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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욱 Oct 13. 2024

[카메라] 빈티지 렌즈에 관한 짧은 경험과 생각

욕심이 있다가, 없다가, 새로 생겼다가...

나는 카메라 장비에 관해 욕심이 있다. 하지만 큰 욕심은 없다. 그런데 욕심이 생겼다. 이게 뭔 소리냐?


나는 풍경 사진도 찍고 싶고, 밤하늘 별사진도 찍고 싶고, 접사 사진도 찍고 싶고, 거리 사진도 찍고 싶다. 아직 스타일을 확립한 작가가 아니기에 이것 저것 찍고 싶은게 많다. 문제는 다른 스타일의 사진에는 다른 장비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별사진을 찍으려면 밝은 조리개와 높은 해상도가 필요하고, 접사 사진은 당연히 접사 렌즈가 필요하고, 거리 사진에는 작고 조용해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는 카메라와 렌즈가 필요하다. 이런 장비를 다 갖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갖고 있는 장비로 상황과 타협하며 사진을 찍지만, 가끔씩 특정 상황에서 특정 장비가 있었으면 하고 아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 장비에 욕심이 있다.


하지만 나는 최고의 장비를 고집하지 않는다. 나에게 필요한 용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한 오히려 싸고 경제적인 장비를 선호한다. 나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장비를 거의 사지 않는다. 2-3년 지난 장비 중에서 성능이 좋은 것을 중고로 산다. 중고 장비는 신품에 비해 절반 이하의 가격에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최고급 기종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제품광고 등 상업사진을 하는 작가라면 최고급 장비가 만드는 최고 품질의 화질이 필요하겠으나 사진에 담긴 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는 어느 정도 이상만 된다면 굳이 최고의 성능과 화질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 장비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빈티지 렌즈(vintage lens, 3-40년 이전에 생산된 수동렌즈)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펜탁스 수동 카메라로 사진을 배우고, 지금 쓰고 있는 소니 디지털 카메라를 사기 전까지 오랫동안 니콘의 수동 카메라를 써 왔기 때문에 나는 수동 카메라와 렌즈가 손에 있으면 오히려 심리적으로 더 편안하다. 요즘 카메라의 자동 노출과 AF 렌즈는 예전의 수동 노출과 MF 렌즈에 비할 수 없이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하지만, 가끔 카메라의 판단과 내 판단이 다를 경우 카메라를 설득하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수동 노출과 MF는 그런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돌아가는 옛날 MF 렌즈의 그 손맛이라니!


그런데 옛날 수동렌즈들은 확실히 요즘 나오는 AF 렌즈들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요즘 렌즈만큼 수차 보정이 정밀하게 되지 않아서 특히 개방 조리개에서 수차의 영향이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게 또 렌즈의 개성이 되기도 한다. 인기있는 빈티지 렌즈들인 러시아제 Helios 렌즈나 구 동독의 광학 회사였던 Meyer Optic Gorlitz 렌즈들은 물방울 모양이나 회오리 모양의 독특한 보케를 만들어 주는데, 그게 사실은 광학 수차 보정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옛날 렌즈들은 어떤 수차를 보정하고 어떤 수차를 남겨두느냐에 따라서 렌즈의 개성이 다르게 나타나는게 재미있다.


SLR/DSLR 카메라를 사용하던 때에는 다른 회사의 렌즈를 사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사용하고 있는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는 마운트 어댑터만 구하면 거의 모든 구형 렌즈들을 쓸 수 있다 (자동 기능은 포기해야 함). 렌즈의 뒷면에서 필름/센서까지의 거리 때문에 생기는 일인데, (D)SLR 카메라는 그 거리가 긴 반면에 미러리스 카메라는 그 거리가 짧아서 카메라와 렌즈 사이를 벌려주는 튜브(어댑터)를 끼워주면 SLR 카메라용 렌즈를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쓸 수 있다. 지난 수십년동안 전세계 카메라(SLR) 브랜드에서 만들어 놓은 수많은 렌즈들을 내 카메라에서 쓸 수 있는 것이다.

Pentacon 50mm F1.8, Pentax(Takumar) 200mm F4.0

예전에 내 니콘 필름 카메라에서 쓰던 수동렌즈 몇 개에 더해서 올해 독일 Pentacon의 50mm 렌즈와 일본 Pentax(Takumar)의 200mm 렌즈를 추가했다. 그리고 지금 내 소니 카메라에 기본으로 물려있는 것은 Pentacon 50mm이다. 이번 지리산에서 찍은 별사진도 이 Pentacon 렌즈로 찍은 것이다. 화면 가장자리에서 비점수차와 코마수차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아래 사진은 가장자리를 크롭해서 수차가 있는 부분을 없앴음) 사진은 아주 마음에 든다. 이렇게 해서 빈티지 렌즈라는 장비 욕심에 불이 당겨졌다.


욕심을 다스려야 한다. 도를 닦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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