸까요? 가족들이 아무리 챙겨주고 관심을 가진다 해도 결국 투병하고 이겨내야 하는 건 '환자 본인'입니다. 너무 외로운 싸움인 것 같아요.

 다음 8차 항암치료를 받기 전에 수술에 필요한 모든 검사들을 모두 받은 이후 항암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막상 수술일자가 정해지고 검사를 받는다고 하니 어머니는 불안함을 이제 드러내 실정 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십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이제 수술하고 암세포를 떼어내면 회복과 지속적인 관찰로 '죽음'으로부터 벗어난다는 희망이 앞서지만 당사자에게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와중이라 저 멀리 탈출구가 아직 멀게만 느껴지나 봅니다.

 어머니가 다 나으시면 돌아가시기 전에 꼭 이쁜 집을 지어 드리고자 가상의 건축물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직접 설계를 하다 보니 부모님의 취향과 앞으로의 치료에 대한 부분들까지 모두 반영하고 있는데, 필히 별채에 찜질방 시스템을 만들어서 암세포가 나중에라도 뜨거워서 모두 사멸되는 공간을 필히 선물해 드릴까 해요. 


이 전에는 몰랐는데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제 아프시기 시작하니 앞으로 설계하고 짓는 집들의 콘셉트가 바뀔 것 같다는 직감이 듭니다. 옆에서 지켜봤기에 기존 건축물에 무엇이 부족한지 너무 잘 알겠거든요.



우리 함께 힘내요.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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