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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파맨 Mar 21. 2024

접근성 높은 협동의 즐거움

2인용 모바일 방탈출 게임 리뷰

2인용 모바일 방탈출 게임 <The Past Within>, <Tick Tock: A Tale for Two> 리뷰


나와 내 여자 친구는 방탈출을 좋아한다. 테마에 맞게 꾸며진 방에 들어가 분위기와 스토리를 즐기고, 실력에 맞는 난이도를 선택하면 문제를 풀며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두 사람이 한 시간 반 정도를 노는데 5만 원 정도 드니 값싼 취미는 아니다. 하지만 즐길 거리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서 내 시간도 재미로 가득 채울 수 있으니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는 확실하다.

방탈출은 가심비 취미다

모바일 방탈출 게임은 쉽고 싸게 방탈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괜찮은 방탈출을 하기 위해선 홍대나 강남까지 가야 하는데 동선도 절약할 수 있고, 가격도 만 원 이내로 싸다. 특히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는 서로가 다른 장면을 보면서 얻는 각자의 정보를 말로 알려주면서 취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비대칭 방탈출 게임’이라 서로 간 정보 차단이 필요하다. 한 공간에 모여 게임을 하더라도 서로의 화면을 보지 않아야 하고, 따로 떨어져서 전화로 소통하며 플레이하는 게 오히려 더 좋다. 만나러 가는 데 필요한 시간이나 함께 있을 공간조차 필요치 않은 거다. 과장 조금 보태서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는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되는 접근성 높은 놀거리라 할 수 있다.


<The Past Within>

“과거의 플레이어와 현재의 플레이어가 서로 소통하며 시간을 뛰어넘은 연결을 만드는 비대칭 방탈출 게임”

장르 : 비대칭 방탈출, 퍼즐, 협동, 모바일 게임

제작사 : Rusty Lake

플레이타임 : 약 2시간



<Tick Tock: A Tale for Two>

“시계장인 아말리 레이븐이 만든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갇힌 두 플레이어가 소통을 통해 힌트를 얻어 탈출하는 비대칭 방탈출 게임”

장르 : 비대칭 방탈출, 퍼즐, 협동, 모바일 게임

제작사 : Other Tales Interactive

플레이타임 : 약 2시간 30분


사내 밴드를 했었다. 오아시스를 꿈꿨지만 현실은 물방울 정도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재밌었다.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의 재밌는 점 1. 협동은 어렵지만 즐겁습니다

사내 밴드를 했던 적이 있다. 다들 프로젝트로 바빠진 요즘은 못 하고 있지만, 잠깐 여유 있던 시절에 또래인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다. 나는 베이스를 맡아 열심히 연습해 혼자서 하는 연주는 그나마 할 만 했다. 하지만 합주는 다른 영역이었다. 다들 원래 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경험이 일천했다. 연주 실력이 부족한 건 당연하고, 다들 혼자 연습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들으며 맞추는 능력은 형편없었다. 우리가 합을 맞추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한 곡으로만 계속 연습하고, 합주를 잘 맞추는 법을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의 연주를 들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화음이 딱 맞춰지는 때가 오더라. 그렇게 어렵던 걸 해낸 그 순간의 전율은 엄청났다.

타인의 생각은 나와 다르기 때문에, 내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을 수 있다

팀 활동은 어렵지만 더 큰 성과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내가 했던 밴드도 그렇고, 축구나 농구 같은 팀 스포츠도 그렇고, 업무에서 다양한 전문 분야를 가진 팀들과 협업하는 것도 그렇다. 타인은 나 자신처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존재라, 서로 소통하고 조화를 맞춰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혼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하지만 이 어려운 것을 해냈을 때,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 악기만으론 연주할 수 없는 밴드의 공연, 혼자서는 절대로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수비수를 패스 플레이로 무력화시키고 넣은 골, 내 분야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는 프로젝트와 같이 더 큰 성과가 협동에 성공했을 때 돌아온다. 그리고 혼자서는 느낄 수 없던 큰 성취감도 뒤따라온다.

