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가면 한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조언 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한국 사람 조심해야 된다, 뭣 모르고 해외 나간 사람들 대상으로 사기치는 한국인들 많아.”
“한국 사람들끼리 어울리면 안 된다. 영어 절대 안 는다~”
이런 말을 많이 들어서일까? 뉴질랜드 한인회나 한인 커뮤니티에 나가지 않고 구석 어딘가에 숨어서 마치 쓸쓸한 늑대처럼 혼자 살고 있는 나는 소위 ‘아웃사이더’다. 뉴질랜드에서 만나고 친구로 지내는 한국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뉴질랜드 한인 사회 어때? 라고 물어 보면 솔직히 아는 것이 없어 머리를 긁적이곤 한다.
“아우 말도 마라~ 여기도 나라망신 시키는 한인사기 정말 많다~”
캐나다에 사는 대학 동기가 혀를 끌끌 찼다. 자기가 살고 있는 벤쿠버에서는 한국인들의 렌트 사기가 극성이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집 주인 대신 렌트 할 공간을 빌려주는 관리를 하는 임대 사업이 있는데, 이 임대인 역할에 있는 몇몇 한국인들이 문제 라고 지적했다. 임대인이 점검하러 온다는 핑계로 한국 여성이 혼자 있는 집에 들어오는가 하면, 온갖 빌미와 핑계로 보증금을 반환 해 주지 않았다는 사기가 많았다고 한다. 한번은 캐나다 국적 한국인이 유학생 대상으로 벌인 사기 행각이 뉴스에도 나올 정도였는데, 온라인에 남의 집 사진을 올리고 연락해 온 유학생들에게 미리 선불로 계약금을 받고 달아나는 수법으로, 집을 렌트하기 어려운 유학생들을 주요 타겟으로 노렸다고 한다. 현재 그 남성은 체포되었지만, 사기 당한 유학생들이 돈을 돌려 받기에 힘들어 보이는 듯 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로 농장 일을 하러 간 사촌 오빠도 남성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농장 일과 인력을 연결 해 주는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중간에 돈을 갖고 튀는 바람에 돈이 수중에 없어 한국 집으로 전화 해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 사촌 오빠 말고도 호주에 가서 농장 일을 하는 사람들 중 사기 당했다는 사람의 글을 인터넷에서 빈번히 볼 수 있다. 그것 외에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캐쉬 잡, 일을 잘 하는지 트라이얼(Trial) 기간동안 시험 해 보겠다며 일만 잔뜩 시키고 자기 가게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 시키는 사업주도 있었다.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그 어디에 있던 간에 한인 사기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한국인을 만나지 않고, 모든 정보들을 객관적으로 스스로 알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언어적인 문제로 정보를 쉽게 얻기 위해 한인 사회를 한번에 끊기란 쉽지 않다. 아무 연고 없이 해외로 나오는 사람들에게 한인사회는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란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단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신뢰할 만하다고 쉽게 판단하고 쉽게 의지해 버리면 안 된다. ‘구두계약 이지만 한국 사람이니까’, ‘내 친구도 아는 한국 사람이니까’, ‘에이~ 같은 한국 사람끼리 사기를 치겠어?’ 하며 그들이 말하는 것을 쉽게 믿어 버린다. 그 사이, 쉽게 믿어버린 관계를 틈타 순식간에 피해자를 삼키는 것이 한인사기다. 해외에 있으면 같은 자국민끼리 만나서 의지하며 사는 것도 빠듯한데, 사기를 당하면 돌아오는 정신적 데미지는 훨씬 크다. 나는 다행히도 한인사기를 당해본 적이 없다. 아예 한인 커뮤니티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의 글은 올해 발간 된 책 <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에서 발췌, 편집하고 수정한 글입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