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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선 Aug 25. 2023

3일 만에 퇴사해도 되나요?

3일 만에 퇴사해도 되나요?

 직장인 커뮤니티에 이런 질문이 올라오는 것을 심심찮게 보곤 합니다.

 "입사한 지 3일째인데 퇴사해도 될까요?"

 심지어는

 "입사한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말하고 그만둬야겠죠?"

 도 있습니다.


 대답은 물론 이거예요.

 "네. 당연히 됩니다. 그러니까 그냥 그만둔다고 말하세요."

 입사는 내 마음대로가 아니지만 퇴사는 하고 싶으면 해야지 어쩌겠어요.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 굴러가는 것처럼 우리의 근로도 벌어서 먹고살기 위해서잖아요.

 내가 그만둔다고 회사가 망하지는 않습니다. 입사한 지 3일 된 나 때문에 망할 회사면 어차피 부는 바람에도 무너질 회사에요.



퇴사할 결심

 취준 중일 땐 취업이 꿈인데 막상 입사를 하고 나면 왜 입을 모아 '퇴사할 겁니다!', '제가 먼저 할 거예요!'라고 말하게 되는 걸까요.

 원래 좋은 것도 억지로 하라면 싫은 법이니, 심지어 기껏 들어온 회사가 생각보다 별로이기까지 하다면 입사한 지 3일 만에 퇴사할 결심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중소기업에서 탈주할래요.

 드라마에서 본 퇴사는 종이봉투에다가 '사 직 서'라고 세로로 써서 가슴속에 품어뒀다가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회사에 와 보니 요즘은 '전자 결재'라는 것이 있습니다. 컴퓨터로 작성해서 올리면, 클릭 한 번으로 결재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인 거죠.


 그런데도 왜들 그렇게 야반도주와 잠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여섯 시에 퇴근했었는데 일곱 시에 자기 짐을 들고 빠져나가는 모습이 목격되었다던 김 사원도, 어느 날 출근을 하지 않아 전화를 걸어보니 없는 번호라는 안내만이 흘러나오더라는 이 사원도 말입니다.

 ”제발! 집에서 컴퓨터로 할 수 있으니 사직서만이라도 써 주세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인사팀 사무실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어느 야심한 새벽, 팀장에게 문자를 보내 '저 내일부터 안 나갑니다.'라고 통보했다던 누군가는 양반이군요. 어쨌든 그들은 모두 입사 후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채로 사라졌습니다.


 

퇴사, 하고 싶으면 해도 돼요.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아니다 싶을 때 재빨리 떠나는 그들의 빠른 결단력이 현명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디든 자리를 잡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느끼는 것보다는 좋잖아요.

 

 그러나 몰래 후다닥 도망가는 기술은 그다지 유용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 오늘까지만 일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면 되는걸요. 어차피 회사도 입사한 지 이 삼일 만에 퇴사한다는 직원을 굳이 붙잡지는 않으니까요. 좀 붙잡아도 적당히 핑계라도 대면 어쩌겠어요. 다시 사람인에 채용공고를 등록하는 수밖에 없는걸요.

 혹시나 배신감을 느낀 상사가 화를 낼까 봐 불안하시다면 그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나가면 이제 나랑 아무 상관없는 아저씨잖아요. 면접관으로 앉아있는 그를 보면서 어차피 이 면접에서 떨어지면 모르는 아저씨일 뿐이라고 마인드 컨트롤 했던 것처럼요.


 생각보다 세상은 좁으니 마지막이 좋아야 한다는 말. 그것만큼 중요한 건 이거예요.

 도망가는 거, 습관 되기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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