협동은 혼자서 할 수 없는 결과와 성취감을 가져다준다

협동 게임의 재미 또한 이와 같다.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는 내가 보는 단서는 동료 화면에서는 나오지 않고, 동료의 단서는 내가 볼 수 없다. 동료와 협동 없이 나 혼자서는 단서를 모두 모을 수 없고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게임에서 필요한 협동이 그냥 내 화면에 나오는 글이나 숫자를 불러주면 되는 간단한 형태도 아니다. 내가 보는 그림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서 동료도 똑같은 그림을 상상하도록 해야 하고, 해당 그림이 완전 똑같이 동료에게도 있는 건 아니라 그림에서 어떤 부분이 힌트일지도 판단해야 한다. 타인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설명해서 나와 똑같은 것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디테일이 달라지는 일은 수도 없이 일어나고, 아예 전체적인 틀도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때도 많다. 수 없이 설명하고, 말로 그림을 그리듯 묘사해야 동료에게 같은 그림이 전달된다. 하지만 이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생각이 통하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협동 게임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의 재밌는 점 2. 협동을 더 필요하게 하는 비대칭성

팀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게임은 공통된 화면을 보면서 동료와 서로 비슷한 플레이를 할 수 있고, <잇 테이크 투>와 같은 게임은 화면은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했던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는 서로 다른 화면을 보면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게임이다. 각각은 나와 동료가 얼마나 비슷한 상황으로 대칭적인지, 이와 반대로 서로 입장이 달라 비대칭적인지로 게임을 분류한 것이다. 후자로 갈수록 서로 완전히 다른 상황에 처하며 비대칭성이 커진다.

대칭성 게임에서는 한 사람이 팀을 캐리할 수 있다

모든 협동은 대칭성과 비대칭성 사이의 스펙트럼 안에 존재한다. 포지션이란 개념은 있지만 다른 자리에서 뛰어도 큰 문제가 없는 축구나 농구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이 대칭성이 크다. 이런 영역에서는 내가 압도적으로 잘한다면 동료가 조금 못하더라도 성과를 낼 수 있다. 내가 메시나 조던, 페이커처럼 할 수 있다면 협동 없이도 팀을 ‘캐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내가 다른 악기를 연주할 수 없는 밴드는 <The Past Within>, <Tick Tock: A Tale for Two>와 같이 비대칭성이 크다. 내가 동료를 대체할 수 없고, 내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동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비대칭성은 협동을 강제한다. 결국 힘들면 잘하는 사람이 다 하면 되는 대칭성 게임보다 비대칭성 게임이 협동의 어려움과 재미를 느끼기에 더 좋은 것이다.

풍월량 님은 <위 워 히어 포에버>를 하며 이 그림을 ‘몬스터 주식회사’로 설명했다. 어려운 난이도의 묘사에서 엉뚱하지만 명쾌한 해답이 나올 수도 있다.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의 재밌는 점 3. 대화는 재밌다

비대칭 방탈출 게임은 나에게 보이는 단서를 동료에게 알려주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대화는 그 자체로 즐겁다. 나아가 대화는 결국 상황이라 이 게임을 하면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상황을 많이 만들게 된다. 그중 재미있는 상황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다. 특히 말로만 설명하기 애매한 그림에선 재미있는 말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모양을 묘사하기는 어려운 기호를 같이 본 영화를 이용해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봤던 캐릭터’와 같이 명쾌하지만 엉뚱하게 설명하는 거다. 더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에서 기발한 방식으로 생각이 통해 정답을 찾으면 그 쾌감도 배가 될 것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대화는 그 자체로 즐겁다

너무 난이도가 높아지면 소통이 안 되는 느낌을 많이 느끼며 고구마가 될 수도 있다. 재미보다는 답답함이 크다 생각될 때 포기하고 싶어질 거다. 하지만 이런 게임은 묘사해야 하는 대상이 명확하기에 추상적인 대화보다 훨씬 난이도가 낮아 대화의 재미를 느끼기 쉬운 방식인 듯하다. 나아가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는 그중에서도 입문자용 난이도다. 그러니 이 게임들을 먼저 해보고 부족하다면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해 보며 즐길 수 있는 난이도를 찾으면 된다.

