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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애기 Sep 24. 2015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는 말

신경숙의 깊은 슬픔, 그리고 사소한 이야기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야." 라는 말을
나는 참 싫어했다. 그 말은 사랑에 무게를 달아보고, 가치를 매겨보는 것처럼 들려서.

그런데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여기 한 남자에게 계속 지고, 또 지다 못해 아예 바보가 되어버린 한 여자가 있다.
.
"바보가 되어간다는 얘기지. 너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그 외에는 모두 공허하니까. 네가 전화를 걸어주거나 네가 나에게 와주거나 그것밖에는 중요한 일이 없으니까."
.
"네가 며칠 있다가 전화하겠다고 하면 나는 그 때부터 아무 일도 못하고 전화를 기다리지. 다른 일들이 다 짜증스럽기만 해. 만날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네가 전화를 하겠다고 한 것 뿐인데도, 무슨 옷을 입을까 머리가 너무 자랐나 손톱을 다듬을까, 부산스러운 마음이지."
.
그렇게 되어버린 자신을 힘들게 고백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또다시 무심한 말로 생채기를 낸다.
.
"너를 사랑하느냐고? 이게 사랑인가 아닌가 나는 모르겠다. 사랑은 중간이 없다던데 사랑이면 사랑이고 아니면 아니라던데. 나는 그래. 너무 바쁘고 해야할 일이 늘 너무 많아. 시간을 내주는게 사랑이라면 할 말이 없구나. 그렇다면 아닌가보지."
.
.
시간을 못내서 미안해.
그래도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어.
라는 말을 기대했을 텐데.


내 삶의 일 순위에 너를 둘 수는 없으니,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어쩔 수 없어.
라는 말을 듣고 그녀는 마음이 먹먹해진다.


마음을 종이처럼 접어 날릴 수 있다면,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정도로 접히지 않는 마음이기에.
.
.
마음의 무게 차이는 더 무거운 쪽을 바보로 만들고, 덜 무거운 쪽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러고보니 내게도 있었다.
사랑하는 슬픔,
그 사람밖에 모르는 바보가 된 나를 깨닫는 깊은슬픔에 빠지는 순간들이.
아니면, 그 누군가를 아프게하는 소질이 있는 사람처럼 매일 그를 기다리게하고 만나지 못하는 핑계를 늘어놓는 나날들이.

앞으로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바보였던 나를 떠올리며, 그 사람은 바보가 되지 않게 배려하고.
나쁜 사람이었던 나를 떠올리며, 내가 그에게 일순위가 아니더라도 보채지않는. 그런 균형을 이루는 사랑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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