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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선 Sep 08. 2023

미워했던 이가 어쩌면 더 나를 키웠다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어찌도 쉽게 잊어졌던지

간혹 사진첩에서 그런 얼굴들을 발견하는 날엔

아, 이런 얼굴이 있었지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미워했던 이의 얼굴은 사라지지 않고

말씨에 박혀 있던 가시가

눈가에 떠오르던 적의가

가끔 마음 속에 떠올라 까끌거린다


내 속을 긁어놓고

손톱 옆의 거스러미로 일어나는

그 얼굴들을

나는 가끔 거울 속에서 본다


내 목위에 달린 싫은 사람의 얼굴을

누가 볼세라 내저으며,

얼굴에 기미처럼 박힌 가시를 털어내며

나이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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