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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섬 Jul 29. 2016

새벽 두시 전화벨 8화

집밥이라는 슬픈 신화


‘집밥’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팔팔끓는 불고기 전골(혹은 찌개), 정갈한 나물, 바삭하게 부쳐낸 전, 색색의 고명이 들어간 잡채, 사선으로 가지런하게 썰린 계란말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그 옆의 된장국     


근데 과연 그런가?     


콩나물 한 봉지를 사와 삶아내어 콩나물국과 콩나물 무침이 동시에 올라오고, 점심에 먹은 반찬이 저녁에 찌개에 들어가고, 이따금씩은 모두 큰 대접에 넣고 비빔밥을 해 먹는게 집밥 아닌가?     


그런데 왜 ‘집밥’을 마케팅하는 이들은 ‘집밥’을 ‘한정식’으로 만드는가? 그리고 그 ‘집밥’을 만드는 이는 왜 ‘어머니’이기만 하는가?     


과거의 집밥이 어찌했는지는 먹어본 일이 없으므로 알 수 없지만 ‘집밥’에 어머니의 희생이 서려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다. ‘집밥’을 어머니가 해주신 정갈한 음식으로 정의내리는 순간 거기에는 어머니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가부장제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정갈함’을 위하여 어머니가 감내해야할 수고로움은 함부로 이야기하기조차 버겁다. ‘집밥’은 정갈한 음식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자신의 시간을 멈추어 서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시간을 위한 노동이 어머니에게만 부과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구성원들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구성원들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이 최소화 될수록 구성원들은 더 행복해진다.     


(by TEAM "PLAN S", 글: 서은호 / 그림: 한섬)

<새벽 두시 전화벨> 8화 - 집밥이라는 슬픈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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