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연애남매> 리뷰
요새 뒤늦게 <환승연애2>를 보고 있다. 2022년, 30편이 넘게 쏟아졌던 연애 예능 중에 단연 최고로 평가됐던 작품을 이제 와서야 꺼낸 건, 요즘 방영 중인 <환승연애3>를 재밌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매주 최신 회차를 다 보면 더는 볼 게 없으니 돌아가 이전 시리즈까지 보는 거다. 근데 <환승연애3>도 이전 시리즈에 비해 아쉽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정말 <환승연애>는 잘 만들어진 시리즈인 듯하다.
이런 <환승연애> 시리즈의 메인 PD였던 이진주 PD님이 새로 만든 연애 예능이 <연애남매>다. <환승연애>를 너무 재밌게 봐서 또 다른 시리즈를 찾을 정도의 열혈 시청자이니 기대가 되는 건 당연지사. 게다가 나는 MC들의 리얼한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VCR을 보기 전까지 프로그램 컨셉조차 알려주지 않았다는 기사까지 읽었다. 또 뭔가 엄청난 재미 포인트가 숨겨져 있구나. 큰 기대를 안고 <연애남매>가 공개되자마자 찾아봤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1회밖에 보진 않았지만 <연애남매>는 <환승연애>와 너무 다른 결의 프로그램이었고, 실망스러운 부분도 조금 있었다.
장르 : 연애, 데이팅, 가족, 리얼리티 예능
플랫폼 : JTBC, Wavve(웨이브)
출연 : 진행자 – 한혜진, 코드 쿤스트, 뱀뱀, 미연, 조나단, 파트리샤
참가자 – 재형, 용우, 정섭, 철현, 세승, 주연, 초아, 윤하
회차 : 1회차 공개 (총 회차수 미공개)
러닝타임 : 약 150분
<연애남매>의 아쉬운 점 1. 늘어지는 전개
웨이브에 공개된 <연애남매> 1회의 러닝타임은 2시간 29분이다. 방송본은 조금 짧다고 하지만 그래도 2시간 15분이다. 여기엔 웬만한 영화도 명함 못 내민다. 심지어 웨이브 버전은 긴 러닝타임으로 유명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나 <오펜하이머>, 하다못해 <듄> 정도는 돼야 겸상가능한 수준이다. 영화 장르의 특성상 비교적 스토리가 밀도 있는데도 러닝타임이 길면 늘어진다고 얘기하는 시청자들이 많은데, <연애남매>는 서사도 밀도가 높지 않다. 중심 스토리라인을 잡고 곁가지의 이야기는 덜어내며 전개를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상황을 전부 늘어놓는 느낌이었다. 긴 러닝타임에다가 사족과 같이 느껴지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늘어지니 보는 내내 상당히 지루했다.
근데 사실 <환승연애>도 전개는 비슷했다. <환승연애2>의 러닝타임은 평균적으로 2시간 정도였고, 결말에 가서는 3시간이 넘겼다. 이렇게 긴 러닝타임에는 사소한 사건들이 나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환승연애>는 너무 늘어진다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많이 볼 수 있다며 환호했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내용은 길게 봐도 좋아하는 것이다. 그럼 왜 <연애남매>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고, <환승연애>는 보고 싶을까?
<연애남매>의 아쉬운 점 2. 숨긴다고 다 궁금한 건 아니다
<연애남매>와 <환승연애>에서 내세운 1번 시청 포인트는 모두 ‘숨겨진 관계’이다. <연애남매>는 참가자들의 남매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고, <환승연애>는 누가 X(전 애인)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두 프로그램은 모두 시청자들이 숨겨진 관계를 추리하도록 유도한다. 앞선 아쉬운 점이었던 늘어지는 전개도 단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모두 관찰하며 남매가 누구인지 맞히는 것이 재미있다고 판단해서 사소한 사건들까지 보여준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먼저 시청자가 ‘궁금해져야’ 몰입해서 추리하며 사소한 이야기들까지도 즐길 수 있다. <연애남매>에서 누가 누구의 남매인지는 궁금하지 않다.
