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번째 이별
마지막은 당신이 내게 이별을 말했잖아.
내가, 정말 그랬어?
그는 잊고 있었다.
나는 다 기억하고 있는데.
특유의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입꼬리를 치켜올린 그의 웃음은 여전했다. 샤브샤브 건더기를 건져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내 앞에 먼저 놓아주었다.
이럴 때 기억을 촘촘하게 글로 써두는 버릇이 억울하다. 써 놓은 글의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매번 나만 기억해.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기억을 소환해 관련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생각력’이 깊어져 기억할 수 있는 범위와 깊이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거기에 글로 써 기록으로 남기면 그건 최고의 학습 방법이라고 까지 말했다.
본래 예민한 기질에 글을 쓰려 기억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매일 하는 나는, 대화 속 상대와 나의 말, 그때 분위기, 장면을 기억하고 글감을 찾는 게 일상이다.
챙겨야 할 가족이 많지 않은 간단한 삶에 시간까지 많으니 겪은 장면들이 더욱 생생하다. 파워 J는 아닌데 일정을 세 군데 기록하니 잊거나, 늦거나 하는 일이 없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폭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결정을 미루거나, 약속하고 잊는다거나, 시간이 정확하지 않으면 심한 데미지를 받는다.
그런데 또, 나의 이런 기질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팍팍하고 숨 막히게 할까. 내가 유연함이 없어 즤 승질 못 죽이고 이러는 거니 서로 상처받지 말고 각자 잘 살면 된다. 고 위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