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 정신건강이 소중하거든요
Y씨가 일하는 사무실은 회사의 지뢰밭이었습니다. 그가 다른 부서의 누구에게 전화통에 대고 네가 직급이 높으면 다냐고 쌍소리를 연달아 내뱉으며 기분 나쁘면 어디 찾아와보라고 싸웠다는 이야기며, 누구는 무서워서 Y씨에게 줘야 할 서류를 가지고만 있다가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 책상 위에 몰래 두고 온다는 이야기도 들렸죠.
사실 정말 문제는 Y씨의 인류와 결별한 듯한 태도만이 아니라 그가 자기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평가를 전혀 염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마이웨이. 사회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어 이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그는 비꼬고 깔보지 않으면 말을 못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탓에 도무지 좋아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한번은 나에게 모 상사가 성격이 괴팍해서 싫던데 어떻게 웃으며 대하냐고 묻기에
'어쩌겠어요. 더 심한 상사와도 일해봤는데 저 분 정도면 그냥 맞춰서 대할만 해요'
라고 했더니
'풉! 아직 어려서 뭘 몰라서 그래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그의 '풉!‘과 비아냥은 소문난 맛집의 띵동띵동 호출벨 소리처럼 끊이지 않았고 모두가 귀를 틀어막는 혼란 속에서 저는 그걸 모기의 '위잉-'처럼 한귀로 흘려 넘기기 위해 애썼습니다.
좋은 게 좋은 것, 분란을 만들 바에는 말을 아끼자는 것이 제 회사 생활 방침이었거든요. 결국 ‘어쩌겠어요.'라는 것은 그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던 셈이죠.
그러고 얼마 후에 그가 또 무슨 억지를 부리며 남을 비꼬고 있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고 나도 모르게 Y씨가 그러는 것 처럼 '풉!‘하고 웃어버렸던 것입니다. 정말 조금도 의도한 것이 아니었는가하면 Y씨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반감으로 그의 억지를 어이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졌을 수는 있겠죠.
어쨌든 제 단 한번의 '풉!‘으로 Y씨는 다시는 나에게 말을 걸지 않게 되었습니다. 단단히 빈정이 상한 듯 했습니다. 제가 그에게 '풉!‘하고 웃었든 아니든 그는 어차피 괴팍했으므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풉!‘과 빈정거리는 말투를 듣지 않게 되어 제 마음이 편안해졌을 뿐이었죠.
저와 Y씨 사이의 이야기에 역시자지 같은 교훈은 없습니다. 저에게 확실하게 남은 건 '어차피 끊어 낼 사람이라면 빠르게 끊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라는 깨달음입니다. 정신건강에도 예방적 조치가 중요하니까요.
‘내가’ 좋아야 좋은 거였어요. 이제는 떠나간 Y씨. 덕분에 사람을 대하는 요령을 하나 익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