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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28. 2024

체험단의 편견을 깨다


체험단 리뷰는 솔직하지 않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들도 있다. 그러나 내돈내산 리뷰라고 해서 전부 솔직한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서 솔직한 것을 객관적 정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말이다. 대인관계에서도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솔직한 사람이라고 평가하지 않듯이 좋다/나쁘다는 주관적인 평가와 직설적인 표현은 엄밀하게 말해서 객관적 정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나의 경우 '사진'으로서 감출 수 없는 진실을 나열하고, 주관적 의견은 글로써 표현하되 직설체가 아닌 돌려 말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체험단 리뷰는 ‘홍보’를 목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내용’ 위주로 써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과정에서 많은 진실을 제공한다. 매장이 넓다거나 인테리어가 예쁘다거나, 단체석이 마련되어 있다거나 하는 그 업체만의 특징 혹은 자랑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매장을 찍은 내부 사진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이며, 이미 그 사진만으로도 사람들은 친구와의 만남 혹은 가족모임, 회식을 목적으로 방문하기에 적합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맛의 영역에서는 특히나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객관적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주관적으로도 맛이 별로일 수 있으나 굳이 맛이 없다는 표현을 쓸 필요는 없다. 누군가 맛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간이 약간 심심한 음식에 대해서는 '건강한 맛'이라고, 간이 센 음식에 대해서는 '밥과 함께 먹으니 딱 좋다'라고 표현했다. 싱겁다, 짜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내 입맛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맛이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의 솔직함은 불특정 다수에게 객관적 정보의 기능을 하지 않는다. 장점과 단점의 경계 또한 분명치 않다. 누가 보아도 단점인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단점을 그대로 언급하는 것보다도 해당 업체만의 장점을 찾아내어 그것을 조명하는 것이 훨씬 지혜롭다. 누린 장점이 많은 만큼 만족감은 커지고, 그것은 후기글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간다. 사람들은 행복이 묻어난 글을 보며 미리 만족한다.


영국 평론가인 사무엘 존슨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건의 가장 좋은 일면을 보는 습관은 1년에 1,000파운드의 소득을 얻는 것보다 낫다.


체험단은 무엇의 장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나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해간다. 장점을 먼저 보는 것, 이것은 인간관계에서도 통용되는 진리이다. 면접 때 자기소개에서도 단점보다는 장점을 집중 조명하기 마련이다. 다만 단점도 억지로 포장하면 어색한 것처럼, 주관적으로 딱히 맛이 없었던 요리를 최고라고 표현할 필요는 없다. 특별할 것이 없는 요리에 대해서는 참기름이 들어가서 고소했다거나 하는 사실 그대로 표현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메인요리는 평균 이상의 맛을 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돈내산 리뷰라고 다 솔직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은 누구와 함께 먹었는가에 따라서 음식이 맛이 있게 느껴질 수도 있고, 맛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행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와 함께 했느냐에 따라서 즐거운 시간으로도, 혹은 끔찍한 시간으로도 기억될 수 있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시간을 리뷰하길 원한다. 그곳에 가서 그것을 먹고 보낸 자신의 하루를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면 재미있었다, 즐거웠다로 끝나는 초등학생의 일기처럼 뭉뚱그려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어차피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 검색을 하고 블로그를 찾아본다. 이미 그곳을 가기 위해, 이미 그것을 먹고자 하는 마음으로 찾아보는 것이다. 동시에 그들은 이왕 그곳에 간 김에 무엇을 좀 더 집중해서 봐야 하는지가 궁금하다. 무엇을 놓치지 않아야 실속이 있는지, 어디에서 사진을 찍고 오면 좋은지, 이 음식점은 구조가 어떤지 일행과 갈만한 곳인지 그런 것들이 궁금할 것이다. 본인의 여행을 보다 풍성케 해 줄 포트폴리오를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보며 채워나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사진과 글 속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취향, 기분을 읽는다. 바로 여기까지가 그것에 대한 ‘정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누구에게나 이렇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어디까지나 그곳에 가기로 한 그들이 취사선택하는 영역이며, 내가 그들을 설득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경험한 것,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하면 된다. 다만 내돈내산 리뷰와 체험단 리뷰의 차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것의 장점을 위주로 기록한다는 점이다.(이것도 보통 가이드라인에 제시되니 애써 찾아내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또한 체험단은 선순환을 일으키는 활동이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과정을 통해 나의 경험을 ‘무료로’ 확장시킬 수 있다. 그 속에서 장점을 발견하고 확대시킴으로써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으며, 글쓰기를 지속하고 훈련할 수 있다. 그렇게 발행한 글로 인해 방문자가 유입되고, 나의 블로그가 성장하고, 그 게시물들이 포트폴리오가 되어 또 다른 체험의 선정률이 높아진다. 이것이 선순환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사진 찍기와 글쓰기는 하면 할수록 스킬이 늘어난다. 처음에는 100장 찍어놓고 선별하기 어려웠던 것도 이제는 가이드에서 제시하는 개수만큼만 찍거나, 선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가성 포스팅은 일기와는 달리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작성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경험치가 높아지고 스킬이 늘어난다. 선정률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나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제공받는 서비스의 질이 달라진다. 나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러니 체험단 리뷰를 읽는 일에 대해서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솔직하지 않은 글을 쓴다는 양심의 가책 역시 느낄 필요도 없다. 체험단은 서비스의 장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선택을 돕는 일이다.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 역할을 한다. 선택지를 넓히고, 나의 취향을 발견하고, 그것을 추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또한 소상공인 사장님들의 전업을 돕는 가치로운 부업이다. 바야흐로 개인까지 브랜딩 하는 시대, 홍보하지 않으면 버젓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존재마저 묻히기 쉬운 이 시대에서 숨겨진 OO맛집을 길어 올리는 임시 홍보대사다.




* 이것 또한 체험단에 대한 나의 주관적 의견일 뿐이다. 블로거로 활동하기 전 내가 막연하게 가졌던 편견에 대해 써보았다. 뭐든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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