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플랜 B
2017년 첫 해를 감상하기 위해 뉴질랜드 북섬 중에 하나인 타라나키 산(에그몬트 산이라고 불리기도)를 오를려고 했지만 역시 뉴질랜드 날씨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새해 첫 날부터 반기는 것은 비와 강풍 예보.
타라나키 산은 해발 2500m 정도 되고 거의 꼭대기에는 자갈밭과 눈이 쌓여 있어 날씨가 좋지 않은 조건에서는 위험 할 수 있으므로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대신 타라나키 산 중턱에 있는 도슨폭포(Dawson falls)와 짧은 트램핑을 하기로 결정 했다.
도슨폭포 가는 길. 안개가 자욱해서 그런지 더욱 신비스러운 느낌에 사진을 연신 찍었다.
도슨폭포 인포메이션 센터 도착.
비가 세차게 내리지는 않고 보슬비처럼 내려서 우산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정도라 얇은 레인자켓을 걸친 후 1시간 정도 걸리는 트랙을 걷기 시작했다. 안개가 많이 끼여있던 상태라 타라나키 산 전체는 보지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타라나키 산 정상만 올라가는 것이 아닌 가족단위로 갈 수 있는 짧고 긴 트램핑이 많아서 원하는 트랙을 도착하고 나서 정할 수 있다.
안개에 싸여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마치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신비하면서도 춥지도, 그렇다고 덥지도 않아서 걷기 딱 좋은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 와 주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화답했다.
"여태껏 뉴질랜드에서 걸었던 짧은 트래킹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같아"
웅장한 무언가가 있어서가 아니였다.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풍경이겠다. 하지만 그냥 느낌이 너무 좋아서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이슬이 맺힌 거미줄들과
발 아래 젖은 나뭇 잎
뿌연 안개 그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함께 조용히 시간을 가지기도 하는.
마치 산의 주인인 듯 멋있게 서 있는 나무들
마지막으로 도슨 폭포에서 손을 씻으며 짧은 1시간 반 트램핑을 끝냈다.
만약 비가 오지 않았었더라면 나는 타라나키 산 정상에 올라 또 다른 장관을 구경했겠지만 그건 나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도슨 폭포는 조용하면서 번아웃 했던 내 마음을 힐링 해 주는 느낌이였다.
별 거 없었다. 하지만 마음은 차분해졌다.
(필자가 오르고자 했던 타라나키 산(Mt. Taranaki)이 있는 타라나키 주는 2017년 론리 플래닛에서 꼽은 세계에서 가볼 만한 지역 중 하나로 선정이 되었다 - 뉴스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