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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섬 Jul 02. 2016

<새벽 두시 전화벨> 3화

사랑의 역사

동거를 하던 친구가 헤어졌다. 당장 나가서 살 곳이 없어서 헤어진 여자친구 집에 한 달 째 얹혀산다는 친구를 보면서 그분이 대인배 인건가 내 친구 얼굴이 비브라늄 합금인가 순간 궁금해졌다.  


이거야 원, 헐리우드식 라이프 스타일 아닌가 


생각해보면, 사랑할 때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했다. 사랑의 순간을 무한정 지속시키기 위해 우리는 오지 않은 미래의 한 순간을 붙잡아 지금 현재로 데려왔다. 아직 다가오지 않았기에 행복했던 그 순간. 아직 현실이 아니어서 더욱 애틋했던 그 순간. 


설렘이 무뎌져간 자리에 우리에게 남은 건 현실의 민낯이었다. 서로의 물건을 정리해야 하고 명의자가 아닌 동거인은 나가야 한다. 아직 행복했던 그 순간이 생생한데, 같이 그렸던 미래가 저기 있는데. 우린 미래가 아닌 현실에 사는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 


거칠게 우릴 찾아낸 저 다정한 손님의 이름은 어쩌면 서글픔은 아닐까


(by TEAM "PLAN S", 글: 서은호 / 그림: 한섬)

<새벽 두시 전화벨> 3화 사랑의 역사 


※ 이 단상은 윤종신의 <사랑의 역사>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빌려왔다. 아마도 닿지 않겠지만, 그에게 모든 감사의 언어를 표한다. 윤종신, 사랑의 역사 - https://www.youtube.com/watch?v=gdBJkbZss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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