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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성창 Mar 09. 2018

[아버지 vs 아빠 2편- 완결편]

음악과 함께하는 아빠의 수다 03 - 3

< 아버지 vs 아빠>


'아버지'와 '아빠'는 왜 그리 어감이 다를까? 두 존재는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아. 


'아버지'는 근엄함, 무서움의 느낌이 들고 '아빠'는 친근함, 편안함이 연상되더라. '아버지'는 속정이 있지만 표현은 하지 않는 듯하고 그래서 자식들에게도 표현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반면 '아빠'는 속에 있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그래서 자식들에게도 표현을 받는 존재로 느껴지지. (이렇게 정의하는 것은 사전적 정의가 아니고 이 글을 위한 나의 개인적 정의일 뿐이야.)


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니엄마는 '아빠'에게서 자랐어. '아버지'를 보면 겁부터 났던 내 입장에서 '아빠'를 보고 안기며 사랑한다 말하는 니엄마가 참 신기했었어. 


자식들에게 몸과 마음과 말로 사랑을 표현하시는 외할아버지는 더 신기했고. '아버지'밑에서 자란 내가 '아빠'의 모습이 있다면 그건 외할아버지를 보고 배운거야. 진심으로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40대 이후 사람들은 대부분 '아버지'밑에서 자랐을거야. 세상의 많은 '아버지'들이 그렇게 엄하고 표현하지 않았던 것은 고단한 삶에서 생겨난 굳은살 때문일수도 있고 녹록치 않은 세상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함일수도 있겠지. 어쩌면 사랑의 다른 표현일수도 있고. 


부질없지만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두고두고 후회스러운 일이 있어. 그냥 내가 '아빠'로 생각하면 되었다는 것. '아빠'처럼 생각하고 다가갔으면 할아버지는 눈녹듯 화난 얼굴을 푸시고 '아빠'가 되셨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단편들을 모아보면 그 생각은 확신이 될 만한 충분한 증거들이 있어.


가장 확실한 증거는 '아빠'에게서 자란 니엄마가 보여주셨어. 엄한 표정을 지은 할아버지에게 니엄마가 활짝 웃으며 애교를 부리면 할아버지의 표정이 눈녹듯 부드러워지시는 걸 많이 봤거든. 


특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일주일은 니엄마가 할아버지를 '아빠'로 여기고 대해준 시간이었다. 


폐암말기로 병원에서도 이틀을 넘기기 힘들다는 상황이었어. 나는 고작 다리 주물러 드리는 정도가 할아버지와 최대한의 스킨쉽이었다. 


니엄마는 할아버지 얼굴(감히 할아버지 '용안'을 말이야)을 쓰다듬어 드리고 닦아드리고 또 포근히 안아드렸어. 할아버지는 참 편안해 보이셨다. 이틀을 넘기기 힘들다했는데 이틀 넘기고 5일을 더 사셨으니. 


천금같은 시간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 아닐까? 그 일주일동안 나는 할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전까지 40년 넘는 세월보다 그 일주일간의 대화가 몇 배는 많았어.  니엄마에게 지금도 고마워하고 있다.


말하고보니 할아버지는 '아빠'이고 싶으셨던게 아닐까? 자식들이 다가오기를 많이 기다리신건 아닐까?막내인 나라도 다가가고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자식으로서 최고의 효도이지 않았을까? 


말하고도 참 부질없다.



< 부디 사랑한다는 말을 과거형으로 하지 마십시오 >


'나는 가수다'에서 인순이가 '아버지'를 노래하며 앞부분에 한 멘트야.


'아버지'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이 어색하고 '아빠'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건 뭘까? 


나도 할아버지에게 그런 표현을 한번도 못해봤어. 아니 엄두도 안났지. 철저히 '아버지'로만 생각했으니 말이야.


돌아가신지 이제 10년이구나.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꿈에 한번도 안나타나시나 모르겠다. 내 효심이 약해서 그런가...... 니엄마는 할아버지를 꿈에서 가끔식 뵌다고 하더라. '아빠'처럼 대해준 며느리가 더 좋으신가봐. 정말 할아버지는 '아빠'이고 싶으셨나보다. 


꿈에서라도 뵐 수만 있다면 할아버지께 해드리고 싶은게 있다. 꿈에서 뵙는 그때를 연상하며 여러번 연습해보고 있다. 뵙는 시간이 아주 잠깐일거야. 연습이 안돼있으면 그 순간을 놓칠거 같아서 말이야. 


꼭 한번 안아드리고 싶다. 그리고 꼭 전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이미 과거형이라 안타깝지만......


"아버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활짝 웃으면서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눈물이 나네.


......


너도 언젠가 나를 추억하는 날이 오겠지. 그때 너는 나를 어떤 느낌으로 기억할까? 나의 바램이 있다면 인순이 노래처럼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아버지'가 아니라  '오락실'에서 한판 승부를 겨룰 수 있었던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내가 먼저 표현 잘하는 '아빠'가 돼야겠지. 


곁에 있으면 안아줬을텐데.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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