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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리 Feb 23. 2024

생리전증후군에 가려진 마음의 통증

나 자신 돌보기 #1





나는 생리전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그날이 되기 삼사일전이되면 어김없이 가슴통증과 아랫배통증이 시작되며,

더불어 심리적으로 화가 올라온다. . .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흘러 반복이 되면서 고정화되어버렸다.

나보다 더 신랑이 빨리 알아차리는걸 보면, 꽤 명확하게 표가날 정도로 심한듯 하다.


주부의 일상이,

워킹맘의 일상이,

얼마나 힘든 여정인지 경험하고있는 우리들은 안다.

하지만 세상에 힘들지 않는 일이 어디있겠냐며,

늘 눈에넣어도 아프지않다는 말로 위안받는 아이들 보며 견디어낸다.

그러다 폭발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 때가 바로 그날이 되기 며칠전. . 

내가 그날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 하면 어김없이 신랑이

"그럴줄 알았다"

라는 멘트와 함께 며칠전의 사건을 떠올려 주곤 한다.

나는 전혀 눈치채지못하고 지나가버린 일을. . .




어제도,

설거지를 하며 평소보다 조금 히스테리컬해진 나를 깨닫기도 전에 나는 심한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아차, 했을땐 이미 늦은 타이밍. . . .

나의 짜증에 이미 신랑도 기분이 나빠진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 그날이 다 되었지 참...

냉랭해진 분위기를 뒤로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이놈의 생리전증후군. .  .

너무싫다. 

별일아니었는데,

화낼일은 아니었는데. . . .'

그렇게 별난 증상을 매달 드러내고있는 나를 질책하며 몇 십분을 누워있는데. . .

'과연 이것이 생리전증후군의 문제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애초에 나의 기분은 왜 상했는지 그 이유는 들여다 보지도 않은 채, 

꾹꾹 눌러 참지 않고 화를 낸 나를 꾸짖기만 하고 있는 거였다.

마치 불편함을 호소하는 아이에게 이유는 묻지않고 윽박지르기만 하는것처럼 말이다.

순간 나는 내 자신이 너무 가여워졌다.

그리고 미안해 졌다.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내가 왜 그랬는지 차근히 헤아려 보았다. 




나는 요즘 주 20시간만 근무를 하고 있다.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고싶어 선택하였고, 아주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기 위해 반만 일을 하는 거니까, 

집안일을 잘해내야해 라는 다짐으로 내 자신을 몰아부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해낸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 

'나 이정도 하는데, 왜 알아주지 않는거야?!

왜 힘들 때 알아서 도와주지 않는거야?!'

라고 혼자서 불만을 쌓았던 것 같다. 

평소에는 착한 사람인양 긍정적인 마인드를 애써 소환하며 꾹꾹 눌러 참고 있다가

생리증후군이라는 녀석의 힘을 빌려 밖으로 분출해 온 것 같다. 

적어도 어제 짧은 시간이지만 내면 깊숙이 나를 들여다 본 결론은 그렇다. 

지금까지 수차례 그렇게 해 왔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포장으로 나를 덮어 

별일 없는 것 처럼 살아가기에, 나의 힘들다는 아우성은 생리증후군이라는 이름속에 

가리워져서 곪고 있었던 것 같다. 

말을 하지 않으니, 상대방도 알 수 없을 터!

긍정적인 마인드의 힘으로 웃으며 잘 지내니 누가 힘든 걸 알 수가 있겠는가. 

그러면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를, 알아서 탁탁 행동해 주기를 바라기만 한 것이다.

내자신도 돌보지 않는 나를 돌보아 주길 바란 것이다.

결국 원인은 나 스스로 홀대한 나 자신이 문제해결의 기회를 놓치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날이 되면, 신기하게도 내가 평소에 약했던 곳이 아프다. 

위염을 달고 살기에 위통이 생기고, 

턱관절에 연골이 다 닳아서 신경근육통을 드러내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어깨가 살짝 당긴다.

아마도 그 날이 되면 예민해지고 체력이 저하되는 신체의 변화 때문인 듯 하다.

나는 내 몸의 변화를 늘 감지하고 '그 날이니까 당연한거야' 라고 말하며, 

 마음의 통증조차도 '생리때문이야' 라는 한 마디로 단정지어버리고 그 내용은 모른 채 해 왔다.

왜 그 날이 되어 약해진 틈을 타 내 마음이 통증을 일으키는지 그 이유는 보려하지 않은 것이다.

더 늦기전에 깨달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조금은 더 자세히 살피고 헤아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모두가 좋은 관계속에서,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는 중요한 방법중 하나라는 걸 깨달았다. 

나의 몸의 병이 이유없이 생기지 않듯이, 나의 마음의 병도 이유없이 발병하지 않는다. 

초기에 잘 발견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싶다. 

타인의 삶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도 적어도 내 자신만큼은 잘 데리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조금씩 그 방법을 알아가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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