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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l 21. 2024

명품보다는 보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한국의 비교문화를 주제로 한 영상을 시청하던 중, 명품이라 일컫는 패션 브랜드를 명품이라 칭하지 말고 사치품이라고 부르자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과시성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물건은 명품이 아니라 허세를 위한 값비싼 물건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명품은 그냥 명품이 아닐까? 시계든 가방이든 스카프든, 뛰어난 부분이 있어서 그 브랜드를 명품이라고 칭하게 되었을 텐데 그 자체를 끌어내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미권에서는 luxury로 표현되는 것이 한국에서는 어쩌다 명품이라는 것으로 불리게 되었다는데, 사치품이라고 부르게 된다면 정말로 한국의 과시성 명품, 아니 사치품의 소비가 감소하게 될까? 그건 잘 모르겠다.


어떤 것에 대한 정의를 갖고 있는 사람에겐 그 정의를 훼손시키는 개념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 주장을 했던 분에게는, 명품이라는 것의 가치가 진품명품에서 다룰 만한 '대대로 내려오는 가치 있는 그 무엇'이었을 수 있다. 한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 언급되는 명품이란 보통 사치품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나는 명품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


나는 보물이라 정의하기로 했다. 귀하고 가치가 있는 보물. 반짝이는 보석이라고 해서 꼭 보물인 것은 아니다. 이름이 알려졌다고 해서 다 귀한 건 아니다. 유명하고 값비싼 물건은 명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보물은 그 자체로 보물이다. 땅 속에 묻혀 있어도 그것은 보물이다.


보물 같은 사람을 만났다. 어떻게 이런 작가가 있을까. 한국의 괴테라고 칭해도 좋을 김종원 작가다. 나는 책을 통해 김종원 작가님으로부터 글쓰기에 대해 배우고 있다. 모든 문장이 주옥같고, 매 챕터마다 여운이 남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글을 읽는 사람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었다. 글쓰기의 목적은 사랑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작가님의 문장이 단순히 글로 읽히지 않고 마음에 다가온 것은 필연적이다. 김종원 작가님은 본인의 삶에서 경험하지 않은 단어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늘 사랑을 생각하고, 글쓰기를 통해 '그 글을 읽는 사람을 향한' 사랑을 실천하기 때문에 나는 그의 문장에 가슴이 뛰었던 것이다. 글을 통해 그 마음이 전해지다니. 작가님은 정말 이 글을 사랑으로 쓰셨구나. 아, 좋은 글이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고 했다. 부끄러웠다. 나의 아픔을 호소하고자 내게 상처였던 것들을 들춰보며, 그 상황을 만든 누군가를 비난하고 미워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 있었다. 물론 같은 아픔을 가진 자들에게는 위로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원망에 가까웠다. 내 공간에서 글로 풀어내는 원망일 뿐이니 그 대상에 가 닿지 않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글의 대상과 비슷한 입장에 처한 누군가에게는 아픈 글이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이제 글에 위로가 아닌 사랑을 담기로 했다. 글로써 사랑을 실천하기로 했다. 아픔을 나누며 위로하는 글도 물론 가치가 있지만, 내게는 무엇보다 사랑이 위로가 되었다. 내 마음에 반짝, 햇살을 비춰주는 사랑 자체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내가 읽고 있는 이 글에 사랑이 담겨 있구나. 글로써 정말 사랑을 전할 수 있구나. 나의 성정은 사랑이 많지 않더라도, 글을 쓸 때 글을 읽는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하는 이성적인 태도만으로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쓴 글은 좋은 글이라는 그분의 정의가 내게 용기가 되었다. 좋은 글을 써야겠다. 사랑의 마음을 담아.


내가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생각하는 능력이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내가 당신을 나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그런 당신에게 좋은 것을 전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이어야 한다.
- 김종원,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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