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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리 May 09. 2024

나도 나를 잘 모르겠습니다

잘 버티다가 땅 속으로 꺼질 듯한 어느 날에...

사진출처 : 핀테레스트




나는 정말 나를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또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심지어 매일 매일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결론을 원하는 것인지도

정말 모르겠다. 


열심히 해보자 다짐하다가도, 

그렇게 또 시작을 하고 나아가다가도, 

어느순간 꺾여서 지지부진...흐지부지...

어떤 것에 꽂혀 해보자 하다가도

머지 않아 이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멈추어 버리고, 

다시 생각의 늪으로 빠져들기만 한다. 


그런 반복이 더 잦아진 요즘이다. 

꼭 해야하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는 편인 것 같은데, 

자유롭게 주어지는 삶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그래, 그게 맞다. 

확신이 없다. 

나의 생각에도 결정에도, 그리고 내 자신자체에 대해서도 나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 

그렇게 방황하는 듯한 삶을 이어온지 사실 수십년이다. 


적어도 학창시절만큼은, 

해야하는 공부에도 충실한 듯 하고 (결과는 차치하고) 

하고 싶던 라디오 듣기, 편지쓰기, 글쓰기 등등

하루를 잘도 채우고 살았던 것 같은데, 

대학시절에도 나름 생활을 채워나가는 것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던 듯 한데...

졸업을 하고 나서부터 헤매기 시작한 듯 하다. 

돈을 벌어야 하니 직장을 구했고 그렇게 발을 들인 분야에 쭉 일을 해오기는 했지만

늘 마음에는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을 가득차서는 곁눈질을 해왔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워킹맘이라는 삶을 살면서 빠듯한 일상을 보내며

무수히 많은 일상의 과제들이 들어오고, 그렇게 내 안에 자리잡으면서 

거기에 최근에는 부모님케어까지 보태지면서

사실 정말은, 마음이 안정되지가 않는다. 

늘 많은 숙제들과 고민, 그리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에 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 환경탓하며 핑계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원인인 걸까?

으쌰으쌰 하고 시작하면 곧 지치고 만다. 

어떤 책에서 의지력은 한정된 것이라더니 그게 사실인걸까...


독서를 하고, 걷고, 외국어 공부를 하고, 댜큐멘터리도 보고, 보고싶었던 영화도 보고...

그렇게 살려고 계획들도 세우고 나름 시작도 해서 좋았는데...

어느순간 순식간에 열정이 식어 시큰둥..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너무 혼란스럽다. 

정말 나를 잘 모르겠어서...


채찍질만이 능사일까 싶어 다시 마음을 다독이는데

그 마저도 의지력을 쓰는 행동인 것인지, 

사실 이 일기를 쓰는 것도 많은 결심끝에 이루어진 일이다. 

내 마음이 자꾸만 자기 좀 제대로 봐달라는 것 같아서 더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내가 SNS에 글을 올리고

다짐한 일들을 공표하며 그 결과물을 계속 올리려 했던 것은,

기록을 좋아하는 탓도 있지만 그래야지 잘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내 삶을 정리정돈하며 살아가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또한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책 한권을 완독해도 리뷰를 쓰지 않은 까닭에 다음 책으로 잘 못 넘어가게 되고, 

기록이 밀리니 내 삶도 조금씩 지체되고 밀리게 되었다. 

어느 순간 '기록' 을 위한 삶이 되어가는 기분!

이건 아닌데 아무리 봐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다 오늘 하루는 너무 많은 실망감과 허탈함, 그리고 우울감에 힘든 하루를 보냈다.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나답게 사는 삶인지,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이런 현상들이 한 두번도 아니고 별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오늘 만큼은 조금 세밀하게 나를 들여다 보고 싶다는 생각. 


내가 가진 천성인지 아니면 능력을 넘어선 의무감, 

아내 엄마 자식으로서의 의무감에 늘 부담이 되는 삶을 산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렇게 그렇게 만들어져 온 마음의 병인지...


이 또한 시간이 좀 지나면 또 사라질 것도 안다. 

내일이나 또 하루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나는 또 걷고 읽고 쓰고 있을 것이다. 

그런 반복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기고 내버려 둬도 될 것 같지만, 

이제 조금 안정되고 싶다. 

모든 일들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그러려니 하는 마음을 연습중이지만

이렇게 다운이 심한 날이 너무 힘이 들어서 조금 깊게 생각에 들어간 오늘이다.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을 알고 한 고민의 시간이었으니

지금 이 순간에도 답답하긴 여전하지만, 

이렇게 글로 표현하며 그 글들을 내 눈이 따라 읽어 내려가니

작은 위로가 되는 건 분명한 것 같다. 


'모든 것은 정해진 대로 해야 해' 라는 집착을 버려야 겠다. 

가족을 위해 주어진 역할 속에 그런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나 자신을 위한 일까지도 정해진 규칙에 가두니 너무 버거웠던 것 같다. 


나의 MBTI 는 NF 형이다. 

가장 자리 E와I , P와J 는 왔다갔다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

나는 P 가 맞다. 

결혼 생활 이후, 닥치는대로 살다가는 온 가족이 힘들어지는 것을 깨닫고는

스스로 '나는 J 가 되어야해' 라며 주문을 걸며 살아내고 있지만, 

나는 P 가 맞다.

즉흥적이고 흘러가는대로 사는 스타일.


부담을 내려놓자. 

어차피 나 자신을 위해 만든 규칙들이다. 

그것으로 나 자신을 속박하지는 말자.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 자신에게 잘 귀기울여 보자. 

살아가다 나도 모르게 급정거된 오늘 같은 날에는

그냥 단순해 지자.

시간의 흐름에 내맡겨보는 거다. 


나도 나를 잘 모르지만 지금 이순간에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내가  조금 답답하고 힘들다는 것이고

그런 지금은 지극히 단순해지고 싶다는 것이다. 

BE SIMPLE!!

결국은 단순함의 세계로 재정비된 내가 다시 내딛을 걸음에 힘을 얻는다.

화이팅, 내자신!!






Gina SJ Yi (지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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