X는 좀 더 궁금하다. ‘왜 헤어졌을까?’, ‘어쩌다 <환승연애>까지 나오게 됐을까?’와 같은 궁금증이 자연스레 생긴다. 사랑이 끝난 관계가 다시 모여 함께 만남의 장소에 나오는 건 그 자체로 자극적인 사건이라 어떤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남매는 그렇지 않다. 남매와 함께 연애 프로그램을 나가는데 어떤 사연이 필요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환승연애>도 이 정도로 궁금증이 충분한 건 아니다. 배경도 사연도 모르고, 캐릭터도 잡히지 않은 일반인의 이야기에 충분히 몰입시키려면, 배경과 사연을 모두 알려주고 캐릭터가 잡힐 때까지 궁금증을 유지해야 한다. 결국 재미있고 인상적인, 그래서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이으면서 궁금증을 계속 유발해야 한다. 당연히 소재 자체의 궁금증이 떨어지는 <연애남매>는 더 인상깊은 사건들을 빨리 보여주면서 궁금증을 더 유발해야 하는 거다. 남매의 생각이 일치해야만 데이트를 할 수 있는데 데이트도 함께 한다든지, 오빠가 먼저 데이트하다가 굉장히 민망한 미션에 성공해야 여동생도 다음에 데이트할 수 있다든지 하는 남매끼리 싸움을 붙이는 구성을 첫 회차부터 빨리 보여줘야지 난 좀 더 궁금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건 없이 진행돼 참가자들도 크게 궁금하지 않은데, 더 궁금하지 않은 참가자들의 부모님과 통화와 가족의 사연까지 나오고 있으니 정말 답답했다. 이에 비해 소재가 자극적인 <환승연애>는 오랜만에 만난 X를 보고 몰래 눈물을 훔치거나, 한 커플만 공개해도 사전 만남에서 다투는 일이 자연스레 일어나 이런 사건을 배치하기도 용이한 듯했다. 차라리 가족과 연애를 꼭 엮고 싶다면 한 사람을 두고 사랑싸움을 할 수 있게 형제, 자매가 나오는 게 더 나아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연애남매>는 남매 관계를 숨겨놓았을 뿐 궁금증을 유발하진 못했다.
<연애남매>의 아쉬운 점 3. 소재만 빼면 너무 똑같은 것 아닌가
<연애남매>는 <환승연애>와 너무 닮았다. 앞에서 얘기했듯 러닝타임도, 1번 시청 포인트도 똑같다. 시청 포인트가 비슷하니 이를 살리기 위해 스토리나 연출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환승연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누가 남매인지 쪼기 위해 남자와 여자가 분할된 화면을 각각 넘기며 합성해 여러 조합을 보여주는 교차편집도 똑같이 들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인트로, 한 사람씩 들어오는 첫 만남, 집을 보여주면서 방 고르기, 다 같이 식사, 첫인상 문자 투표, 첫 회차에는 적어도 한 남매는 공개까지 구성도 너무 비슷하다. 보면서도 비슷한 장면이 자주 나오니 약간은 식상했다. 그러니 굳이 지금 방영하는 <환승연애3>도 있는데 자극적인 컨셉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비교열위인 <연애남매>를 선택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연애남매>의 재밌는 점 1. 무자극의 삼삼한 맛
하지만 분명 프로그램 선택은 취향의 문제이고, 삼삼한 맛을 좋아하는 시청자도 반드시 존재한다. 내 주위에서도 그냥 틀어 놓고 같이 보는 사람과 얘기하면서 라디오처럼 보다 말다 하는 느낌으로 보니까 볼만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또한 너무 자극적인 연애 예능들이 많으니 힐링하는 맛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삼삼한 맛에 보는 <삼시세끼>나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과 비슷한 느낌일 거다. 내 취향에는 맞지 않지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연애남매>는 고자극 연애 예능이 많은 요즘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연애남매>의 재밌는 점 2. 남자 출연자가 잘 생겼다
남자인 내가 봐도 <연애남매>의 남자 참가자는 모두 잘 생겼다. <환승연애3>에선 남자 참가자들의 외모가 너무 매력 없어서 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았었던 것과는 정반대다. 모든 남자 출연진의 외모가 다 훈훈한 편인데, 특히 그 중 재형은 정말 잘 생겼다. 배우 공유와도 닮은 듯도 하고, 난 BTS 뷔의 얼굴이 계속 겹치더라. 그 외에도 용우는 남자다운 피지컬에 래퍼 로꼬와 닮아 장난기 있는 느낌이, 철현은 가수 이던과 닮아 섹시한 매력이, 정섭은 무던하지만 모나지 않은 훈훈함이 있다. 여자 출연자의 외모는 조금 아쉽다는 의견도 있지만, 남자 출연자들은 연애 예능의 주 시청층인 2049 여성들에게 어필하기 정말 좋게 섭외했다.
많은 기대를 하고 봤지만 <연애남매>가 내 취향의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굳이 재미 포인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계속 보기에도 <연애남매>는 너무 길다. 그래서 난 진짜 재밌다는 평이 많지 않으면 다시 찾아보지는 않을 것 같다. 혹시나 재미있다고 하면 그때 가서 다시 보고 다시 리뷰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연애남매>를 다시 볼 수 있을지 개인적으론 좀 회의적이다.
수많은 방송사와 국내외 OTT에서 더 많은 작품이 쏟아지는 요즘, 무엇을 볼지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안 볼지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작품을 선택해 보더라도 어떻게 봐야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는지도 알아야 더욱 밀도 높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내가 볼 때 <연애남매>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게는 비추다. 평화로운 콘텐츠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시도하되, 당장은 보지 말고 스토리가 어느 정도 진행돼 참가자의 캐릭터가 충분히 쌓였을 때까지 묵힌 후 몰아서 빨리 보기로 먼저 보는 게 나을 듯하다. 캐릭터가 쌓이고 본론이 나올 때부턴 분명 더 재밌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거다. 이 리뷰가 당신의 소중한 시간이 더 즐겁게 채워지는 데 도움이 됐길.
<연애남매> - 평점 1/5
(나에게는) <환승연애>의 레시피로 가족이란 재료를 요리한 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