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보는 <새롭게 하소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어릴 적 엄마가 자주 틀어놓았지만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 그런데 주영훈 님을 비롯한 엠씨들과 편집의 힘인지 감동에 재미까지 더해졌다. 새롭게 하소서가 새로워진 셈이다.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님의 아들이신 김요셉 목사님의 인터뷰를 보았다. 김요셉 목사님은 혼혈아로 태어나서 한국에 사는 동안 한국인과 다른 외모로 인해 놀림을 받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 오죽하면 머리를 연탄으로 감고, 높은 코를 구들장에 박았을까.
내가 새롭게 하소서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엠씨들의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진심으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개그맨 이정수 님의 표정에 감동을 받았다. 인터뷰를 다 보고 나서도 그 표정이 생각나서 글을 쓰고 싶었다.
찰나에 보았던 이 표정을 캡처하기 위해 몇 번이나 돌리고 돌렸다. 이정수님의 진한 눈썹 덕분에 표정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표정에 드러난 것이다.
김요셉 목사님이 어릴 적 일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너는 잡종인데 순종을 잘한다"라고 했던 어머니의 농담을 언급했다. 목사님은 우스갯소리로 스치듯 말했지만 나는 누군가 마음을 긁고 간 것처럼 아팠다. 어린 요셉의 입장이 되어 그 말을 들은 나처럼 이정수 님도 순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가 짧은 탄식과 함께 저 눈빛으로 김요셉 목사님을 바라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는데, 그 짧은 순간이 내게는 엄청난 위로가 되었다. 거의 울 뻔했다. 왜일까. 왜 그럴까. 아마도저 영상의 제목이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Just the way you are)'라서 클릭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지 못했던 내가, 나를 바라보는 표정 같아서.
이정수님 표정 구간 18:00~18:15
기독교계의 한 획을 그은 아버지 밑에서 부담감이 컸겠지만 이제는 연로한 목회자가 되신 김요셉 목사님은 참으로 진솔하게 인터뷰를 해주셨다. 단순히 한 사람의 인생만을 다루지 않고 그 안에 계신 하나님을 증거하는 간증 인터뷰였지만, 어쨌거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진솔하기 위해서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가끔 내가 새롭게 하소서에 나가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 시절, 내가 사랑한 당신>이라는 브런치북에 쓴 것처럼, 하나님을 만난 간증이야기는 내게도 넘치고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쓰고 보니 나는 글로써 전달하는 게 가장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전달하기엔 역시 글이 최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말하는 사람보다 듣고 있는 사람에게 더 눈이 간다. 새롭게 하소서 다음으로 자주 보는 프로그램인 <김창옥쇼>에서마저, 이제는 무대에 서서 말하는 김창옥 강사님보다도 청중들에게 더 눈이 간다. 김창옥 강사님을 많이 듣다 보니 겹치는 멘트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자주 들어도 좋다) 그가 진심으로 나눠주는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어떤 눈빛, 몸짓, 제스처 등에서 더 위로를 받는 요즘이다. 물론 청중이 사연을 말할 때 듣고 있는 김창옥 강사님의 모습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그래도 좋다. 예전부터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물이 들듯 나이가 들면 나이 먹는 게 두렵지 않다고 말하곤 했는데, 자연스레 변하는 내가 좋은 걸 보니 제대로 나이 들어가는 것 같다. 연말이 아쉽지 않고 연초가 두렵지 않은 12월이다. 늘어난 주름살만큼이나 마음에 고운 나이테 하나가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