<Tick Tock: A Tale for Two>의 스토리는 좀 많이 빈약하다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의 아쉬운 점 1. 어려운 전체 스토리 파악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는 플레이어 간에 서로 정보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가 보는 스토리도 알 수 없다. 동료가 보는 스토리가 내 화면에는 나오지 않는 부분이라면 말로만 전달받아야 하고, 그마저도 동료가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다. 그렇다고 클리어 이후에 서로 다른 입장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단순노동에 가깝다. 방탈출 게임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재미가 몰려 있기 때문에, 다른 시점이라도 정답을 아는 상태에서는 재미가 반감된다. 결국 이런 비대칭 방탈출 게임에선 스토리에 집중한 콘텐츠가 경쟁력을 가지기는 어려워서 게임 자체에서도 스토리를 약화한 듯하다. 비교적 <The Past Within>은 스토리 틀이 있긴 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주제 의식이 느껴지는 스토리가 아니었고, <Tick Tock: A Tale for Two>는 스토리 자체가 흥미만 유발하는 맥거핀 같은 느낌이었다. 이는 캐릭터를 직접 플레이하며 해당 인물 자체가 돼 몰입해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 ‘몰입형 콘텐츠’인 게임 장르의 장점을 상당 부분 앗아가는 지점이라 많이 아쉬웠다.

난이도 편차가 너무 커 엄청 어려운 문제도 나오더라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의 아쉬운 점 2.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지는 난이도

<The Past Within>과 <Tick Tock: A Tale for Two>의 기본 틀은 내가 보는 정답지를 잘 설명해 동료가 정답을 입력할 수 있게 하는 거다. 이때 동료는 정답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답이 설명하기 어려운 그림이기만 해도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진다. 그런데 보통의 방탈출 게임은 정답을 바로 포착할 수 있는 형태보다 문제를 풀어야 하는 형태가 더 많다. 만약 비대칭 방탈출 게임이 정답지를 보고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양쪽에는 단서만이 흩어져 있고 이를 조합해 문제를 또 풀어내야 하는 구조라면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Tick Tock: A Tale for Two>에서 시계의 원재료들을 올바른 순서로 나열해야 하는 문제가 그랬다. 나와 내 여자 친구는 이 문제만 거의 한 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단서가 잘못 공유됐는지, 아니면 푸는 방법이 틀렸는지를 알 수 없고, 양쪽 다 확신이 없으니 이때 너무 답답하고 포기하고 싶더라. 난이도의 변화폭이 큰 만큼 나에게 딱 맞는 난이도를 선택하기 어렵기에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지점을 찾기에도 어려운 점이 조금 있다.

게임 같이할 사람 없어요

“게임을 추천하기 전에 같이 할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니냐?!”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런 협동 게임의 가장 어려운 점은 협동을 할 사람을 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시작부터 어려우니까 성공했을 때 더 재미와 성취감을 얻을 수도 있.. 죄송합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3명 이상이 모였을 땐 어떻게 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짝수라면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이 한 쪽을 플레이하면 된다. 그런데 짝이 맞지 않더라도 나는 꼭 모두가 플레이 하지 않고 누군가는 관전을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양쪽 상황을 모두 아는데 어떻게 서로가 삽질을 하는지 관전하는 것도 비대칭 방탈출 게임을 또 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방탈출을 맛보고 싶은가? 그럼 마음 맞는 사람을 한 명 이상만 구하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 한 번 해봐도 좋을 듯하다.


<The Past Within> - 평점 4/5
지글지글 맛보고 싶은 방탈출 시식 코너


<Tick Tock: A Tale for Two> - 평점 3/5
시식 코너가 모자라면 한 입 더? 근데 좀 아쉽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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