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2005년 개봉한 SF영화 <아일랜드(The Island)>와 인간복제와 관련된 미술작품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 볼게요. 격리된 환경에서 빈틈없는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동일한 유니폼을 입고, 먹고, 운동하고, 또 자는 등의 생활을 합니다.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와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는 그 안에서 친분을 쌓게 되고, 함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요. 그들이 거주하는 환경에 대한 정보는 모두 거짓이었으며, 사실상 이들은 모두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신체 일부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 인간 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복제’된 인간은 우리와 동일한 ‘인간’으로 그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걸까요?
오늘은 영화에서 특정 작품이 소개된 것은 아니고요, 연관된 주제로 제작된 작품들을 몇 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전혜숙 님의 <포스트휴먼 시대의 미술>(2015, 아카넷)이라는 책을 참고하였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포스트휴먼은 인간을 넘어서는 인간, 인간 이후의 인간 등으로 정의해 볼 수 있을 거예요.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기존에 인간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가 탄생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신체적으로 향상, 혹은 변형된 인간이요. 신체 변형이나 증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거예요. 인간의 신체와 삶이 변화하면서 영화에서처럼 윤리적 문제가 다수 발생하기도 해요. 최근에는 일부 사용자들이 AI챗봇 이루다를 성적도구화하거나 성희롱 하는 것으로 논란이 있기도 했죠.
오늘은 두 명의 작가의 작품에 관해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그 중 한 명은 성형수술을 통해 끝없이 자신의 신체를 바꾸었던 프랑스 작가인 오를랑(Orlan)이고요. 또 다른 한 명은 기계를 신체에 융합하는 호주 작가 스텔락(Stelarc)입니다. 오를랑은 끝없는 외모 변형을 통해,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판하였으며,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과는 정 반대의 결과로 나아갔습니다. 오를랑은 성형수술 프로젝트를 통해 남성도 여성도 아닌, 괴물도 인간도 아닌, 인간도 기계도 아닌, 그 경계의 어딘가에 있는 존재가 되기를 자처한 것입니다. 신체적 변형을 통해 오를랑은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게 됩니다.
스텔락은 의학기구, 로봇 등을 이용해 신체에 삽입하거나 연결하는 방식으로 확장된 신체를 탐구합니다. 그는 신체를 연장하고 수정하는데, 대표적인 작품은 <제 3의 손>입니다. 그는 로봇 팔을 오른 손에 부탁하였고, 그 로봇 팔은 그의 복근에서 전달된 장치의 신호에 의해 움직였습니다. 그는 스스로 비자발적인 신체가 되었는데요. 이는 자신의 신체를 비워내고 기계 장치를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이고자 한 시도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일종의 주종 관계였던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 신체와 로봇이 하나의 운영체제가 되는 것입니다.
생명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관심을 가진 작가들은 예술 실천 그 자체를 연구 분야로 생각합니다. 오를랑처럼 목적이 불분명한 괴상한 실험을 한다거나, 스텔락처럼 비실용적 기능을 가진 장치를 만들어 몸에 삽입하는 등의 방식을 사용해서 그들이 탐구하고 있는 주제의식을 전달합니다. 중립적이고 정확하다고 생각되는 과학의 영역에서도 여전히 연구자의 가치판단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