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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gundy Mar 09. 2021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오늘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2006)와 두 점의 작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는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참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요, 다시 봐도 매력적인 영화였어요. 지금은 잘 알려진 배우인 앤 해서웨이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영화이기도 하죠. 이 영화는 로렌 와이스버거(Lauren Weisberger)가 집필한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3)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어요. 와이스버거의 첫 작품인 이 소설은 그의 자전적 경험이 가미된 소설이라고 하네요.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는 미국 보그지의 7대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Anna Wintour)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해요. 보그지를 자신의 힘으로 일으켜 세운, 패션계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어요.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역은 윈투어의 전직 비서 플럼 사익스(Plum Sykes)를 참고한 거라고 하네요. 



이 영화는 뉴욕 최고의 패션 잡지인 <런웨이>에서 벌어지는 직장인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악명높은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와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1년만 버티기로 결심하고 기적적으로 그녀의 비서로 입사한 앤드리아 삭스(앤 헤서웨이). 영화는 패션에 문외한인 앤드리아가 이곳에 적응해나가면서 겪는 일들을 보여줍니다. 앤드리아는 상사의 사적인 일에 동원되기도 하고, 근무시간 외에도 연락이 오는 상사의 명령에 따라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되면서 삶과 일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앤드리아는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패션에 관해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는데요. 나이젤(스탠리 투치)의 도움을 받아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 점차 세련된 스타일로 옷을 입고 등장해요. 여러 계절의 옷을 입고 출근하는 앤드리아의 모습을 담은 장면은 특히나 인상적이예요. 


패션계, 그리고 잡지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니까 아무래도 멋진 옷과 구두, 가방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출연배우들은 모두 명품이라고 알려져 있는 여러 브랜드들의 제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또 직접 착용하고 나오기 때문인데요. ‘소비가 미덕’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극중에서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 미술 작품은 두 점이 나오는데요, 그 두 점 모두 앤드리아가 미란다에게 인정을 받아 아직 인쇄되기 전의 잡지를 들고 미란다의 집에 간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호화스러운 저택에 살고 있는 미란다의 집 1층에는 알렉스 카츠(Alex Katz, 1927~)의 인물화가, 그리고 부부가 머무르는 층에는 웨인 티보(Wayne Thiebaud, 1920~)의 풍경화가 걸려 있습니다. 


Alex Katz <Harbor #3> 1999


먼저 알렉스 카츠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1927년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퀸즈로 이사했고, 현재는 소호에서 살고 있어요. 그에게 있어 뉴욕은 삶과 작업의 터전이자 무한한 소재인 셈이죠. 그는 1950년대부터 인물화를 그리며 가장 뉴욕적인 화가로 불리게 되었어요. 그의 인물화는 과감하게 생략된 선과 색의 표현이 특징이예요. 화사하고 밝은 색채를 깔끔한 붓질로 캔버스에 얹었어요. 개성이 돋보이는 듯하면서도 표현 방식이 매우 절제되어 있어요. 또한 인물을 클로즈업하고 또 크롭해서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답니다. 인물화를 거대한 캔버스에 그린 것도 특기할만 해요. 그의 작품 <Harbor # 3>는 작가가 중요하게 다루었던 자연 주제 중 하나로, 그가 경험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는 “내가 본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고, 그것은 경험적인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Wayne Thiebaud <Repley Ridge>1977


이어서 살펴볼 작가는 웨인 티보입니다. 그는 케이크나 파이, 장난감 등을 반복적으로 그려 미국 소비사회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전형적인 미국의 먹거리를 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방식으로 그렸어요. 동시대에 활동했던 팝아트 작가들이 기계 복제 특유의 매끈한 화면과 질감을 활용했던 것과 달리 티보는 회화적 효과를 추구한거죠. 붓터치가 돋보이는 전통적인 유화 방식 말이예요. 그가 그린 오브제 주변에는 대조적인 색을 사용해 테두리 혹은 그림자가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고요. 정물화 뿐만 아니라 1970-80년대에는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일대의 도시 풍경을 많이 그렸어요. 전통적인 원근법을 해체해 이 지역의 독특한 지리적 특성을 담아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가파른 오르막이 많다고 해요. 또한 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색, 선, 형태 등 기본 요소에 초점을 두어, 캘리포니아 특유의 밝은 햇살, 빛 바랜듯한 풍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알렉스 카츠와 웨인 티보, 동부와 서부의 팝아트 작품이 걸린 집이라니, 미란다의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선택인 것 같아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드리아는 미란다를 점차 닮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자리를 박차고 나와, 자신의 꿈을 쫓아갑니다. 앤드리아가 원하던 직장에 면접을 보러간 마지막 장면에서, 면접관은 미란다가 앤드리아에 대해 한 이야기를 전해주죠. “그녀는 나에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비서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녀를 고용하지 않는다면 후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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